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와 생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오뉴 Jan 12. 2016

두 사람

삶이라는 그릇안의 문학과 기술



두 사람이 노를 젓는다
한 척의 배를
한 사람은
별을 알고
한 사람은
폭풍을 안다
한 사람은 별을 통과해
배를 안내할 것이고
한 사람은 폭풍을 통과해
배를 안내할 것이다
마침내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기억 속 바다는
언제나 파란색이리라

- 라이너 쿤체 <두 사람> (류시화 옮김)


#최근 류시화 시인의 페이스북에서 보고 옮긴 글. (https://www.facebook.com/poet.ryushiva/posts/794653517306403?pnref=story)


독일의 서정시인 라이너 쿤체의 아름다운 시다. 배, 별, 폭풍이라는 평범한 세 단어가 인생이라는 드넓은 바다로 의미를 확장하면서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한 배에 탔다는 것은 운명 공동체이다. 별은 목적지이고, 폭풍은 그 여정에서 맞닥뜨리는 예기치 않은 사건과 변수들이다.

두 사람은 부부일 수도 있고, 친구나 동료, 혹은 경기 참가자일 수도 있다. 혹은 신과 인간일 수도 있다. 둘은 힘을 합해 별의 방향을 찾아 폭풍을 뚫고 나아간다. 한 사람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한 사람은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안다. 한 사람은 지혜를, 한 사람은 강함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신뢰'가 있다. 그때 두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다. 혼자 힘만으로 저어 가는 배는 일엽편주이다.

원제는 '노를 젓다'이다. 한 사람(der eine)과 다른 사람(der andre), 별(sterne)과 폭풍(stürme)이 각운으로 반복되면서 노래처럼 들린다. 그렇다, 함께 노 저어 가는 두 사람의 리듬이 맞으면 인생은 노래가 된다. 그리하여 수많은 폭풍과 암초들의 검은 밤바다를 통과하지만 두 사람의 기억 속 바다는 언제나 파란색이고 화창할 것이다. 힘들었던 시기조차 웃으며 회상할 것이다.


문학이 가진 힘은 이와 같다.

내가 가진 생각의 깊이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 어릴 때 부터 읽어온 책들과 영문학 전공이리라.


21세기, IT에 의해 그리고 기술과 스마트기기들 빅데이터 등에 의해 삶의 질이 높아지고, 인간은 그러한 영역에 집중한다. 문송합니다(문과여서 죄송합니다.: 문과생의 취업난을 상징)라는 말이 나오고, 이과 혹은 공대에 갔을 걸 하며 후회하는 판국이다.


나도 그렇게 힘들면 종종 위와같이 생각하지만 내가 배운 문학이 가지고 있는 힘을 떠올려보면 이내 마음이 가라앉는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삶의 가장 큰 그림을 문학이 그리고 있다. 삶이라는 그릇 안에 담겨있는 수 많은 주제들을 덤덤한 어조로 읊어낸다. 사랑, 믿음, 결혼, 좌절, 슬픔 등..

인문학이 삶이라는 큰 그릇이라면 나머지 기술과 발전은 그 안에서 이루어진다.


다들 산업의 발전아래 살아가다가 결국 찾게 되는 것이 문학, 자연, 종교가 아닌가. 우리는 모두 무의식 중에 문학을 찾고 있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고 장영희 교수님은 말한다. 문학이 가진 힘은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생각을 하게 한다고.


그러니 나는 삶의 그릇을 유지하고 사랑하고 살아가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문학 전공자로 살아감에 감사하며 이 길을 걷고자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새의 날개를 꺾지 않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