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김삼순
① <내 이름은 김삼순> (2006, MBC)
웃음거리가 되고 마는 촌스러운 이름, 뚱뚱한 외모라는 컴플렉스를 갖고 있지만 전문 파티시에로 당당히 살아가는 30대 노처녀 김삼순의 삶과 사랑을 경쾌하게 그린 드라마다.
1> 05년 트렌드인 ‘살아남기’를 완벽하게 반영해 성공을 거둔 ‘트렌디’한 드라마
트렌드를 읽는 것은 어쩌면 드라마 기획에 가장 중요한 요소일지도 모른다. 트렌드가 대두한 요즈음은 물론이고, 성공한 드라마를 보면 동시대에 트렌드가 된 메시지나 캐릭터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05년에 제작 된 <내 이름은 김삼순> 역시 이러한 지점을 보여주고 있다.
(1) 05년도 삶이 불안한 사람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
드라마 주인공 김삼순은 그 시대 사람들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는 1화에서 김삼순의 대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1화에서 김삼순은 사랑하는 남자에게 실연을 당한 후 이렇게 말한다.
그런 적이 있었다. 이세상의 주인공이 나였던 시절..
구름위를 걷는 것처럼 아득하고, 사랑이 가득차서 찰랑거리는 것 같았다.
한 남자가 내게 그런 행복을 주고 또 앗아갔다.
05년은 IMF후 기나긴 침체를 겪으며 가장 많은 자영업자가 도산하고, 구직난이 IMF 못지않게 심했다. 그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은 아마 실연을 당하듯, 실직을 이겨내고 있었을 것이다. 드라마 김삼순은 그런 사람들에게, 김삼순의 삶을 통해 위로를 건넨다.
우리는 사랑을 하고 있다.
투닥투닥 싸우고, 울고, 웃고, 연애질을 한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어쩌면 우리도 헤어질 수 있겠구나.. 연애라는 게 그런거니까..
하지만 두려워하지는 않겠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명백하다.
열심히 케익을 굽고 열심히 사랑하는 것.
오늘이 마지막인 것 처럼.. 한번도 상처받지 않는 것 처럼..
나 김삼순을 사랑하는 것
<내 이름은 김삼순 마지막 화 中>
마지막 회에서 김삼순은 변화를 겪는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내기로 한 것이다. ‘오늘을 살아라,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이 메시지는 05년도 시청자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2) ‘살아남기’가 트렌드가 된 05년도, 김삼순이란 캐릭터가 성공한 이유.
삼성연구소에서 분석한 05년 소비 트렌드는 ‘억척스러움’이다. 이러한 억척스러움은 불안정한 삶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소비자들은 강한 생활의지와 자기표현을 보이게 되었고, 실제로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 캐릭터가 큰 인기를 끌었다. 대표적으로 04년도 <파리의 연인>의 여주인공 역시 주도성을 가진 캐릭터로 그려졌다. 이러한 트렌드의 절정은 05년도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김삼순 캐릭터로 절정에 이르렀다. 김삼순은 기존 공주 스타일의 여주인공과는 달리 30대 노처녀에 과체중을 설정으로 하고 있으며, 당차고 남자에게 끌려 다니기 보단 삶을 주도하는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다. 실제로 김삼순의 성공 중 하나는 이러한 김삼순 캐릭터의 매력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동시대 시청자와 비슷한 지점을 가진 캐릭터는 성공을 거둔다고 생각한다.
2> ‘엉덩이에 뿔나는’ 웃픈 드라마의 정석
엉덩이에 뿔나는 구성을 띠고 있다. 웃기고 울린다. 이러한 구성을 드라마 소비자로서 가장 좋아하는 구성이며, 제작자가 된다면 해보고 싶은 구성이다. <내 이름은 김삼순> 역시 왈가닥 캐릭터인 김삼순이 싸가지 없는 현빈을 쥐고 흔든다. 05년도에 고정관념처럼 자리 잡고 있던 여자는 남자에게 끌려 다녀야 한다는 관념을 깨버리고 역관계성으로 인한 재미를 야기한다. 또한, 센스 있는 대사 역시 극의 재미를 더했다. 그렇다고 마냥 웃긴 드라마는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삶이 불안한 05년도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메시지로 던지는 드라마다. 그렇기에 시청자들은 현빈인 려원과 헤어질 때 했던 대사에서 영원한 사랑은 없다라는 메시지에 공감 하며 눈물을 흘렸으며, 죽은 아버지와 대화를 하는 씬에서 심장이 딱딱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씩씩하고 당찬 삼순이의 모습에 사회에선 강한 모습을 유지하지만, 여전히 아직은 연약한 어른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이처럼 시청자들을 ‘감정 롤러코스터’에 태우는 데 성공한 김삼순은 시청자를 웃고 울려 엉덩이에 뿔이 나게 만들었다.
3> ‘원작 비틀기’에 성공한 드라마
원작이 있지만, 이를 드라마에 맞게 비튼 콘텐츠를 좋아한다. 대표적인 콘텐츠로 <하얀거탑>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내 이름은 김삼순> 역시 지수현 작가가 쓴 동명의 로맨틱 소설이 원작인 드라마다. 그러나 원작에서 트렌드에 맞지 않는 부분은 걷어내고, 캐릭터들의 특성 일부만 따와 드라마를 제작했다. 실제로 드라마를 보고 원작 소설을 찾아 봤다 실망한 사람이 많았다. 다시 말해 원작 중에 비틀기를 통해 트렌드에 맞는 드라마로 제작한다면, 신선하고 재밌는 드라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