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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찬 이규봉 Aug 03. 2021

14. 정수비와 음계

2/3와 4/3, 피타고라스 방법과삼분손익법

음은 왜 12개인가?


   앞서 설명했듯이 동서양을 불문하고 모두 12개의 음이 결합하여 온갖 음악을 만들어낸다. 물론 이 12개의 음을 모두 다 사용하는 것은 아니고 서양은 주로 7개의 음을, 우리나라는 주로 5개의 음을 사용한다. 그래서 서양은 음악이 주로 7음계로 이루어지고 우리나라의 전통음악은 5음계로 이루어진다. 물론 여기서 동서양은 모든 동서양이 아니라 알파벳으로 대표되는 서양과 한문과 한글로 대표되는 중국과 한국 등을 말한다.

   알파벳 26개의 글자는 자음과 모음이 서로 결합하여 수도 없이 많은 단어들을 만들어낸다. 마찬가지로 한글 24자도 엄청 많은 단어를 만들어낸다. 알파벳은 오직 옆으로만 나열하여 만들지만 한글은 받침이 있어 아래와 옆에 섞인 것을 나열하여 단어를 만든다. 이처럼 글자들은 단어를 구성하고, 단어들이 모여 문장이 되며, 문장들이 모여 한 편의 글을 완성한다. 마찬가지로 음악은 글자에 해당하는 12개의 음을 나열하여 마디를 만들고, 마디가 모여 악절이 되며, 악절이 모여 노래가 된다. 서양은 음을 가로와 세로로 나열하고 동양은 가로로만 나열한다. 그래서 서양은 동시에 서로 다른 음들이 함께 나오는 화성적 화음을 만들고 동양은 차례로 나온 음이 섞인 선율적 화음을 만든다.

   영어의 기원은 이루 복잡하기 이를 데 없고 매우 오래되었지만 한글은 불과 570년 전에 누가 언제 왜 만들었는지 명확하게 기록으로 남아있다. 서양의 12음은 2600년 전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에 그 기원을 두고 있으나 동양의 12음은 그보다 훨씬 오래전에 나왔음이 기록으로 남아있다. 동서양은 지리적인 위치와 시대적인 시간이 완전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음의 구성은 똑같이 12개이며 이들 음이 모두 반음으로 이루어진 것 역시 똑같다. 신기하지 않은가? 그런데 만든 방법까지도 똑같다.

   물론 사람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듣기에 음들 사이에는 편안하게 잘 어울리는 음이 있고 또한 듣기에 불편한 어울리지 않은 음이 있다. 당연히 어울림이 좋은 음을 찾아서 음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찾은 음들을 옥타브 내로 적당히 간격을 나누어 배열하고, 또 그다음 옥타브 위에 반복해 사용했을 것이다. 서양에서 음계를 최초로 체계화 한 사람은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이다. 피타고라스는 수학적 원칙을 기본으로 체계적인 조율을 했다. 중국에서는 삼분손익법을 이용하여 음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 두 방법의 기본 원칙이 동일하다.

   모든 음은 배음을 함께 낸다고 하였다. 비록 첫 음이 가장 커서 잘 느끼지는 못하지만 음은 늘 배음과 함께 나온다. 배음에는 화성이 깔려있다. 우리는 늘 이러한 화성을 듣고 있다. 항상 이런 것을 접하다 보니 익숙해지고 듣기 편해졌다. 같은 높이의 음끼리 함께 듣는 것에는 아무런 느낌이 없이 그냥 편했을 것이다. 줄을 반으로 줄이거나 두 배로 늘려서 나오는 소리도 함께 들으면 별 불편함이 없었다. 비록 하나는 고음이고 하나는 저음이자만 잘 어울린다.

   음을 만드는 방법으로 피타고라스가 사용한 방법이나 삼분손익법은 모두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었다고 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소리가 발생하는 원리를 이용하였다, 자연스러운 원리가 동서양이라고 다를 리가 있나? 그러다 보니 지리적, 그리고 시대적으로 확연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음을 만든 그 방법이 결국 같을 수밖에! 그런데 동서양 구별 없이 왜 음은 꼭 12개뿐인가? 이 소리의 원리에 정수비 2/3와 4/3가 포함되어 있다. 

