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예지동 <원조함흥냉면 옛날집>
요즘은 난데 없는 평양냉면 열풍이다.
을밀대, 평양면옥, 필동면옥과 같은 오래된 맛집부터 유행따라 생겨나는 새로운 식당들까지 다양한 곳으로 심심한 국물 맛의 평양냉면을 찾아나서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빨리빨리 지지고 볶는 일상 생활에 지친 속내를 심심한 음식으로라도 풀고자하는 우리내의 마음이려나.
5년전 아빠따라 우연히 평양냉면을 먹어본 기억이 있다.
시고 달고 혀를 때리는 강렬한 맛의 냉면을 기대하고 한 젓가락 입에 물었을 때의 그 충격, 뭘까 이 무의 맛은.. 습관처럼 넣은 겨자와 식초가 너무나도 잘 느껴지지만 잘 어울리지 않아버린 그 이 맛은 참 뭐라고 해야할까. 아 그저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이 냉면을 먹을 일은 다신 없겠구나.
하지만 평양냉면이 인기를 끌고 평양냉면의 국물맛을 아는 이가 진정한 미식가처럼 여겨지는 요즘, 간사한 나의 입맛은 평양냉면을 먹고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아 ! 깔끔한 맛이 참 좋다.
하지만 뭐랄까 나에겐 여전히 냉면하면 함흥냉면의 시고 달고 매운 양념과 쫄깃한 면발을 찾게되는 고집이 있는 듯하다. 어렸을 때부터 당고개에 여름이면 즐겨가던 냉면 집이 있었다. 폭염이 들어친 날이면 그 가게 앞에는 냉면한 그릇 먹겠다고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곤 했다. (지금은 별내로 이사를 가버렸다...) 어려서 부터 그 가게에서 먹었던 시고 달고 짜고 코를 찡하게 만드는 자극적인 냉면의 맛은 여름의 더위를 잊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입이 얼얼해질 즈음 한모금 들이키는 진한 고기육수와 손으로 빚은 왕만두. 지금도 생각만하면 더위가 가시고 배가 든든해진다.
오늘은 엄마가 어려서부터 외할아버지와 자주 갔다는 원조함흥냉면집에 갔다. 예지동 시계골목이 풍기는 앤티크함 때문인지 원조냉면이라는 간판이 주는 Vibe 때문일지 가게입구부터 맛에 대한 믿음이 갔다.
8월, 나의 대학 졸업식을 마치고 부모님과 냉면을 먹으러 간 길이었다. 뜨거운 여름날아래 나의 졸업 가운은 땀복 역할을 톡톡히 했고 한바가지 땀을 쏟은 참이었다. 그래서 나는 시원한 물냉면으로 수분을 보충할 요량이었다. 하지만 엄마는 물냉면을 시키려는 나를 막아서며 말하셨다.
이 집은 회냉면이지 무슨 소리야~?
이렇게 까지 단호할 일인가. 하지만 엄마의 그 권유 속에 뭔가 깊은 신뢰가 느껴졌고 회냉면을 시켰다. 메뉴가 나오고 냉면 한입을 맛본 순간 이 생각이 들었다. 역시 엄마말은 틀린게 하나 없다. 내가 상상하던 그 강렬함 그 맛 딱 그대로였다. 반갑다 친구야! 오랜만에 만난 옛 친구와 인사한 듯 감동한 나의 혀는 흐느끼고 있었다.
따라나온 왕만두는 말해 무엇하랴, 속이 다비치는 야시시한 만두피와 10키로 뒤에서 보아도 보일 초록빛은 얼마나 많은 부추가 들어가 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겨자와 식초 그리고 설탕 한스푼을 냉면에 넣어 게눈 감추듯 그릇을 비웠다. 그리고 남은 소스를 만두에 살짝 얹어 한입 크게 베어물었다. 모든 계절에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나는 여름의 이유를 지금 찾은 듯했다. 매운 양념에 속이 놀란 듯 하면 따뜻한 고기육수로 속을 달래주었다. 그 집의 뜨근한 고기육수를 떠올리면 아직도 뱃속이 따뜻해지는 듯 하다.
그 옛날 그 시절엔 없는 게 없었다는 예지동 시계 골목 안에는 딱 그 냉면 맛의 맛집이 있다. 강렬한 맛의 함흥냉면을 옛친구로 여기는 이가 있다면 꼭 한번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아무래도 난 함흥냉면이 좋다!
<등장 식당>
1. 련남면옥 / 02-332-2822 /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190-4
- 새로 지은 식당 답지 않게 깊은 국물 맛이 일품, 추천하는 조개육수는 글쎄..
저렴한 돼지 고기 수육(가성비 갑, 촉촉 부들)을 곁들어 먹을 것
2. 원조함흥냉면 / 02-2267-8497 /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13길 16
- 종로 예지동 시계 골목 안의 오래 된 냉면 식당, 인터넷 맛집에 신물이 난 이에게 추천하는 ㄹㅇ 식당
당신이 알고 있는 딱 그 함흥냉면의 맛을 느껴볼 수 있다.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