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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프 Jan 31. 2024

얼마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4900원의 행복



엉덩이를 씰룩이며 춤을 춘다. 마트 안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바로 내 아들 같다. 아이를 행복하게 만든 건 바로 거미 피규어다. 곤충피규어 더미에 묻혀 있었던 거미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았다. 정교한 맛이 조금 떨어지고 가벼워 비싸진 않을 거라 생각했다. 예상했음에도 계산대에서 흠칫했다. 4,900원.







4,900원에 세상을 다 가진 마냥 행복할 수 있다니. 해맑게 웃는 아이 얼굴을 보고 있자니 나까지 행복해진다. 그래 가격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6살인 아이(만 나이 4세)는 장난감을 고를 때 가격을 묻지 않는다. 본인의 마음에 드는 게 제일 좋은 장난감이다.








나를 위한 물건을 하나 사려면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뒤엉킨다. 가성비도 따져보고 합리적인 소비인지도 계속 의심해 본다. 유행에 뒤처진 것은 아닌지. 혹은 지금 반짝 사용하고 내년엔 구석으로 치워버릴 물건은 아닌지. 이 물건이 최선의 선택인지를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선택을 미룬다. 3일 전에 장바구니에 담았던 물건이 다음 날엔 다른 물건으로 대체되고 그다음 날엔 3일 전 물건으로 다시 바뀐다. 나를 위한 선물을 사려는데 이렇게 고통이 수반될 일인가.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다는 결론만 남는다.







아이가 거미 피규어를 품에 안고 침대 속으로 들어왔다. 자는 순간에도 곁에 두고 싶을 만큼 마음에 드는 물건이 내게도 있었던가. 생각해 보며 아이를 폭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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