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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육헌 Feb 25. 2019

짐작하기조차 힘든 감정들을 딛고 변화하는 리더의 성장담

영화 <스티브 잡스>를 보고 쓰다

트레바리 독서모임 리더십입문-17 번개에서 영화 <스티브 잡스>를 함께 봤다. 대니 보일 감독, 아론 소킨 각본, 그리고 마이클 패스밴더 주연.


세 번의 역사적인 프레젠테이션, 1984 매킨토시, 1988 넥스트 블랙큐브, 그리고 1998 아이맥. 영화는 그 직전 백스테이지를, 숨 막히는 속사포 대사들과 함께 묘사하고 있다. 폭발하듯이 맞붙는 인물들의 대사들이 팽팽하게 힘을 겨루는지라, 두 시간의 러닝타임 내내 몰입하며 봤다.



영화 속 1984년과 1988년 잡스는 약간은 미숙하고 어린, 그래서 오히려 일에서도 관계에서도 더 집착적인 모습을 보이는 인간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에 반해, 우리에게 익숙한 검정 터틀넥과 청바지를 입고 푸른빛이 감도는 렌즈의 무테안경을 낀 채 등장한 세 번째 스티브 잡스는 세상사를 초월한 존재인 양 한결 여유로운 모습이다. 여전히 어느 정도 신경질적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그를 따라오며 괴롭히던 갈등들과 조금씩 화해하는 잡스의 모습이 인상 깊다. 그리고 그래서 워즈니악과는 끝끝내 타협하지 않는 모습이 더욱 의미심장해지기도 한다. 영화 <스티브 잡스>에는 짐작하기조차 힘든 감정들을 극복하고 비즈니스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성장을 일궈내는 한 인간의 모습에서 오는 감동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가족, 친구, 팀, 회사, 인류를 놓고 꽤나 무자비하게 우선순위화하는 모습은 서슬 퍼렇기도 하면서 동시에 고민거리를 안겨주기도 한다.


가장 최근에 리더십 입문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은 책 <멀티플라이어>의 내용을 굳이 끄집어내어 보자면, 영화 속 스티브 잡스의 모습은 -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잡스의 모습과 마찬가지로 - 독단적인 데다 세세하게 마이크로 매니징 하며 조직 구성원들의 역할을 제한하고 능력을 약화한다는 디미니셔의 전형 그 자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4년부터 98년에 이르는 세 번의 프레젠테이션을 그린 이 영화 속 워즈니악과 존 스컬리, 앤디 허츠펠트와 같은 주요 인물들은 14년에 걸쳐 끊임없이 잡스의 곁을 맴돈다. 이러저러한 단점들조차도 압도할 수 있는 엄청난 비저너리였기에 그런 것이었을지, 또는 일견 디미니셔로 여겨질 수 있는 독단적이고 고압적인 요소들을 충분히 메꿀 수 있었던 알려지지 않은 모습이 있었을지 궁금해졌었다.



그나저나 영화 속 98년 버전의 스티브 잡스는 아이맥 소개 당시의 모습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듯한 외양이다. 후광마저 비칠 것 같은 영화 속 모습과는 달리, 실제 98년 아이맥 소개 영상 속 스티브 잡스는 여전히 꽤나 평범한 보통 사람인지라. 작가의 주제의식 전달을 위한 각색의 비중이 큰 에피소드여서, 의도적으로 실제와는 동떨어진 모습으로 그려낸 것이 아니려나 생각하며 봤다.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를 볼 때가 된 듯 싶다.


뻔하지만 인상 깊었던 영화 속의 대사들로 마무리.


“연주자는 악기를 연주하지만, 난 오케스트라를 연주합니다.”
(“Musicians play their instruments, I play the ochestra.”)
- 스티브 잡스


2. “인간은 이진법이 아니야. 재능을 포기하지 않고도 좋은 인품을 가질 수 있어.” (It’s not binary. You can be decent and gifted at the same time.”)
- 스티브 워즈니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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