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느려진다.
심장소리가 손끝에 전해지다가 목을 타고 온 몸에 떨림으로 전해진다.
시간이 느려진다.
슬픈 음악의 한 마디가 느려진 시간 속에서 더 큰 슬픔으로 쪼개진다.
온 몸에 떨림을 일으킨 그것
어린 시절 언젠가 죽기 보다는 선택했을 그것
그 비루한 떨림이 영원을 돌아 지금을 끌어내어 슬픔에 가둔다.
눈물 한 방울로 발 딛고 있던 이 아슬아슬한 세계를 부술 것인지
눈물을 머금고 이 아슬아슬한 세계를 버텨낼 것인지
어차피 세계는 부서진다.
한 방울의 눈물로도 부서지고, 눈물을 머금고 웃고 있는 영혼으로도 부서진다.
부서진 영혼의 틈으로 새어나오는 연꽃의 한 줄기를 타고
진흙이었을 세계 밖으로 부서진다.
부서진 세계는 떨림이 된다.
부서진 영혼은 떨림이 된다.
떨림은 시간을 늘여 스스로 스러져간다.
시간을 짓이겨 열어 젖힌 찰나된 진공 틈으로
온갖 슬픔이 터져나온다.
시간이 제 속도를 찾기 전에
짓이겨진 시간을 스스로 봉합하기 전에
말이 제 속도로 말해지기 전에
그 전에 슬픔이 터져 진물로 흘러내려야 한다.
연잎을 타고 흐르는 진물처럼
진흙에 뿌리내린 연꽃처럼
슬픔은 그렇게 흘러야 슬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