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나 Oct 23. 2022

마음과 마음

싱글녀가 워킹맘을 보는 마음

나와 출퇴근 시간이 같은 직원이 자꾸만 늦는다. 

2-30분을 늦는 게 보통이다. 

원래는 수업 전에 강의실 준비를 해 주는 게 그녀의 업무인데 

자꾸 늦게 오니까 교실 준비는 내가 다 하고 

그녀는 강의실 준비는 커녕 활동지 인쇄를 해 주기도 시간이 빠듯하다. 

심지어 다른 직원 없이 둘이 출근하는 날은 

내가 문 열고 불 켜고 준비 다 해 놓으면 

그녀가 사장처럼 등장하는 수준. 

내가 못돼먹어서 그런지 

그게 그렇게 거슬렸다. 

그러다가 

참관 수업이 있기 전날 

조심스레 문자를 보냈다.

내일은 정말 중요한 날인데 다른 직원도 미팅 때문에 자리를 비우고, 

청소하는 직원도 올건데 청소를 꼼꼼하게 해 달라고 (인니어로)부탁도 해야 하니까 

꼭 제 시간에 와서 교실 준비를 해 달라고...

원래 출근 시간 보다 5분만 일찍 와 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건 좀 예의가 없는 것 같아서 

내일은 제발 늦지 않게 제 시간에만 와달라고 했는데, 그녀의 대답에 짜증이 나 버렸다.

본인도 빨리 오고 싶지만 

베이비시터가 자꾸 늦게 와서 어쩔 수 없다고.

......

순간, 

같은 여자로서 워킹맘의 입장을 이해해 줘야 한다는 마음과 

정시 출근도 못할 거면 일 할 의지가 없다는 것 아닌가 싶은 마음이 마구 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마음은 두번째 악마가 이겨서 그녀가 한없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일찍 와 달라는 것도 아니고

허구헌날 늦으면서 내일만 좀 정시에 출근해 달라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베이비시터가 늦게와서 출근을 제 시간에 못한다는 건 

그냥 배 째라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돌 볼 사람이 오지 않아서 아이들을 그냥 방치하고 나올 수 없다는 건 이해하겠는데 

그러면 베이비시터의 근태관리를 제대로 해서 본인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아이가 아프거나 

갑자기 아이 돌볼 사람이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맨날 맨날 베이비시터가 지각하니까 본인도 그 사람을 기다리느라 지각해서 어찌할 수 없다는 건

너무너무 화가나는 부분이었다. 

내일은 베이비시터가 정시에 오길 바라요, 

라고 문자를 보내놓고도 화가 식지 않았는데,

당일에 그녀는 정시에 출근했다. 

거봐, 할 수 있잖아! 하는 마음에 베이비시터가 시간 맞춰 온거냐고 묻자

문제가 있어서 부모님을 불러 아이를 맡기고 나왔다고 한다. 

알고보니 아이를 봐주던 옆집 아줌마(=문제의 베이비시터, 심지어 옆집이었음)가

갑자기 연락을 안받고 이 집은 휴일도 없고 아이도 까다롭다며 본인 욕을 하고 다녔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도그동안  마음고생을 꽤 한 것 같았다.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 부분은 매우 유감이지만 

사실 

나는 

내 몸 하나만 챙기면 되는 사람이라 그런지 

두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워킹맘의 마음을 헤아리기가 어렵다. 

'아무리 그래도' 어쩌다 한번이 아니고서야 기본적인 근태는 지켜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한편으로는

분명 그녀의 남편은 그녀 덕에 정시출근 하고 야근도 자유롭게 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기도 하다. 

작가의 이전글 인도네시아의 기도 소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