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농사 말고 자신농사 지어요.
아이스크림만이 달콤한 것이 아니다. 내게 이보다 더 달달한 것이 있으니 바로 배움의 맛이다.
남편에게 아이를 잠시 부탁하고 방으로 들어가 핸드폰 녹음 버튼을 누른다. 영어 스터디 인증 녹음을 카톡으로 보낸 후 방에서 나온다. 오늘도 하나 배웠다는 기쁨이 온몸에 퍼진다.
흔히 부모가 되면 자식농사를 짓는다 하지 않던가. 그런데 나는 동시 재배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나 ‘자신농사’이다. 보통 자신농사는 이모작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 아이를 다 키우고 그다음 본인을 위한 시간을 갖자는 것이다. 그러나 자식농사의 끝은 어디며 그 오랜 기간 나를 내려놓는 것이 좋은 선택인 걸까?
‘이적 엄마’로 유명한 박혜란 작가는 대학원 공부를 시작하며 서재를 마련한 대신 널찍한 책상을 하나 마련해 아이들에게 직접 공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엄마 옆에 있고 싶은 아이들은 책상 옆에 앉아 함께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녀의 세 아들은 모두 서울대를 졸업한 것으로 유명하다.
책육아의 기본은 부모가 아이 앞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 하지 않던가. 아이에게 ‘공부해라’ 한마디 보다 엄마가 직접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강력한 힘이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내가 자신농사를 하는 것이 자식농사를 위함은 아니다. 엄마가 된 것은 내게 주어진 역할이 하나 늘었을 뿐이지 나 자신이 사라지고 엄마로 대체된 것이 아니다. 아이도 잘 컸으면 좋겠고 실로 나도 더 잘 크고 싶다.
엄마가 되기 전에도 열심히 하루하루를 다졌다. 자기계발서도 읽고 외국어 학원도 다녔고 독서모임에도 나갔다. 엄마가 됐다고 해서 아이의 성장에만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이전보다 속도가 느려지고 방법은 달라졌지만 천천히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배운다.
나는 아이와 나를 동시에 키우는 농사꾼이다. 온라인 스터디 인증을 하고, 출근길 전자책을 읽는다. 브런치에 글도 쓰고 유튜브 영상도 도전해 본다. 이렇게 오늘도 씨앗을 심는다.
아이만 바라보며 살다가 훗날 이 말을 내뱉는 나를 만나고 싶지가 않다.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