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될리가 없잖아, 노력해야지
오늘은 갑자기 연락을 주신 귀인께서 운전 연수를 시켜주셨다. 강사를 부르기도 할 거지만.. 지인들 중에 훌륭한 원포인트 코치가 있는데 미처 연락할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다들 너무 바쁘셔.. 그런데도 멀리서 오셔서 두 시간 가까이 가르쳐 주시고, 세차 용품도 골라주시고, 그리고 휙 다시 갈 길을 떠난 도사님 같은 분. 아주 기초적으로 라인 맞추기, 중앙으로 오기 연습을 했는데 나는 감이 참 많이 없다. 감을 찾는 데 귀인의 생각보다 더 걸릴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내 자신에 대한 변명을 했다. 나는 원래 좀 오래걸린다고.. 다이빙도 그렇고 글씨도 그랬다고. 빠르게 습득하지 못하는 능력치의 한계를 스스로 포장해 버린 것 같았다.
진실로, 나는 원래 모든 일이 한 번에 되는 것이 많지 않았다. 습득이 빠르고 내가 내 것으로 소화해서 치고 나가 보여준 것은 밥벌이 하나면 충분한가. 서예와 캘리그라피를 배울 때도, 스쿠버 다이빙을 훈련할 때도 그랬다. 그렇지만 내가 꼭 완결을 짓고 싶은 글은 꼭 어떻게든 마무리를 하게 되었듯이. 좋아하는 것을 잘 하기 위해서 극복해야 하는 과정을 나는 꼭 극복해 내고야 만다. 나는 내가 느리게 완성되는 타입인 것을 잘 안다. 이제는 안다. 그래서 조바심이 나지만, 잘 되지 않는 것에 크게 좌절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전에는 생각보다 잘 안 되는 것에 답답하고, 또 해봐도 안 되면 화가 나고, 나는 왜 여기까지밖에 못할까, 나는 왜 한 끗이 부족할까 한숨 쉬고 나 자신 탓을 할 때가 많았다. 글씨를 배울 때는 획을 그을 때마다 그랬고, 다이빙을 할 때는 한 탱크 한 탱크 입수할 때마다 그랬다. 잘 가는 것 같다가도 실수가 있어 크게 밉보일 것이 생겼고, 다 잘 준비한 것 같다가도 입수하면 당황하는 일들이 생겼다. 아무리 연습해도, 아무리 준비해도 마찬가지의 일이 생기는 것 같았다. 나는 오히려 그 때 좌절했었다. '아무리 해도 이게 끝이 나지 않는구나' 싶을 때. 내가 느리더라도 완성형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달래고, 용기를 내서 나아갔는데도. 나는 왜 계속 여기까지만 되는거지, 나는 왜 조금만 더 나아가면 되는데 그 조금이 안 나가지는 것일까.. 내 능력의 한계치를 탓하고, 좌절하고 실망했다.
그러다가 했던 것은 한결같이 연습. 당연하게도, 연습이었다. 글씨도 수도 없이 많이 쓰고, 다이빙도 틈만 나면 수영장에 같이 가서 연습을 했다. 글씨 한 자 한 자를 잘 완성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고, 다이빙에서도 아주 많은 것들을 미리 꼼꼼히 챙기고, 틈날 때마다 연습을 꾸준히 하면서 부력에 감을 찾고자 했다. 그렇게 해서 겨우 완성된 현재 나의 능력치는, 칭찬을 한 번 들을 때마다 길고 힘들었던 연습의 과정들이 오버랩되어 감개무량하기까지 하다.
운전도 그럴 것이다. 나는 이 새 전기차로 악셀을 밟는 감각, 스스로 공간을 계산하고 다양한 요소들을 순간적으로 캐치하고 판단하는 지혜로움, 두려움 없이 치고 나가 가야 할 길을 가는 순간의 용기까지. 스스로 노력해서 얻어야 한다. 이번만큼은 이대로 기회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가 영영 못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뭐든지 잘 할 수 있는데 잘 안해서 그렇지 하면 다 잘 한다, 역시 이거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잘 해낼 것이다. :) 오늘도 나 자신을 향한 믿음으로 기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