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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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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Jul 02. 2024

가난해도 재미는 있다.

 글을 한참 쓰다가 도중에 멈췄다. 친구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너는 참 돈이 안 되는 일을 잘하는구나.


 보고 싶지 않은 친구였는데 우연히 산책하다 만났다. 못 본 척하고 지나칠걸. 인사해도 못 들은 척 지나칠걸. 근황을 물었을 때 그냥저냥 지낸다고 할걸. 왜 아직도 글을 쓴다고 했을까. 써야 할 글보다 후회가 더 앞섰다. 바보같이 화도 내지 못했다. 그냥 웃고 말다니. 내 머리에 꿀밤을 한 대 때린다. 친구도 밉지만 휩쓸리는 내가 더 밉다.


 유월 말이면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끝이 난다. 일이 끝나면 여행을 갈 것이다. 쓰고 싶은 것이 생겼는데 여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금씩 돈을 모으고는 있지만 통장 잔고가 터무니없다. 그래도 괜찮다. 가난한 삶이 아니었던 적이 없으니까. 글은 됐고 계획표라도 구상하려는데 자꾸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너는 참 돈이 안 되는 일을 잘하는구나.


 왜 기분 나쁜 말은 쉽사리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걸까. 출처가 정확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예전에 병원에서 투병기를 썼을 때 악플이 달린 적 있다. 덕분에 악몽을 꿨었지. 가면을 쓴 사람들이 내게 돌을 던지는 꿈이었다. 며칠을 속앓이 했었지. 누가 내게 욕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경험은 다신 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친구라고 돈 안 되는 일을 그냥 한다고 한 게 아니라 잘한다고 해줬네. 뭐라도 잘하면 됐지.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하고 있다. 합리화라도 빨리 하지 않으면 매너리즘에 빠질 것이다. 여행 자금이 부족하면 후원이라도 받지 뭐. 어떻게든 될 것이다. 괜한 걱정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진 않다. 쓰다가 그만둔 글도 다시 쓰기로 한다. 돈 안 되는 일이라도 잘하기 쉽지 않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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