   앞서 줄을 양분하는 대신 줄을 3등분 하자. 그러면 그중 두 개에서 울리는 음은 줄의 길이가 2/3로 짧아져 원래 줄에서 내는 음보다 그만큼 더 높다. 원래 음과 짧아져 나오는 음을 함께 들어보니 잘 어울린다. 이번에는 하나 더 추가하여 더 길게 하자. 그러면 나오는 음은 줄의 길이가 4/3로 늘어나서 그만큼 더 낮다. 그런데 또 이 둘은 원래 음과 옥타브 관계는 아니지만 원래 음과 서로 잘 어울린다. 이들 음은 모두 원래 음에서 나오는 배음의 4번째 이전에 나오는 음으로 무의식적으로 늘 듣던 소리로 아주 편하게 들린다.

피타고라스 방법


   배음들은 한 옥타브 내에서 보면 1:2, 2:3과 3:4 등등의 주파수 비로 화음을 이룬다. 1:2의 관계는 옥타브의 관계이므로 결국 같은 음이다. 피타고라스 방법은 주어진 줄의 길이를 2:3의 비율로 줄이거나 늘리는 방법이다. 이는 온음계를 기준으로 하면 완전5도씩 음을 쌓거나 내리는 방법이다. 아래 그림은 도(C)를 기준으로 했을 때 2:3의 비율로 줄이거나(내분) 늘린(외분) 것이다. 길이가 2/3로 줄어들면 완전5도 위 솔(G)이 나오고, 길이가 3/2로 늘어나면 완전5도 아래 파(F)가 나온다. 

   이 방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래 두 가지 방법으로 음을 각각 구한 후 같은 음끼리는 서로 비교하여 정수비가 작은 것을 택해 음계를 만든다. 처음에 음을 높여가며 음계를 만드는 방법을 올려쌓는 방법이라 하고, 반대로 내려가며 음을 만드는 방법을 내려쌓는 방법이라고 하자. 편의상 올려쌓는 방법에서는 기준 줄의 길이를 1이라 하고, 내려쌓는 방법에서는 그 반인 1/2이라고 하자. 내려쌓는 방법에서 기준 줄의 길이를 반으로 줄인 이유는 올려쌓은 방법으로 나오는 음과 같은 옥타브 내에서 음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해서 나오는 줄의 길이는 모두 1/2에서 1 사이로 같은 옥타브 안에 있다.


   올려쌓는 방법 길이를 2/3로 줄이고, 또다시 2/3로 줄이는 과정을 반복하되 그 길이가 

   1/2보다 작아지면 두 배를 한다. 

   내려쌓는 방법 길이를 3/2배 늘리고, 또다시 3/2배 늘리는 과정을 반복하되 그 길이가 

   1보다 커지면 반으로 나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올려쌓는 방법에서 음을 내는 처음 줄의 길이가 1이므로 그다음 줄의 길이는 2/3로가 된다. 그다음 줄의 길이는 줄어든 이 줄의 또 2/3로이니 4/9가 된다. 그러나 이것은 1/2보다 작으므로(옥타브 위) 두 배하여 8/9이 된다. 세 번째 음은 두 번째 음의 2/3로인 16/27이 된다. 네 번째 음은 32/81로 다시 1/2보다 작으므로 2를 곱하여 64/81가 된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길이가 1/2보다 작게 되어 두 배 하는 과정이 포함된 곳은 ‘2, 4, 6, 7, 9, 11’번째로 모두 6곳이다. 기준 음을 C라고 하면 처음 생성된 음은 완전5도 높은 G음이 된다. 그다음 과정에 한 옥타브 높은 D음이 생성되나 이를 두 배 했으므로 같은 옥타브 안의 D음이 생성된다. 이와 같은 과정을 계속 반복하면 다음과 같은 표를 얻는다. 소수로 표현한 항목이 있는 이유는 크기를 쉽게 비교할 수 있게 함이다.

  12번째 생성된 음은 처음 음의 옥타브와 일치하지 않고 그것보다 약간 더 높다. 원래 음의 옥타브 위는 정확하게 길이의 반인 0.5이다. 이 약간의 차이가 화성에 문제를 일으킨다. 

