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이 일 년 같았다
지금까지 거쳐온 회사들에서 한 일들을 돌이켜보면, 처음에는 페이스북 팬 수를 늘리기 위한 카드 뉴스 기반의 콘텐츠 마케팅이 메인 업무였다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두 번째 회사에서는 해외의 가전 매장들을 돌아다니며 매장 디스플레이를 개선하거나 신제품 출시 시에 제품에 부착되어 제품의 강점을 강조하는 POP 물을 챙기는 것이 업무의 주였다. 그러니까 사실 나는 브랜드 하나를 잡아다가 그 프로세스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훑어본 경험은 아직 없었던 셈이다.
3월 21일 오늘로, 이 곳 트레바리에 입사한 지 딱 한 달이 되었다. 오자마자 부랴부랴 5-8 시즌의 북클럽 신규 기획과 모집 마케팅 준비를 맡게 되어 초반에는 꽤나 자신 없기도 정신없기도 했던 것 같다. 아니 갓 들어온 사람한테 적응할 틈도 안주고선 어찌 이렇게 일만 많이 주는 건가! 프로세스도 완벽하게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이것저것 하다 보니, 부족한 부분도 주먹구구식인 것도 또 빵꾸를 내는 부분도 분명 있었을 테다. 하지만 아직은 크지 않아서 한눈에 들어오는 - 하지만 곧 무럭무럭 자라나갈 예정인 이 서비스를 이 시점에 맡게 된 것도, 또한 부족해 빠뜨리고 흘린 부분을 채워주고 보완해주는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것도 참 잘한 선택이고 또 복이다 싶다.
북클럽은 트레바리가 제안하는 가장 기본적인 제품이고 서비스다. 비록 완전히 처음부터는 아닐지언정, 적어도 이번 시즌 새로이 선보이는 북클럽의 경우는 초기 기획부터 이래저래 숟가락을 얹게 되었다. 그리하여 아주 대략적인 기획 초안이 나오고 이번 01-04 시즌 멤버분들께 먼저 소개된 지금은, 내가 제안한 북클럽 들을 사람들이 좋아해 주시면 덩달아 기분이 좋다. 반대로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면 왜 그럴지 어디를 손봐얄지 고민도 된다. 그렇게고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구박받으면서도 주 단위 일단위 심지어 시간 단위 분단위로 새로고침 눌러서 숫자 봐가면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있다 으하.
비록 수는 몇 안되지만, 숫자에 쫓겨가면서도 열심히 신나게 회사일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왜 저리 힘들게 살까 정말로 저들은 저게 즐거울까 의문스러워했던 적이 있었다. 과거의 나는 숫자에는 딱히 관심이 없다고, 그저 밖에 보이는 것이 멋지고 아름답거나 웃겨서 사람들이 좋아해 주면 좋은 거라고 생각했었다. 요즘은 좀 생각이 달라졌다. 그간 얕은 깜냥이라 이해하지 못하던 것들을 이제야 슬슬 이해하게 되었다. 늦지 않게, 내가 정말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전 프로세스에 다 얕게나마 기여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루하루 찍히는 일 등록자 수에도, 또 앞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 타이트하게 신경 써야 할 마케팅 예산 관리도 두렵지만 설레는고나.
3월 24일 14시가 되면, 트레바리 홈페이지 (http://trevari.co.kr)에서 본격적으로 트레바리 5-8 시즌 멤버 모집이 시작된다. 지금까지는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다면, 그때부터는 만드는 거 고치느라 또 만들고 고친 것 열심히 파느라 한동안은 정신이 없을 테다. 으아 막막하고 부담스럽고 재미있고 신나는 밤이다.
*2018년 3월 22일 새벽 1시 10분에, 필자의 페이스북에 포스팅한 글입니다.
*독서모임 기반의 커뮤니티 서비스 트레바리에서 5-8시즌 북클럽 멤버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4/30일)
200여개가 넘는 다양한 주제의 북클럽 (50개 이상의 신규 클럽)
이름만 들어도 깜짝 놀랄만한 클럽장님들과 함께!
다양한 주제로 열리는 커뮤니티 이벤트와,
안국과 압구정에 위치한 트레바리 전용 독서모임 공간 '아지트'
그리고 더 지적인 세상을 만들어갈 멤버들과 함께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