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나홀로 운전을 한 날
오늘은 처음 혼자서 운전을 해 보기로 했다.
위험하게 왜 그런 생각을...
핑계가 많았다
마침 오늘 낮에 오랜만에 뿌리염색을 해서 머리스타일도 예쁘고, 기분도 좋았다. 매일 비가 쏟아지던 주중과 달리 날씨도 좋고, 나의 기분을 살리기 위해 가볍게 나서기 좋은 딱 그런 오후! 어디를 갈까 집에서 검색하던 중, 캠핑숲과 북서울숲을 제치고 성수동이 갑자기 띵 하고 떠올랐다. 공간을 새로 오픈한 동생들이 오라고 했던 메시지가 생각났다. 다만, 그곳은 성수동...
정말 갈 수 있나
성수동 가는 길을 급히 검색해 보았다. 주말 오후 밀리는 것을 감안해도 25분.. 갈 수 있을까. 혼자서는 처음인데.. 모든 것이 처음인 것처럼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누가 있을 수도 없다. 모든 사람은 혼자서 운전을 한다. 다들 하는거야. 다들 이렇게 시작했어. 다 할 수 있어. 몇 번을 중얼거리며 땀이 나는 손을 닦아가며, 집을 나섰다.
빠져나가는 것부터
타이트하게 주차된 차를 조심조심 꺼내 주차장을 빠져나가본다. 좁은 골목길 수준인 주차장을 빠져나가 도로로 나가기 직전, 크게 숨을 쉬었다. 연수를 할 때, 집에서 나서면서 들었던 대화의 순서들을 생각하면서.. 심난해서 방탄소년단의 노래마저 볼륨을 줄이다가 그마저도 잠시 정지. 미안하지만 너무 긴장이 되서 노래를 들을 수가 없었다...
집을 빠져나가니
집을 빠져나가니 별로 어려움 없이 첫번째 좌회전 구간까지 쭉쭉 갔다. 연수강사랑도 자주 집 앞을 오갔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지나갔다. 다만 상봉 지하차도를 빠져나왔을 때 갑자기 네비가 경로를 재탐색 한다고 해서, 당황했다. 뭘 잘못 온건가.. 신호에 서서 바로 네비를 보았을 때, 내가 잘못 온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안심하고 다음 경로를 따라 무사히 이동했다. 성수동까지 가는 동안은 제한속도를 지키며 가는 것이 어려웠지만 그래도 무난히 갔던 것 같다. 긴장이 풀려 주차는 아무래도 맡기는 것이 편했다. 잘나가는 팀장님 덕을 봤다. 다만 집에 오는 것은 그렇지가 못했다.
집에 오는 길은 아주 험난했다.
저녁 7시가 넘어 모두의 소중한 주말 저녁, 밥시간이라는 것을 잊은 나의 죄..나는 유죄. 밀리는 구간도 밀렸지만, 수없이 튀어나오고 뒤에서 갑자기 앞으로 치고 나오는 배달 오토바이들 때문에 머리에 쥐가 날 것 같았다. 아무리 좌우를 살펴도, 소용이 없다. 오토바이와 버스 눈치를 보다가 성수 고가다리 아래를 거의 다 건너 유턴을 해야만 했다. 유턴 직전 차선변경까지도 너무 긴장해서 호흡곤란이 올 뻔했다. 그러다가 유턴을 하고 나서 겨우 숨이 탁. 풀렸다. 가자가자... 어서 가자가자... 나도 모르게 나를 달래는 말을 하고 있었다.
기억나는 위험했던 순간들
돌아오는 중간중간, 위험한 순간들이 많았다. 정차한 줄 알았으나 움직이는 차. 브레이크등이 점등되지 않은 차의 뒤를 계속 가야 할 때. 차선 변경을 미리미리 준비해가며 들어가고 있는데 버스의 방해를 받아 다시 나갔다가 들어와야 했을 때. 신호가 터진줄 알았으나 잘못 봐서 횡단보도 위에 서고. 뒤로 갈수도 없었고... 우회전에 횡단보도 앞에 섰는데 뒤에서 너무 빵빵거려서 알고보니 차선을 물고 있었다. 그렇지만 횡단보도 파란불... 불이 꺼지자마자 또 빵빵. 얼른 옆으로 이동해 주었다. 하지만 긴장한 나머지 괜히 우회전 차선으로 들어서서 또 옮겨오느라 고생했다. 이런 식이었다. 좌충우돌 우당탕탕. 집 앞까지 와서 비보호 좌회전에 성공해 언덕을 올라와 들어왔을 때, 나도 모르게 아이고, 아이고...를 연발했다. 주차장을 한 바퀴 돌고, 평행주차를 고민하다가 지하주차장에 도전했다. 마침 딱 한자리가 있어서 덩치 큰 팰리세이드와 투싼 사이에 용감하게 주차를 한 쪼꼬미 미니. 다소 무리스러운 주차를 마치고. 핸들 위에 엎어졌다. 초보에게는 너무 놀란 순간이 많았다. 아이고 하느님 감사합니다.
조심해야 할 것들이 많고 항상 주의해야 하고, 앞도 뒤도 옆도 네비도 계기판도 모두 열심히 봐야해 집중이라는 단어 말고는 쓸 단어가 없다. 30분도 안 되고 지루할 정도로 직진 구간이 긴 성수동도 이렇게 위험한 순간이 많은데, 하물며 삼성역까지 출근할 생각을 하다니... 맹랑했다. 당분간은 성수동을 몇 번 다니면서 연습을 해야할 것 같다. 딱 좋은 거리다. 30분. 이리저리 깨달음이 많은 운전연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