   기본 줄의 길이를 2/3배 하여 구한 완전5도 위의 음은 한 옥타브 위의 음에서 완전4도 아래인 음과 같다. 다시 말하면 C에서 완전5도 위 음 G는 옥타브 C에서 완전4도 내린 음이다. 수식으로 표현하면 2/3=1/2x4/3이다. 띠라서 기본 줄의 길이를 2/3배 한 것은 기본음의 옥타브 음의 길이인 1/2에 4/3배를 하여 내려가며 음을 찾는 것으로 그 결과는 위 표와 같다.

   내려쌓는 방법에서 기본음을 내는 줄의 길이는 1/2이므로 그다음 줄의 길이는 3/2배 한 3/4이 된다. 그다음은 9/8이나 이것은 1보다 크므로(옥타브 아래) 반으로 나누어 9/16가 된다. 세 번째 음은 두 번째 음의 3/2인 27/32이 된다. 네 번째 음은 81/64이 되나 이 역시 1보다 크므로 반으로 나누어 81/128이 된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길이가 1보다 크게 되어 반으로 나누는 과정이 포함된 곳은 올려쌓는 방법과 마찬가지로 ‘2, 4, 6, 7, 9, 11’번째 모두 6곳이다. 기본음을 C라고 하면 첫 번째 음은 완전5도 낮은 F 음이 된다. 그다음 과정에 한 옥타브 낮은 Bb 음이 생성되나 반으로 나누었으므로 같은 옥타브 안의 Bb 음이 생성된다. 이와 같은 과정을 또다시 반복하면 다음과 같은 표를 얻는다. 이 표에서 나온 길이의 비를 두 배하여 역수로 만들면 올려쌓는 표에서 제시한 길이의 비가 된다.  

  12번째 생성된 음은 처음 음의 옥타브 아래와 일치하지 않고 조금 더 낮다. 따라서 올려쌓기나 내려쌓기나 기본음과 12번째 생성된 음의 음 간격은 한 옥타브를 약간 넘는다. 이 차이를 ‘피타고라스 콤마(Pythagorean comma)’라고 한다. 두 방법의 피타고라스 콤마를 비교하면 올려쌓는 방법에서 옥타브 위인 0.5와 12번째 줄의 길이의 상대적 오차는 0.5를 12번째 줄의 길이로 나눈 것이다. 즉 올려쌓는 방법의 12번째 줄의 길이를 두 배한 수의 역수로, 이는 내려쌓는 방법의 12번째 줄의 길이로 서로 같다.


1/(2*(262144/531441))=1.0136


즉 피타고라스 방법으로 음을 만들면 옥타브에서 1.36% 정도의 음의 차이가 생긴다. 이는 귀가 예민한 사람이면 알아차릴 정도의 오차이다. 그래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두 피타고라스 방법으로 생성된 음들을 음의 높이 순으로 나열하고 그 길이를 비교하면 다음 표와 같다. 차는 내려쌓음에서 올려쌓은 것을 뺀 것이다. 두 방법으로 나온 각각의 음들은 서로 같지 않고 약간의 오차가 있다. 정수비가 간단할수록 잘 어울리므로 같은 음에서는 정수비가 간단한 음으로 택하면 그것이 피타고라스 음계가 된다.

   길이의 차가 모두 양수인 것으로 보아 내려쌓는 경우의 줄의 길이가 올려쌓는 경우보다 모두 약간 더 길다. 즉 내려쌓는 경우의 음이 아주 조금 떨어진다. 그 차이는 약 1% 안팎이다. 이 두 음 중 정수비가 간단한 음으로 정리한 것이 피타고라스 음계이다.

   다음 표는 피타고라스 음계에서 반음계와 온음계의 이웃한 음끼리의 차이로 각 음에서 이웃한 낮은음으로 나눈 비이다.

   이 표에서 보듯이 온음계에서 온음 사이의 간격은 모두 그 비가 8/9로 동일하며 반음 사이도 모두 243/256로 같다. 그러나 반음계에서는 반음 사이의 간격이 모두 일정한 것이 아니라 243/256과 2048/2187가 교대로 나온다. 즉 반음끼리라고 그 음의 차이가 모두 같은 것이 아니다.  243/256 > 2048/2187이므로 미(E)와 파(F) 사이의 반음 차이가 파(F)와 피(F#) 사이의 반음 차이보다 더 좁다. 왜냐하면 높낮이는 거리에 반비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243/256과 2048/2187을 각각 피타고라스의 림마(Limma)와 아포토메(Apotome)라 하며, 중국에서는 소반음(小半音)과 대반음(大半音)이라고 한다.

