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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Jun 18. 2024

습관으로 이루어진 비둘기를 만났다

 로드킬 당한 비둘기 옆으로 자동차가 지나간다. 비둘기의 반은 바퀴 자국을 덮은 채 납작하다. 자동차가 남기고 간 바람에 깃털이 옅게 흔들린다. 그간 비행을 추억하는 것 같다. 습관이란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일이라고 한다지. 사람들이 각기 다른 걸음걸이가 있는 것처럼 비둘기들도 그렇지 않을까. 죽어서도 잃지 못하는 습관에 대해 생각한다. 저 습관으로 비둘기는 낱알을 주워 먹거나 비행을 하며 삶을 이어나갔을 것이다. 죽었지만 죽고 싶지 않다는 몸부림이 깃털 끝에 맺혀 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까마귀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지나가는 자동차들을 주시한다. 자동차가 없는 짧은 틈을 비집고 까마귀는 종종걸음으로 비둘기에게 다가간다. 온전한 날개를 물고는 뒷걸음친다. 바닥 모양 그대로 끌려가는 납작한 몸이 망토 같다. 살짝 펄럭이기도 하며 끌려간다. 날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안전한 곳까지 비둘기를 옮긴 까마귀는 비둘기를 쪼아 먹기 시작한다. 뼈가 아프면 뼈를 고아 먹는 민간요법을 생각했다. 까마귀는 비둘기의 습관을 먹는다. 습관을 먹으며 습관을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수시로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저 습관도 도시에서 로드킬 당한 짐승을 먹으며 생긴 습관일 것이다.


 까마귀가 배가 불렀는지 망설임 없이 날아오른다. 바닥에는 비둘기 깃털이 흩어져있다. 미화원이 비둘기였던 것을 망설임 없이 쓸어 담는다. 군더더기 없는 저 동작도 여러 습관이 쌓여 만들어졌겠지. 오래된 낙엽과 과자 봉지 사이에 비둘기였던 것이 뒤섞인다. 애초에 살아있던 것이 아닌 것처럼. 애초에 부스러기 같은 것처럼.


 까마귀도 멀어지고 미화원도 멀어진다. 비둘기가 있던 곳은 삶에 대한 미련이 핏자국으로 남아 있다. 비가 오면 핏자국도 온데간데없을 것이다. 내가 서 있는 자리에도 많은 죽음이 있었겠지. 산다는 것은 죽은 이의 자리에서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보내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우리는 습관적으로 잊는 것일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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