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혼자, 때로는 함께 가는 길
최근에 옆팀 팀장님께서 도서사업팀에서 신간 도서 몇 권을 받았는데 팀장님께서 “지수 씨, 시집 제목이 조금 그렇긴 한데 그래도 지수 씨 생각나서” 라며 건네주셨다.
결혼을 앞둔 나에게 건네주신 시집은 이정하 시인의 다시 사랑이 온다 였다.
팀장님의 쪽지에 한바탕 웃고는 감사히 잘 읽겠다는 마음과 함께 책장에 잘 넣어두었다.
영문학-영미시를 전공했던 나이지만 사실 나는 영시미만큼 한국시를 좋아한다.
어느 나라의 시가 중요하다기보다 시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문학이 가지고 있는 그 힘을 좋아한다.
수많은 문인들이 말했듯, 문학의 주제는 한마디로 축약한다면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삶의 여정을 문학을 통해 깨달아가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고 장영희 교수님은 문학의 숲을 거닐다라는 책에서 윌리엄 포크너의 노벨상 수상을 인용하며 아래와 같이 말씀하셨다.
문학은 인간이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가는 가를 가르친다.
그렇다. 문학은 삶의 용기를, 사랑을, 인간다운 삶을 가르친다.
문학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치열한 삶을, 그들의 투쟁을, 그리고 그들의 승리를 나는 배우고 가르쳤다. 문학의 힘이 단지 허상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도 나는 다시 일어날 것이다.
그렇다 문학이 가진 힘은, 궁극적으로 우리 '인간의 삶'을 다루고 있다.
늘 나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하고 궁금해하고 관심이 있어하는 나에게 이러한 문학은 잘 맞는 옷과 같았다.
시를 읽음으로써 한 시인이 가지고 있는 삶에 대한 의미와 사상을 알아가는 것이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누군가에게 위로와 힘이 필요할 때, 그 시 한 편을 건네줄 수 있는 것이 참 좋다
최근에 읽은 이정하 시인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사랑'에 대해 살짝 다른 의견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 같다.
그의 시 두 편을 보면 그는 분명히 사랑에 대해 분명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1. 이정하- 사랑한다는 것은
그를 위해 기도할 각오 없이
사랑한다고 생각지 마라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들기까지
그 사람만 생각한다고 해서
사랑이라고 생각지 마라
사랑한다는 것은
어느 한쪽으로 물드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색깔로 서로 빛나게 하는 것
함께 있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때로 그대 먼저 먼 길 보내고
나 혼자 모든 걸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랑한다는 것은
그대를 내게 묶어두는 것이 아니라
훌훌 털어버리는 것임을
그를 위해 기도할 각오 없이
사랑한다고 생각지 마라
2. 이정하 - 두 길
내가 그를 사랑하고
그가 나를 사랑한다고 해서
우리 가는 삶의 길이
같은 것은 아니다
그는 그대로
나는 나대로
서로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다
이렇듯 다른 길을
함께 가고 있다고 착각하는 데서
슬픔과 고뇌는 시작되느니
사랑하는 사람아
날 저물어 길 끊기고
집 떠난 새들도 둥지로 돌아갈 때
어디 마음 뉘일 곳 없거든
손 한 번 내밀어 보라
맞잡은 손 그 따스함으로
이 한 밤 넉넉히 지낼 수 있으니
다른 길이면 어떤가
그와 내가 손을 잡고 있는 한
두 길은 하나가 되느니
그 한 길로 영원을 가느니
그렇다, 사랑은 한 사람의 인생이 나에게 다가오는 엄청난 일이다. 하지만,
나는 나와 함께 손 잡고 걸어가는 그 삶의 삶을 아름답게 빛내주고 싶다.
당신도 그러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