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디터 달래 Apr 10. 2022

읽고 쓰는 사람들을 위한 아지트.

합정동 '문학살롱 초고'

데이레터란? 더 좋은 일상을 위한 낭만소개서. 기록하고 소개하며 일상을 의미 있게 만듭니다.


[place]

읽고 쓰는 사람들을 위한 아지트


글이 필요할 때 가는 공간들이 있다. 광화문의 교보문고에서 시작해 스타벅스를 지나 집 근처의 작은 서점과 개인 카페까지. 문장을 통째로 음미하고 싶은 책 한 권과 노트북을 손에 든 채 종종거리며 글자를 토해낼 곳을 찾는다. 보통은 엉덩이를 붙인 자리에서 머리를 통통 몇 번 쳐 내면 쉽게 키보드를 두드릴 구실이 나온다. 하지만 볕 좋은 주말이나, 비 오는 평일 오후를 만날 참이면 빈 화면의 깜박거리는 커서만 한참을 노려보게 된다. 이 말인즉슨 읽고 쓰기 어려운 날은 언제든지 찾아온다는 말이다. 겨우 발 돌린 카페에선 괜히 음악을 탓하고 서점에 진열된 책은 따분하기만 한 그런 날. 합정동에 위치한 ‘문학살롱 초고’는 글자가 주는 새로운 감각이 필요한 날을 위해 존재한다.


지도와 건물을 번갈아 들여다본다. “분명 이곳이 맞는데?”라는 말을 할 때쯤 입간판의 시가 보인다. 따라 내려가니 어둡지만 아늑한 지하 공간이 나타난다. 초입에 마주한 커다란 책장과 조명은 고요하고 안전한 문학의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곳곳을 둘러보고 있자니, 읽고 쓰는 사람들을 위한 아지트라는 초고의 테마가 단번에 이해된다. 


편안해 보이는 초록색 소파에 앉아 메뉴를 살펴보았다. 위스키, 와인, 커피 등 책과 곁들일 다양한 메뉴 중에서 ‘문학 칵테일’에 눈길이 갔다. 초고의 문학 칵테일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칵테일의 이름과는 다르다. 『섬』,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처럼 책의 제목을 따서 붙인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학 칵테일을 시키면 그 이름의 책이 함께 나온다. 술 한 모금에 시 한 편. 상상만 해도 낭만적인 일들이 여기서는 보편의 광경이다. 이곳에서 칵테일을 고를 때는 맛 설명보다는 마음에 드는 책의 제목을 선택해 보는 걸 추천한다. 홀짝이다 보면 어느새 술이 아니라 시의 한 구절을 음미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누군가의 초고가 탄생하는 곳. 자신의 문학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초고의 진짜 매력은 문학을 통한 교류의 장이라는 것이다. 초고로 연결된 모두가 서로에게 영감이 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자 한다. 그래서 ‘초고살롱’을 열어 작가들을 초청하기도 한다. 이때 작가들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참가자들도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 할로윈 파티나 만우절 ‘문학살롱 탈고’ 같은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초고는 단순히 책과 술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읽고 쓰는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인 셈이다.


물론 창작자만 초고에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글과 관련 없는 사람이라도 초고를 아지트처럼 이용할 수 있다. 서울에 놀러 온 친구에게 좋은 곳을 소개해주고 싶을 때, 글을 쓰다 나만의 세계에 갇혀버렸을 때, 지친 일상에 한 줌의 낭만이 필요할 때. 언제든 초고는 열려 있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가득 품은 채.


#문학살롱초고

A. 서울 마포구 독막로2길 30

H. 초고(@chogo_seoul) 

O. 평일, 주말 16:00-00:00 / 수요일 휴무




insta. @h.dallae

작가의 이전글 고대로부터 온 초대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