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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범수 Sep 06. 2018

이제 우린 집밥의 맛을 찾는다 (1)

집에서 끓인 듯한 맛의 바지락 칼국수, 고덕동 고향집 손칼국수 손수제비

  집에서 먹던 맛이야!

  요즘 바깥에서 밥을 먹다보면 자주 듣는 감탄사다. 생각해보면 예전에 이건 칭찬 섞인 감탄사는 아니었지 싶다. 우리가 외식을 하면서 원하는 맛은 집에서 늘 먹는 맛이 아닌 뭔가 새로운 맛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예전과는 달리 점점 바깥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집에서 한끼를 해결하더라도 반찬을 사서 먹거나 간단히 가정간편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 또한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보니 오히려 '바깥의 맛' 보다는 '집안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식당과 음식에 더 감사함을 느끼고 행복감을 느끼고있다.

칼국수집 간판은 역시 궁서체지..!

  병원에 들를 일이 있어 나와는 영 연이 없던 고덕동에 간적이 있다. 마침 점심을 거르고 병원에 간터라 진료를 마치고 나오니 허기가 졌다. 그래서 일전에 들어 본 이쪽 동네 유명한 떡볶이 집을 찾아가 볼까 했더니, 오후 5시에나 문을 연단다... (떡볶이 집이 이렇게 늦게 여는건 처음 본다..) 그래도 성격상 대충 아무거나로 배를 불리는 것은 싫어 열심히 지역 맛집을 찾았고, 결국 이 칼국수 집을 찾을 수 있었다.

칼국수집 간판은 역시 궁서체야

  왠지 궁서체로 써진 칼국수집은 믿음이 간다. 늦은 점심 시간이었는데도 가게안은 사람으로 북적댔다. 손님층이 주로 아저씨 아줌마들이었다. 아하 그렇다면 더욱 믿음이 갈 수 밖에.

자리를 잡고 앉아 손칼국수 하나를 주문하면서 뭔가 부족할 것같아 만두 한 접시를 추가로 주문했다.

그러자 종업원 아주머니께서 이렇게 물으셨다.

한접시 다 줘? 아니면 반접시만?

  오오 왠지 모를 감동이 밀려왔다. 뭔가를 팔려는 마음이 앞서기 보다 손님을 조금이라도 생각해주는 마음이 느껴졌달까. 요즘은 어딜가든 눈뜨고 코베이지 않기 위해 날을 세운다. 하지만 여기 이 낯선 동네에서 왠지 나를 생각해주는 느낌을 받으니 이 또한 왠지 모를 '집'의 느낌을 주는 듯했다. 그래서 난 감사하게 웃으며 반접시도 시킬 수 있냐고 되물었고, 아주머니는 그렇다고 답해주시며 말하셨다. "한접시 다 먹기는 버거우니까, 앞으로는 반접시만 시켜요~." 그래서 나는 행복한 마음으로 손칼국수 한그릇과 손만두 반접시(3개)를 시켰다.

  만두는 빚은 모양새가 중국 만두를 연상 시켰다. 식감이 일반적인 만두와는 조금 달랐다. 좀더 찐빵같은 부드러운 식감이 더해진 느낌이었다. 얇은 피의 만두는 아니었지만 좀 더 식감이 있어 좋았다. 그리고 안의 고기소도 가득가득하여 한입만으로도 포만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 만두는 뜨거울 때는 괜찮았지만 식으니 피가 조금 딱딱해져 속과 따로 노는 느낌이 들어 조금 아쉬웠다.) 손칼국수는 정말이지 내가 상상하던 그 맛이었다. 바지막의 진한 국물이 면에 쏙쏙 베어있고, 면은 차짐이 이루 말할 것도 없었다. 얼마나 면이 탱탱하면 젓가락으로 잘 집히지도 않는 듯 했다.

칼국수 한 그릇 안에 갯벌을 심어 놓으셨나

  칼국수 안에 바지락은 끝이 없었다. 들어내고 들어내도 새로운 바지락이 보이니 말이다. 이런 인심으로 일단 먹기도 전부터 배가 부른 것 같았다. 진한 하얀 조개육수 국물을 입안 가득히 밀어 넣고, 엄마 손맛 생각나는 칼국수면을 흡입했다. 거기에 설익은 겉절이를 곁들어 씹었다. 뭔가 아쉽다 싶을 쯤 반쯤 먹은 만두를 입안 가득 쑤셔 넣었다. 어느 주말의 집밥이 떠오르는 맛이었다.

  주말의 집밥이 그립고, 뭔가를 채우고 싶은 사람들은 가게 이름처럼 '고향집'에 간다는 마음으로 찾아보길 추천한다.


[등장 식당]

고향집칼국수

주소 : 서울 강동구 동남로73길 23 (고덕역 근방)

        서울 강동구 명일2동 48-2 성문빌딩 1층

전화 : 02-429-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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