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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육헌 Jul 15. 2018

트레바리에서 마케팅을 한다는 것

트레바리 마케터들이 하는 일, 그리고 앞으로의 일 ver. 2018.07

어느새 한 시즌을 치렀다


나름 재미나게 잘 다니던 회사를 호기롭게 퇴사하고 트레바리에 입사한지도 어언 4개월을 넘어 5개월이 다 되어간다. 트레바리는 네 달을 독서모임 '한 시즌'으로 부르며 독서모임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다. 회사든 인간관계든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한 번씩은 겪어봐야 한다지 않나. 4개월 단위로 새로운 시즌이 찾아오는 덕에, 1년보다 짧게 한 사이클을 밀도 있고도 속도감 있게 경험했다 싶다. 한 시즌을 '치렀다'고 표현하고 싶어졌다.


그런 와중에 -개인 SNS 포스팅들이나 여러 저자분들과 함께 발행한 PUBLY 디지털 콘텐츠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를 통해 짤막짤막하게 무슨 일을 하는지 소개하긴 했지만- 여전히 그래서 너는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있기도 하다. 우스갯소리처럼 '개발과 디자인과 독서모임 운영 빼고 다 해요'라고 이야기하고 있긴 한데, 나를 위해서든 밖에 이야기하기 위해서든 하고 있는 일을 주기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필요를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무슨 일을, 왜 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 지에 대해 써보려 한다.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


1. 신규 독서모임 기획
2. 독서모임 모집 마케팅
3. 멤버십 제휴 혜택 운영
4. 트레바리 브랜딩


지금까지 한 일을 돌이켜보면서 몇 개의 덩어리로 나누자니 위와 같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서비스를 기획하고 실제로 판매하는 일, 멤버들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고, 또한 안팎으로 일관성을 유지하는 일들을 하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지 않을랑가.




얼마 전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 세미나에서 쓴 슬라이드. 많은 분들이 웃어주시고 공감해주시고 가엾게 여겨주셨다.




1. 신규 독서모임 기획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것,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것, 시장이 원하는 것 간의 교집합을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제품 기획자에게 필요한 역량 중 하나일 테다. 트레바리가 제공하는 제품은 더 나은 우리를 위한 독서모임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다. 말인즉슨, 독서모임이야말로 트레바리가 제공하는 커뮤니티 서비스의 뿌리이자 원천이자 메인 프로덕트라는 것.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고 이를 신규 독서모임 기획 속에 녹여내는 것은 마케터로 입사한 내게 주어진 첫 숙제이기도 했다.


5-8월 시즌 오픈 시에는 '우리가 얼마나 니치한 주제까지 팔아볼 수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모임들을 기획했다. 그 결과물로 프로파일링 관련 도서를 읽는 프로파일러, 책을 읽고 뮤지컬을 보며 함께 이야기 나누는 북뮤지컬, 이런저런 사이드 프로젝트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사이드 프로젝트와 같이 세분화된 주제의 책을 읽는 독서모임들을 성공적으로 런칭하고 매진시켰다(!) 그 과정에서 진통 또한 겪었다. 니치한 주제를 다루는 독서모임의 경우 수요는 많을지언정 이 모임을 이끌어줄 훌륭한 파트너를 모시기 쉽지 않아, 파트너를 모집하고 배치하시는 운영 크루들에게 부담을 드리게 되었던 것 같다. 또한 성공적으로 런칭된 클럽만큼이나, 수요가 충분치 않아 폐지된 클럽 또한 많았다. (구글 딥다이브, 미니멀리즘 모두 안녕...)



이런 독서모임들을 새로이 열었다. 모두 완판시켰다(!)




많은 것을 배웠고, 그리하여 이번 시즌과 앞으로의 방향성은 과거와는 또 달라질 예정이다. 세상에 없었던 더 니치한 주제의 독서모임을 만드는 것보다는 오히려 독서모임의 원형이라 불릴 수 있는 것들을 조금 더 잘 파는 형태에 집중해야지, 생각하고 있다. 운영 크루들의 부담을 덜어드리면서 동시에 빠르고 지속 가능한 확장을 해내기 위해선, 여러 사람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 적당히 느슨한 바운더리의 주제가 좋겠다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시장이 원하는 것만을 제공하는데서 그치지는 않으려 한다. 트레바리에서의 독서모임 기획이란, 우리가 이 시대를 살아나가기 위해 필요한 지적 역량을 함께 업데이트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니까. 그렇게 꽤나 재미있게,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트레바리를 통해 동시대와 함께 호흡하며 스스로를 업데이트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2. 독서모임 모집 마케팅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널리 알려지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랴. 네 달로 구성된 한 시즌의 후반기 두 달은 본격적인 독서모임 모집 마케팅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그 기간 동안 어떤 메시지와 비주얼을 어떤 채널을 통해 전달할 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입사하기 전만 해도 마케팅을 전담으로 하는 크루가 있진 않았던지라, 트레바리 크루 단체사진을 활용한 간단한 페이스북 광고 집행이나 대표이신 수영 님의 언론 인터뷰가 마케팅과 PR의 전부였다. 그러니 앞으로는 여러모로 더 잘할 수 있는 여지가 많고, 또한 더 잘해야 하는 일이다.


