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게 뛰놀아 꼬질했던 아이를 씻겨 놓으니 이렇게 반짝일 수가 없다. 보송보송한 아이 몸을 힘차게 끌어 안아 아이 냄새를 크게 한번 들이마시고 힘을 푼다.
목욕을 마친 아이의 몸에선 싱그러운 향이 난다. 나는 이 냄새가 참 좋다. 씻겨 보들보들한 아이 몸에 로션을 촘촘히 발라주고 마무리로 얼굴을 발라주고 있던 참이었다.
내 손바닥에서 이상 기운을 인지하기가 무섭게 나의 심장이 뛰고 있다. ‘어? 이거 좀 이상한데.. 이마가 따끈한 것 같은데..’ 구석구석 손으로 열을 느껴본다. 급히 옷을 입혀놓고 체온계를 찾아왔다.
돌 지나자마자 기관 생활을 시작한 탓에 체온계가 집안 구석 깊이 들어가는 일이 없다. 감기 한고비 넘기고 나면 다음 달 또 찾아오고 살만하다 싶으면 또 마주하게 된다.
37.8도다.
해열제 도움은 필요 없지만 일단은 비상이다. 양가 부모님이 지방에 계시고 맞벌이 부부인 우리는 어린이집밖에 도움받을 곳이 없다. 아이는 처지지 않고 신나게 뛰놀지만 37.8 도면 어린이집에서는 받아 줄 수 없는 상태다.
이게 다 코로나라는 미운 놈 때문이다.
"애들이 아프면서 크는 거지. 아기니까 자주 감기 걸리는 거야." 태평한 신랑과는 달리 나는 아이가 열만 나면 가슴 방망이질이 시작된다.
일단 아이가 아프니 걱정. 아이를 돌봐줄 곳을 찾을 고민. 휴가가 며칠 남았던가. 내일 반드시 처리해야 할 업무가 뭐가 있었던가. 오만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휘달린다.
부장님과의 카톡창을 열어 쓱 올려보니 죄송한데 아이가 열이 나서 출근이 어렵다는 사죄의 말 뿐이다. 아이 낳기 전 당당했던 내 모습은 어디로 가고 죄송하고 죄송한 직원이 되어버렸다.
열 감지한 체온계 숫자만큼 각성효과 좋은 걸 본 적이 없다. 밤새 뒤척이며 잠 못 이루고 아이 귀에 체온계를 갖다 댄다. 열이 내리는 순간까지 체온계와 나의 손은 한 몸이 된다. 어찌나 열 체크를 자주 하게 되는지 말 문 트인 아이 입에서 "엄마 그만해 귀 아파" 소리를 듣고 사과를 한 적이 몇 번인가.
밤새 해열제를 대기시키고 시간마다 열을 쟀다. 따끈한 이마는 식을 줄을 모른다. 신랑도 휴가가 어려운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