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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Apr 24. 2024

거울을 보면 남이 있을 거야

 지인들은 백혈병 투병기만 보면 내 생각이 나나보다. 잊을만하면 남녀노소 다양한 투병기를 공유해 준다. 장르만 다를 뿐 내용은 대부분 같았다. 진단을 받아 절망하거나 혼란스러워하는 장면이 주였다. 내가 그렇게 위태로워 보였던가. 그렇게 절망스러워하진 않았다 생각하는데 지인들이 보기엔 달랐나. 생각해 보니 내가 백혈병 걸렸다는 소식을 전하니 나보다 더 혼란스러워하고 절망했던 사람들이다. 자신들이 투병을 하던 것도 아닌데 공감이 가서 신기했나 보다. 나도 공감이 갈거라 생각하고 보낸 것 같았다.


 사실 절망 어린 투병기 도입부를 볼 때마다 불편한 감정이 먼저 든다. 병을 대하는 방식이 장난스럽다고 훈계하던 사람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자신이 아팠던 것은 아니었지만 주변에 아픈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모두 병에 대해 말하는 것도 행동하는 것도 조심한다고 했다. 너는 왜 그러지 못하느냐고 다그치는 말을 들으며 정말 어쩌라는 걸까 싶었다. 당장 세 번째 항암을 앞두고 있던 시기였다. 뭘 그렇게 나보다 잘 아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알겠다고 조심하겠다고 말했었다. 헤어지는 길에 번호를 차단했었다. 휴대폰에 스팸번호목록을 확인해 보니 아직도 잘 차단되어 있다. 아프지 말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혼자 아픈 것이 아니라 주변인도 같이 아프게 할 사람이니까. 


 건강하던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아파온다. 투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에서 병의 중증도를 비교하거나 좋지 않은 예후를 찾아보며 애써 절망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자신에게 집중하는 일이 투병의 시작이라고 말하지만 별로 소용이 없다. 우리는 자신을 지우고 남을 들이지 않으면 없는 동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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