   피타고라스 음계를 따르면 기본음보다 온음 높은음은 줄의 길이가 기본음일 때 길이의 8/9일 때 나오며, 반음 높은음은 기본음일 때 줄의 길이의 243/256일 때 나온다. 따라서 반음 위의 반음이 온음 높은 것과 같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C보다 반음 높으면 C#이고 C#보다 반음 높으면 D이다. 그러나 C를 내는 줄의 길이를 1로 보았을 때


0.8889 = 8/9 < 243/256 x  243/256 = 0.9010


이므로 반음씩 두 번 올라온 음이 온음 높은 것보다 음이 낮다. 피타고라스 콤마는 반음씩 두 번 올라 온음이 되기 위해 부족함을 메우는 수로 사용된다. 즉


8/9 x 531441/524288  = 243/256 x 243/256


으로 반음정 올린 음과 반음정 내린 음 사이의 간격이 피타고라스 콤마이다. 참고로 피타고라스 콤마  531441/524288를 소인수 분해하면  3^12/2^19 이다.

   88개의 표준 피아노 건반에서 가장 낮은 C1에서 출발하여 가장 높은 C8에 도착하려면 한 옥타브씩 7번 올라가거나 또는 완전5도씩 12번 올라가면 된다. 이를 수식적으로 표현하면  (1/2)^7 = (2/3)^12 이라는 뜻이다. 이것이 성립한다면  3^12 = 2^19 가 된다. 왼쪽은 홀수이고 오른쪽은 짝수이다. 이는 결코 성립할 수 없다. 바로 피타고라스 콤마가 이 두 수의 간격을 채워준다.


(1/2)^7/(2/3)^12  = 3^12/2^19 = 1.01364


   화성을 주로 사용하는 서양 음악에서 피타고라스 콤마란 부족한 2%에 해당한다. 이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노력한 결과 순정률과 평균율이 나왔다. 피아노는 평균율에 의해 만들어졌으므로 한 옥타브씩 7번 올라가거나 또는 완전5도씩 12번 올라가면 두 음은 일치한다.


단순 정수비 순정률


   피타고라스 방법의 가장 큰 문제는 피타고라스 콤마가 생기는 것이다. 한 옥타브 안에서는 별 문제가 없지만 옥타브 아래위로 음을 쌓다 보면 약간의 차이로 불협화음이 생긴다. 이는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이다. 또한 일부 음에 대해서 그 정수비가 복잡하다. 음정은 그 차이가 간단한 자연비일수록 더 잘 어울린다. 그래서 프톨레마이오스는 피타고라스 음계에서 정수비가 복잡한 비, 즉 분모와 분자가 둘이나 세 자리인 경우 약분이 가능한 가까운 수로 대체하여 간단한 정수비로 나타냈다. 길이의 비는 진동수(주파수)의 비와 반비례하므로 이제부터는 진동수의 비로 살펴보자. 진동수가 클수록 음이 높고 작을수록 음이 낮음을 상기하자. 

   피타고라스 음계에서 정수비가 복잡한 경우 좀 더 단순하게 다음과 같이 바꾸었다.


81/64=80/64=5/4, 27/16=25/15=5/3, 243/128=240/128=15/8


즉 도의 진동수를 1로 보았을 때 미에 해당하는 비 61/64 대신에 5/4로, 라에 해당하는 비 27/16 대신에 5/3로, 그리고 시에 해당하는 243/128 대신에 15/8로 대신하여 순정률의 비가 모두 피타고라스의 비보다 약간 작다. 다음 표는 도(C)의 진동수를 1로 했을 때 피타고라스 음계와 순정률의 진동수를 비교한 것이다. 차이는 피타고라스에서 순정률을 뺀 것이다. 그 차이가 모두 양수이므로 순정률이 E, A, B 음에서 모두 약간 낮다.


   순정률의 음계로 보면 주요 화음인 ‘도미솔’, ‘솔시레’, ‘파라도’는 모두 진동수의 비가 4:5:6이다. G7 화음인 ‘G-B-D-F’의 진동수의 비는 36:45:54:64이다. 그러나 64를 63으로 약간 바꾸면 이는 4:5:6:7로 간단히 표현이 된다. 보통 사람은 G7을 36:45:54:64의 비로 듣기보다는 4:5:6:7의 정수비로 듣게 된다고 수학자 오일러는 주장한다. 