지금의 성장세를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기에 더하여, 더 적극적으로 우리가 어떤 활동들을 해왔는지, 무슨 책을 읽고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왜 책을 함께 읽고 독후감을 쓰고 이야기 나누어야 하는지 더 잘 설명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두 달간 반짝 페이스북 광고를 집행하고 모집기간이 종료되면 뚝 그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내어야지.




3. 멤버십 제휴 혜택 운영


트레바리의 멤버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독서모임 하나에 가입하고 마는 일만은 아니다. 멤버들만의 공간 '아지트'를 사용할 수도 있고, 다양한 강연과 체험 등의 '커뮤니티 이벤트'도 준비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트레바리 멤버가 되는 즉시 누릴 수 있는 '멤버십 혜택'도 있다. 멤버십 제휴 혜택 운영은 한 달 한 번의 독서모임에 그치지 않고,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관점과 취향, 그리고 경험을 소개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감사하게도 트레바리를 어여삐 여겨주시는 여러 파트너사들과 함께 논의하여, 트레바리 시즌 멤버만을 위한 혜택을 알차게 만들어 나가고 있다.

 

가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트레바리 멤버 여러분들이 멤버십 혜택을 알차게 활용하시는 모습을 볼 때면 어찌나 뿌듯한지 모르겠다. 트레바리 멤버십 가격이 비싸다고 여기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사실 요런 멤버십 혜택을 알차게 사용하는 것만으로 뽕(?) 뽑을 수 있다는 비밀도 살포시 함께 전한다.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라는 비전에 부합하는 파트너사들을 발굴하고, 더 많은 멤버들이 더 큰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 여기고 있는 중이다.




안국 아지트 카페에서, 제주도에 위치한 숙소에서, 미술품을 구매할 때도 할인을 받으실 수 있어요. 트레바리 멤버니까!




4. 트레바리 브랜딩


거창한 브랜드 가이드라인과 목업을 만드는 대신, 작고 빠르게 시작하려 했다. 트레바리에서는 브랜딩을 같은 곳을 바라보는 aligning으로 정의하고 있다.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으려면, 우리가 어떠한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서비스를 제안하고 있는지, 우리는 어떤 성격의 브랜드를 만들어나갈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러 언론 인터뷰와 글들, 트레바리에 대한 크루들의 의견들을 취합하고 열심히 참고하며 트레바리의 vision과 value, brand promise를 정립하는 시간을 가졌다.


Brand vision: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

Brand value: 지적인 / 유머러스한 / 거리낌 없는 / 선도하는 / 현실적인

Brand promise: ‘더 나은 우리’를 위한 독서모임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


지금은 이렇게 정리한 내용들을 구체적인 결과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고민 중이다. 트레바리 다움은, 트레바리다운 독서모임은, 트레바리다운 글은, 트레바리다운 공간은 과연 어떤 것일까. 우리는 아직 부족하나마 이 질문에 조금씩 답을 내어놓고 또 계속 개선해나가는 과정에 있다. 함께 일하는 크루들과 트레바리 커뮤니티를 함께 가꾸는 멤버, 파트너, 클럽장 분들, 밖으로는 잠재 고객들과 여러 파트너사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트레바리의 서비스 그 자체, 그리고 쓰는 말과 글, IT 프로덕트와 오프라인 공간에서 일관성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 말이다.







트레바리 마케팅팀의 일


이것저것 많이 적었지만, 실은 자잘하고 별거 없어 보이는 일의 연속일 때가 많다. 페이스북 메시지에 하나하나 답장하느라 시간을 왕창 잡아먹기도 하고, 하루하루 멤버십 등록자 수에 일희일비하기도 한다. 모집 시즌이면 카톡으로 한 명 한 명 영업하느라 바쁘다. 온라인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고된 수작업으로 시간을 보내야 할 때도 있었다. 아직까지 아주 정밀한 분석은 꿈도 못 꾸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낫고, 오늘보다 내일은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고 실제로도 그래 왔다.


여기에 더하여 대부분의 일이 아직 제대로 걸음마도 떼지 않은 초기 단계라, 처음을 세팅하는 재미마저 있다. 모든 것이 백지라는 것, 그리하여 내가 쓰는 것이 초안이 된다는 것은 두려우면서도 즐거운 일이었다. 심지어 비교대상조차 없으니까! 앞으로도 당분간은 구린 초안일지언정 마구마구 써보는 단계일 테니 설레지 않을 자신이 없다 후후.


처음 두 달은 나 혼자 끙끙거렸다. 4월 중순부터는 바 크루로 일하다 마케팅 크루로 전직(?)하신 선영님과 함께 으쌰 으쌰 하고 있다. 패기 넘치게 벌려놓고는 시간에 쫓겨 고통받는 일이 허다하긴 하지만, 트레바리 마케팅팀은 오늘도 즐겁게 일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트레바리 마케팅팀에서 인턴으로 함께 일할 분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해온 일도 재밌지만, 앞으로 할 일은 더 재밌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시면 된다고 합니다!

** 마케팅 인턴 채용 종료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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