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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Apr 23. 2024

달동네 살던 시절이 그립다.

 다섯 살 때까지 달동네에 살았다. 엄마는 달동네 시절 이야기를 하면 몸서리치지만 나는 달동네 살던 시기를 좋게 기억한다.


 당시에 살던 집은 창고를 개조한 건물이었다. 화장실도 건물 내에 없어 집 밖에 나와 한참을 내려가야 있었다. 최근까지 공중화장실인 줄 알았는데 건물에 살던 세 가구만 쓰던 화장실이었단 말에 충격받았었다. 


 화장실 문은 경첩이 고장 나 제대로 닫히지 않았다. 어떻게 닫아도 틈이 있었다. 걸쇠가 있었지만 걸쇠를 쓰지 않았다. 문에 묶인 노끈을 당기며 볼일을 봤다. 만약에 변소에 빠지면 빨리 구출받고 싶단 마음에 그랬다. 그래서였을까. 문틈에 사람이 지나가는 것이 보이면 부끄러운 것보다 반가웠다. 


 동네 사람들은 모두 옆집 아주머니를 손가락질했다. 아주머니는 간식을 잘 나눠주시는 좋은 사람인데 왜들 그럴까 싶었다. 최근에야 알았다, 사업이 부도가 나서 쫓기듯이 달동네에 오게 되어 정신을 놓으셨다고 했다. 아들이 우울증으로 자살하고 친척들이 찾아올 때마다 아들 잡아먹은 년이라고 욕하는 통에 좋아질 틈이 없어 보였다고 한다. 유일하게 내게만 곁을 줬다고 했다. 많은 걸 잃은 여자와 잃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아이는 통하는 것이 많았나 보다. 그녀와 나눈 대화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즐거웠던 감정은 아직도 생생하다.


 생각할수록 좋은 기억이라기보다 사람이 좋았던 기억 같다. 아. 깨달았다. 달동네 시절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나마 아빠에게 덜 맞았던 곳이 달동네였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것은 몰라도 사람이 내게 해를 끼친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그 잠깐의 시기가 너무 좋았다.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시절다시 가져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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