   순정률에도 문제가 있다. 다(C)장조의 노래 ‘도도솔솔 라라솔’을 한 음 올려 조옮김하면 라(D)장조 ‘레레라라 시시라’가 된다. 이때 원곡의 ‘도-솔’의 진동수 비는 2:3이나 조옮김한 곡의 ‘레-라’는 27:40으로 서로 다르다. 이 차이는 불협화음으로 인식할 정도로 크다.


9/8 : 5/3 = 27:40 != 2:3 = 1:3/2


따라서 순정률 역시 피타고라스 방법과 똑같은 조옮김이 불편하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삼분손익법


   삼분손익법(三分損益法)은 중국의 음률 산정법으로 삼분손일(三分損一)과 삼분익일(三分益一)을 교대로 적용하여 12율(律)을 얻는 방법이다. 이는 중국의 고서인 <관자>와 <율려신서> 등, 그리고 조선 성종 때 만든 <악학궤범>에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세종 때 악기를 정비하여 12율을 소리 내는 12율관을 제정했다.

   서양에서는 줄의 길이를 이용했으나 중국에서는 굵기가 일정한 대나무를 사용하여 음의 표준인 ‘황종율관’을 정하였다. 이 방법은 기본음 황종이 소리 나는 율관을 기준으로 하여 그 율관의 길이의 1/3을 빼거나(삼분손일) 또는 더하는(삼분익일) 과정을 되풀이하여 나머지 11율을 얻는다. 과정 중에 율관의 길이가 기준 율관 길이의 반보다 작아지면 그 전 단계를 한 번 더 시행한다. 

   기본음을 삼분손일하면 그 길이가 2/3가 되고, 삼분익일하면 4/3가 되므로 삼분손일한 것에 대하여 삼분익일한 것은 그 길이가 두 배가 된다. 따라서 기본음을 삼분손일 한 음은 기본음을 삼분익일 한 음의 옥타브가 된다. 또는 2/3 = 1/2 x 4/3이므로 기본음의 옥타브 음을 삼분익일한 음과 같다. 그러므로 삼분손익법에서 삼분손일을 먼저 하든 삼분익일을 먼저 하든 결과는 같다.


   삼분손익법 기본 율관의 길이를 2/3배 작게 하고, 다시 그 길이를 4/3배로 크게 하는 

   과정을 반복하되 그 길이가 기본 율관 길이의 반 이하로 작아지면 그 전 단계를 한 번 

   더 시행한다.


   삼분손익법에서 2/3배 작게 하는 것은 삼분손일에 해당하고, 4/3배로 크게 하는 것은 삼분익일에 해당된다. 처음 관의 길이를 1이라고 하면 그다음 관의 길이는 삼분손일하여 2/3이고, 그다음 음은 삼분익일하여 2/3 x 4/3 = 8/9가 된다. 세 번째 음은 또 2/3를 곱하므로 16/27, 네 번째 음은 64/81이다. 다섯 번째 음은 128/243이다. 그러나 여섯 번째 음은 128/243 x 2/3 = 256/729으로 1/2보다 작다. 그러므로 삼분손일 대신 삼분익일 하여 128/243 x 4/3 = 512/729가 된다. 이것은 피타고라스의 올려쌓기 방법에서 1/2보다 작으면 두 배 하는 것과 같다. 이후 과정 역시 모두 같다. 따라서 삼분손익법과 파타고라스 방법에서 올려쌓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같다. 차이점이라 할 것 같으면 피타고라스 방법은 삼분익일을 하지 않고 삼분손일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똑같다. 

   기본음인 황종의 길이를 81로 시작하면 임은 54, 태는 72, 남은 48, 고는 64가 된다. 64는 3의 배수가 아니므로 그다음 음부터는 정수로 되지 않는다. 삼분손익법에 의한 길이의 비와 생성된 음은 다음과 같다.

