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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파감자 Dec 01. 2022

마케팅 홍수 속에서 제정신으로 살아남는 능력


정보 과다.

분명한 목적을 갖고 켠 웹사이트, 유튜브, SNS인데 접속하자마자 나를 낚아채는 정보들에 '무의식적으로' 손이 가, 본래 목적을 잃고 배회한 적이 꽤 많다. 웹서핑(Wed surfing)시, 코어근과 방향 감각, 운동 신경이 살아있어야 웹이라는 휘몰아치는 파도를 잘 탈 수 있는건데 나는 서핑은 고사하고 바닷물만 들입다 먹은 격. 바닷물 많이 먹으면 탈수오지, 배탈나지.


온라인 뿐만이 아니야. 읽으려고 쌓아놓은 책도, 만날 사람도, 그들이 들려주는 카더라와 조언들에 내 몸은 가만히 있는데 머릿속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그 자체다. 빌려놓은 책만 12권에 예약해 둔 책 빌리러 오라는 메시지도 받아버렸네. 어제는 책을 읽다가 중간에 덮어버렸다. 사실 더 많이 알고싶고 공부하고싶은데 시간이 무한정 여유롭지는 않은터라 마음이 급해 이것 저것 동시에 진행하다보니 머릿속이 뒤죽박죽 된 셈이다. 이래서는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지 싶다. 정리를 하자, 정리를.


1)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한 눈에 보이는 글의 형태로 옮긴다

2) 주제별로 묶는다

3) 우선순위에 따라 배치한다


온갖 곳에서 예를 들면, <단기간에 쉽게 돈 법는 방법> 이라던지 <성공하는 방법> 혹은 <마음의 문제 해결하는 방법> 같은 비법들이 난무한다. 퇴사 후 자금 압박이 서서히 밀려들 때 나도 그런 '방법'들에 현혹되었었다. 행동으로 옮기진 않았지만 떠올려보면,


- 그렇게 쉬운 방법이 있으면 다 성공할 수 있는 거 아니야?

- 누구나 다 부자될 수 있는 거 아니야?

- 그럼 누구다 다 속병 없이 맘 편히 살게?


- 이런 비법을 왜 공개해?

- 이걸 돈 주고 팔아서 당신은 그 돈으로 부자가 되시겠다?

- 쉽게 거래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가치를 잃었다는 것


- 인생에 결코 단 숨에, 한 번에 바뀔 수는 없다

- 고로, 그런 말을 하고 있다면 그는 사기꾼이 틀림없다


이런 식의 염세적인 생각을 했었다.


좋은 것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 내가 너무 잘 알고, 나누면서 동시에 내 수익도 창출되면 좋으니까 겸사 겸사 좋은 일 아니겠냐고 넘길 수도 있겠지만 이런 것들이 전부, 32년 인생 살면서 주구장창 당해왔던 마케팅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또 당해주기가 싫었던거다.


설사 이 방법들이 실제로 작동되는 노하우라고 한들 모두가 성공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효험을 맛보는 자와 마케팅에 또 솎은 자가 나뉘는 그 차이는 뭘까? 생각해보았다.


운, 실행력, 노력, 열정, 커리어 트랙, 네트워크 등 여러가지가 있겠다만 나는 성공의 가름끈은 결국 '끈기'일거라고 결론내렸다. 존버정신. 이것 저것 쑤시고 다니지 않고 우직하게 버티는 것. 효율과 시간이 선택의 척도인 요즘 사람들에게는 못 본 척 하고 싶어지는 단어다. 하지만 그럴수록 끈기는 더 빛을 발하지 않을까? 끈기라는 덕목이 어리석고 멋없고 뒤쳐지는 것 처럼 느껴지겠지만 세상사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전부터 쭉 끈기와 인내는 고귀한 가치였다.



세상으로부터 눈과 귀를 닫지 않으면서 나를 잃지 않는 능력,

정보 범람 속에서 양질의 정보를 선별하고 큐레이팅하는 능력,

내 것으로 소화시키는 능력,

정확한 푯대를 세우고 방향성을 유지하며 끝까지 인내하는 능력.


만인이 콘텐츠 생산자를 자처하는 시대에 기획자로서, 동시에 현명한 소비자로서 우리가 갖춰야하는 진짜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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