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기 위해 일어나는 순간부터 머리가 핑 돌더니 집에 도착해 침대에 누울 때는 밑으로 잠기는 것 같아졌다. 항암 부작용 이후로 오랜만에 느끼는 어지럼증이었다.
버스에서 넘어진 무릎의 상처가 일주일이 넘은 이제야 아물고 있다. 아직 온전하게 딱지가 앉은 것은 아니라 만지면 아프다. 예전 같으면 이틀만 지나도 딱지가 앉았는데 확실히 몸이 곯긴 곯은 것 같다.
누운 채 딱지가 앉은자리를 만졌다. 암모니아 냄새를 맡으면 각성효과가 일어난다는데. 상처도 그런 것 같다. 아프지만 나를 조금 극복하게 해 준다.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글을 썼다. 즐거운 기억을 쓰고자 했는데 필력이 부족한 건지 어지러워서 그런 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맞춤법 검사를 누르고 발행을 눌렀다. 마음에 드는 대로 하려면 쓸 수 있는 것이 없다. 아무 것도 안하고 누워있기만 해야 된다.
병원에 입원하며 투병기를 썼을 때 여러 매체에서 연락이 왔었다. 투병하는 사람들이 방송에 나와서 잘 된 케이스를 많이 못 본 것 같다. 물론 잘 되어 다시 나온 사람들도 많겠지만 나는 그랬다. 그래서 별다른 고민 없이 섭외를 거절했었다.
그중 기억에 남는 일도 있었는데 대형 신문사의 인턴 기자의 연락이었다. 대뜸 병원 로비라고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했었다. 나는 거절했다. 그는 로비에서 7시간을 기다렸다. 내 약한 면역력이 걱정되는 것도 있었지만 그의 열정이 부담스러웠다. 그는 어떻게 알았는지 내 지인을 통해서까지 설득을 시도했었다. 인터뷰를 꼭 하겠다 마음먹은 그에게서 내 안위는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열정만 가지고 있다 보면 많은 것을 놓친다. 가끔은 앞선 마음보다 뒤에 서 있어야 할 때도 있다.
새벽 세 시에 깼다. 자기 전까지 지속되던 어지럼증이 덜 아문 느낌이다. 무릎의 상처도 만져본다. 여전히 덜 아물었다. 상처를 만지니 정신이 든다. 오늘은 공복 유산소를 하지 않기로 한다. 평소 같으면 억지로라도 루틴을 지켰을 텐데, 오늘은 그러면 안 될 것 같다. 지금은 잠시 멈춰 내 상태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조금만 더 과하게 몰아붙이면 건강이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