   삼분손익법은 기준율을 포함하여 8율씩 거리(황에서 임까지 8음)를 두고 계속 반복하여 12율을 만든다고 하여 격팔상생법(隔八相生法), 6율씩 거리(황에서 뒤로 임까지 6음)를 두고 계속 뒤로 반복하여 12율을 만든다고 하여 순팔역육법, 기준율을 제외하고 위로는 7율 위, 아래로는 5율 아래 음이라 해서 칠상오하법(七上五下法)이라고도 한다. 격팔상생법은 완전5도씩 올려쌓는 것을 말하고 순팔역육법은 옥타브 위에서 완전4도씩 내려쌓는 것을 말한다. 

   기본음인 황종의 길이를 81로 시작할 때 정수로 나오는 다섯 음인 ‘임, 남, 황, 태, 고’를 정음(正音)이라 하며 전통음악에서 주로 사용된다. 12율의 이웃한 음 간격을 0.5라 하면 ‘林, 南, 黃, 太, 姑’의 음 간격은 ‘1-1.5-1-1’로 서양 음계의 ‘솔, 라, 도, 레, 미’와 같다.

   ‘林, 南, 黃, 太, 姑’를 7율(완전5도) 내리면 ‘黃, 太, 仲, 林, 南’이 된다. 여창들은 “林, 南, 黃, 太, 姑”의 조로 노래를 부르며 남창들은 7율(완전5도) 위 또는 5율(완전4도) 아래인 “黃, 太, 仲, 林, 南‘의 조로 부른다.


동서양 두 음계의 비교


   비록 지리적으로 그리고 시대적으로 완전히 다르나 배음에서 나온 2:3이나 3:4와 같은 특정한 정수비는 동양과 서양을 가리지 않고 음을 생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뿐 아니라 음을 생성하는 과정까지도 매우 비슷했다.

   삼분손익법의 “기본 율관의 길이를 2/3배 작게 하고, 다시 그 길이를 4/3배로 크게 하는 과정을 반복하되 그 길이가 기본 율관 길이의 반 이하로 작아지면 그 전 단계를 한 번 더 시행한다.”를 다시 살펴보자.  “그 길이가 반 이하로 작아지면 그 전 단계를 한 번 더 시행한다.”는 것은, 그 전 단계에서 2/3배를 하였기에 1/2보다 작아진 것이므로 다음 단계의 음은 2/3 대신 한 번 더 4/3배 하여 얻는 것과 같다. 4/3 = 2/3 x 2이므로 이는 올려쌓는 피타고라스 방법에서 “2/3로 줄이되 그 길이가 기준 줄의 길이의 반 이하로 작아지면 두 배를 한다.”와 같은 뜻이다. 따라서 삼분손익법은 올려쌓는 피타고라스 방법과 완전히 일치한다. 

   피타고라스와 삼분손익법에 의한 온음계의 길의 비를 비교한 다음 표를 살펴보자. ‘황, 태, 고, 유, 임, 남, 응’은 대응되는 피타고라스에 의한 음과 같다. 그러나 ‘중’과 ‘F’의 길이 사이에 3/4 >131072/177147이 성립하므로 ‘황’을 ‘C’로 보았을 때 ‘중’은 ‘F’보다 약간 음이 높다. 그래서 전통음악에서 중은 조금 높이 불거나 내야 한다.

평균율과 센트


   피타고라스 방법과 순정률에 의한 음계의 문제점은 각 이웃한 음정의 비가 일정하지 않아 조를 옮기는 데 있어서 불편함이 따른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한 음계가 평균율에 의한 음계이다. 평균율에는 자연스러운 정수비 대신 인위적인 무리수가 개입되었다.

   서양에서 최초로 평균율을 고안한 사람은 수학자 메르센(M. Mersenne 1588~1648)이다. 한편 중국에서는 이보다 더 먼저 나왔다. 『악률전서(樂律全書)』의 「율려정의(律呂精義)」 편을 보면 주재육(朱載堉, 明, 1536~1610)이 평균율을 세계 최초로 산출해냈다. 삼분손익법을 사용하지 않고 완전한 옥타브 음을 얻은 것이다. 서양은 화성의 필요성으로 인해 음계가 평균율로 대체되어 지금까지 내려왔으나 선율적 화음을 갖고 있는 동양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더 이상의 응용이 없었다. 

