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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오뉴 Jun 05. 2019

1년에 이직을 두 번이나 해버렸다

두려움을 지나 익숙함에 도달한 순간

3년 전, 새로운 시작이 두려운 나에게 그 모든 순간을 마주하며 걸어보자고 글을 적었던 적이 있다. 사실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새로운 시작이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새로운 시작들을 기억해보면 계속 비슷한 패턴이었다. 의도치 않게 짧은 기간에 이직을 자주 하게 되었는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과 회사’에 관련한 새로움을 1년 사이에 두 번 경험했다.


1. 같은 업계/일, 하지만 완전히 다른 사람들


처음 이직을 했던 곳은 같은 업계였고 심지어 업무도 완전히 같은 곳이었다. 그 회사와 6차례의 인터뷰를 보며 직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미 해본 일들 혹은 할만한 일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첫날에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 없이 느긋하게 출근했던 기억이 난다. 오리엔테이션을 들으면서도 new hire의 입장이 아니라 곧 내가 하게 될 일임을 알기에 교육을 진행하는 저 사람(나의 팀원이 될)에 대한 나만의 평가 (이 부분은 잘하고 오리엔테이션의 이 부분은 아쉽네 등)를 했었다. 꽤나 처음엔 만족스러웠다. 사실 일이 그렇게 어려울 거 같지 않았고 조금 올라간 연봉에 새로운 도전들을 할 만한 여유가 있겠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 생각이 곧바로 산산조각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다. 잊고 있었다,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라는 것. 

이전 직장에서 성숙하고 멋진 팀원들과 일해서 그것이 나의 익숙함으로 자리 잡아 기준이 되었다.

나의 매니저는 정말 한 번도 보지 못한 유형의 매니저였다. 본인의 불안감과 두려움 때문에 자꾸 자신의 거짓 모습을 만들며 본인의 매니저나 주요 stakeholder에게 보이는 것들만이 중요했던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아무도 믿지 않고 팀원들과 신뢰관계를 쌓을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매니저와 봤던 면접에서 내가 느낀 '쎄-'함을 쉽사리 넘기지 말았어야 했는데! 결국 그 실수가 발목을 잡았다.

사실 나는 사람을 잘 본다고 생각했었고 그 오만함 덕에 호되게 8개월을 고생했다. 그리고는 회사를 나왔다.


2. 완전 다른 업계, 다른 결의 일, 완전히 좋은 사람들.


도망치듯 빠져나온 지금의 회사는 새로운 시작을 두려워하는 나에게 ‘가장 극도의 새로움’을 선사해주었다.

얼마 전까지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비즈니스를 통해 한 업계를 창출한 곳인데, 이 곳에서 두려움의 극도에 달한 순간이 입사 후 첫 2주였었다.


갑자기 입사일 첫날부터 싱가폴로 2주간 출장을 가게 된 것이다. 정말 갑자기.


한국에서 새로운 직장의 사람을 만나는 것도 힘든데, 익숙하지 않은 업무와 업계인 곳에서 첫날부터 

출장이라니. 출장을 가는 공항에서부터 남편을 붙잡고 울었고 2주 내내 울었던 기억이 가득하다. 아이처럼.


사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영어에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아뿔싸- 그건 정말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생각이었다. 나는 이 곳에서 벙어리가 된 기분이었다. 아니 정말 벙어리처럼 있었다.

새로 만난 사람들과 새로운 직장에서 그리고 새로운 나라에서 온갖 영어와 싱글리시로 시작한 나의 처음은 너무나 힘들었다. 그동안 한국에서 영어로 일한 건 뭐였지 싶었고, 앞으로 나는 여기서 일을 이렇게 해야 하는가 등 자괴감과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말들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 내게 주어진 일들은 크게 어렵지 않았지만 새로운 환경이 많이 버거웠고 부담스러웠다.


이젠 7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 그때 울면서 할 수 있을까 하고 두려워했던 업무들을 익숙하게 처리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한국에 아무것도 없는 백지 같은 상태에서 새로운 그림을 그려나가기 위해서는 많은 인사이트와 의견이 필요했었다.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내가 하는 방법은 맞는지, 이해관계자들의 피드백은 어떤지 등- 

모든 새로움 앞에 놓인 나는 내 생각이 아닌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구하며 매일 수정해나가야 했다.

조직문화도 신기했고 (여전히 신기하지만), 그동안 인사업무를 하며 경험했던 당연한 것들이 하나도 없는 이 정글 같은 곳에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정말 희귀한 경험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전 직장에서 8개월이지만 2년처럼 느껴졌던 지옥 같은 '사람'스트레스는 단 한순간도 없었고

오히려 현재 업무에 더 집중하며, 일의 본질을 위한 고민에 빠지는 '업무'스트레스가 생겼다.

하지만 그 업무 스트레스는 함께 하는 너무 좋은 '사람들' 덕분에 즐겁게 웃어넘기며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업무 스트레스는 스스로 더 발전하고자 하는 자극을 주었고, 그 자극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물론 그 자극은 매일 나의 현실을 자각하게 하며 힘들게 하지만 말이다.


두려움의 시간을 지나고 익숙함이 찾아오면 종종 이 상태 그대로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흘러가면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조금은 여유롭게 살펴보기도 하고, 다른 리소스를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회사는 익숙하지 않은 상황을 던져주고 새로운 국면에 직면하고 두려움을 또 느낀다.


그래서 깨달은 것은, 나의 인생은 앞으로도 계속 두려움과 익숙함의 반복이겠구나 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반복의 과정 속에서 나는 점점 의연해지고 의연함이 내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모든 두려움과 새로움의 순간들을 잘 버텨보자 라고 생각한다.


결국 인생을 두려움과 익숙함의 반복일 것이니 미리 무서워하지 말자! 이렇게 되뇌며 말이다.

그리고 당분간은 이직 생각도 하지말자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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