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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색고양이상점 May 02. 2024

감옥에 다녀왔습니다

이틀 동안, 정신 감옥에

이틀 동안 정신감옥살이 


 이틀 동안 우울 상태에 머물렀습니다. 첫째 날은 날뛰는 감정과 우울이 함께 몸과 생각을 잠식했습니다. 이튿날은 의식이 몸과 생각에 거리를 둔 상태여서 정신이 다시 몸의 통제권을 가져왔습니다. 여전히 감정과 생각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소리를 내지르며 달리고 있었습니다만 동조하지 않고 관조하고 있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이 몸을 지배하고 있는 건지, 몸이 감정과 생각을 부정적으로 형성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두 문장이 정확히 같다고 생각하니까요. 몸과 마음은 하나라는 명제에 온 마음으로 동의하고 몸과 정신을 분리해 버린 데카르트를 째려보면서 살고 있기 때문에


감옥탈출성공


 이튿날 저녁때가 되어 몸과 생각은 다시 평온해졌습니다. 요동치는 감정과 생각이 가라앉고 당연히 몸도 평안해졌습니다. 정신 감옥을 탈출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감정과 생각을 '나'와 분리시켜 관조하는 것입니다. 말장난 같으면 방법을 찾아보세요. 방법은 있습니다. 라고 쉽게 말했지만 예전에는 우울에서 나오는 데에 한 달씩 걸리곤 했습니다.


 말길을 좀 확대해 볼까요. 우리 몸과 생각에는 이미 부모님과 사회로부터 무수한 가스라이팅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각인된 가스라이팅은 우리가 나이가 먹어서도 계속 우리를 가스라이팅의 틀 안으로 밀어 넣습니다. 이미 가스라이팅에 몸과 생각이 절여져서 생각회로가 특정 방향으로 뚫리기 때문에 어른이 되어서도 쉽게 생각회로는 바뀌지 않습니다. 거대한 물줄기를 바꾸는 일이니까요. '사람은 안 바뀐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사람은 안 변해라고 말하는 사람과는 상종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자유의지를 가지고 모든 선택을 의지로 한다'는 착각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저 문장이 논리적으로 참이려면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각인을 모두 지우고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여야 합니다. 


가능할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부정적인 각인들을 하나씩 지워나가면서 스스로의 몸과 마음에 대한 통제권을 내 쪽으로 끌어오는 싸움 속에서 포기하지 않는 일밖에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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