   평균율은 옥타브 사이의 12개 음의 비를 균등하게 나눈 것이다. 기준음 C의 주파수를 1로 볼 때 옥타브 위 음의 주파수는 2가 된다. 따라서 음 사이의 비를 r이라 하고 같은 비율로 곱하여 12번째에 2가 되려면 r^12=2가 되어야 한다. 이 방정식의 해는 r=2^(1/12)이다. 즉 반음정에 해당하는 이웃 음에 대한 비는 2^(1/12)=1.05946로 모두 똑같다. 2^(1/12)는 유리수가 아닌 정수비로 이루어질 수 없는 무리수이다. 

   피타고라스 방법과 순정률은 유리수에 기반을 둔 반면 평균율은 이러한 무리수에 기반을 두었다. 평균율을 사용하면 각 음정의 사이가 모두 일정하게 되어 조옮김에 아무런 불편함이 없게 되었다. 단지 자연스럽게 들리는 음은 비교적 아니라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까? 그래도 이 평균율이 음계를 평정했다. 지금은 거의 다 평균율에 따라 음악을 하고 악기를 제작한다.

   음을 쉽고 정확하게 구별하기 위해 센트(cent)라고 하는 개념이 도입되었다. 한 옥타브 음의 구간을 1200칸으로 균등하게 나누고 그 한 칸을 1센트라고 한다. 따라서 기준음이 0센트이면 옥타브 위의 음은 1200센트이다. 반음의 간격은 100센트이고 온음의 간격은 200센트가 된다.

   센트의 개념으로 볼 때 사람이 구별할 수 있는 최소의 음정은 6센트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피타고라스 콤마는 약 24센트가 되어 조금만 청각에 민간해도 충분히 알아챈다. 그래서 평균율이 도입되기 전까지 늘 이 문제를 신경 써야 했다.

   센트의 개념에는 밑수가 2인 로그함수 log_2(x)의 개념이 들어간다. 로그함수는 항상 양수이며 x가 커지면 log_2(x)도 커지는 증가함수이다. 믿습니까? 또한 log_2(1)=0이고 log_2(2)=1이다. 기준음의 주파수 1에 대한 센트를 0으로 보았을 때 주파수가 2인 옥타브 위의 C 음은 1200센트이다. 이 사이가 일정한 비율로 증가한다. 따라서 주파수(또는 진동수)가 f인 음의 주파수에 해당하는 센트를 얻는 공식은 1200xlog_2(f)가 된다. 예를 들어보자. 주파수가 1이면 1200xlog_2(1)=0센트이고, 2이면 1200xlog_2(2)=1200센트이다.

   위 표를 보면 정수비를 통해 자연스럽게 구한 피타고라스 방법과 순정률, 그리고 삼분손익법에 의한 음들은 음 사이가 불규칙한 것에 비해 무리수를 통해 인위적으로 구한 평균율에 의한 음들은 매우 규칙적으로 증가함을 알 수 있다. 또한 순정률에 의한 음계는 피타고라스보다 높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한편 같은 음이라도 삼분손익법에 의한 음이 가장 높음을 알 수 있다. 앞서 설명했지만 특히 중(中)에 해당하는 음은 그에 대응하는 파(F)음에 비해 피타고라스 콤마 차이만큼이나 특히 높다. 

   끝으로 서양 악보인 오선보에 결코 뒤지지 않는 악보가 우리에게 있다. 그것은 세종이 만든 정간보(井間譜)라는 악보이다. 정간보는 한 칸을 한 박자로 보고 그 위에 음을 적어놓는 악보이다. 따라서 오선보를 보면 음표가 위에 있으면 높은음 아래에 있으면 낮은음이 되는 것처럼 음의 높낮이를 바로 알 수 있다. 한편 정간보를 보면 정간의 수가 많으면 긴 박자 적으면 짧은 박자라는 식으로 박자의 길고 짧음을 바로 알 수 있다. 오선보에서는 박자의 기호를 알아야 음의 길고 짧음을 알 수 있으나, 정간보에서는 음의 높낮이를 알아야 어느 음이 높은지 낮은 지를 알 수 있다. 다음 그림은 피리 독주곡인 <상령산> 정간보의 일부이다.


□ 시사 및 읽을거리

최행진, 화음의 신비, 교우사, 2008

신현용, 수학 in 음악, 교우사, 2014

권송택 외, 옴니아르스, 음악세계,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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