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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파감자 Dec 07. 2022

이야기장수가 들려주는 책이 되는 글쓰기

이야기장수 대표 이연실 편집자님 강의 <글쓰기와 출판>

<라면을 끓이며>, 김훈

<부지런한 사랑>, 이슬아

<일간 이슬아>, 이슬아

<가녀장의 시대>, 이슬아

<은혜씨의 포옹>, 정은혜

<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김이나의 작사법>, 김이나

그리고

<에세이 만드는 법>의 저자



유명 작가의 수필, 읽었고 소장하고 있는 책, 화제의 도서.

이 책들은 모두 대형 출판사 문학동네의 임프린트* 이야기장수의 대표인 이연실 편집자가 총괄/기획/편집한 책이다.

이슬아 작가님의 최근작 <가녀장의 시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연실 편집자님을 처음 뵈었다.

작가가 아닌 편집자를 중심으로 이력을 나열하니 못지않게 휘황찬란하다.

일전 포스팅에서 말했듯 매일 아침 루틴으로 고양시 도서관센터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나는 성실함을 장착한 행운의 은혜를 입어 이연실 편집자님의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글쓰기와 출판의 비밀>이라는 엄청난 것이 뿜어져 나올 듯 압도적인 제목을 가진 강의를 말이다.


*출판 회사에서 유능한 편집자 등에게 별도의 하위 브랜드를 내어주고 기획, 제작, 판매 등 독자적인 운영을 맡기는 방식



일요일은 나에게 곧 교회와 다름없다.

더군다나 오늘은 교회 창립 3주년 기념 예배가 있었다.

예배 후 거국적인 식사와 친교 프로그램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고작 3번 뿐인 수업을 빠질 수가 없겠더라.

일산 집에서 압구정 교회로, 다시 일산으로 서둘러 돌아왔지만 강의 시작 30분이 지나고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일요일 2시부터 4시까지, 오전도 저녁도 아닌 이 애매한 시간에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도대체...


책마저 영상으로 보는 시대.

참석자 수를 세어보진 않았지만 정원 30명짜리 대면 강의에 적극적으로 모여서는, 쉬는 시간 없이 2시간 빼곡히 이어지는 수업에 도중 핸드폰 곁길로 새는 이도, 용건이야 뭐가됐든 도중에 문으로 빠져나가는 이도 없이 어떠한 필사의 열의와 절박함마저 느껴졌던 시간. 강의실의 가장 왼쪽 끝 중간에 앉아 다른 청자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아무리 출판 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불황이라해도 여전히 책과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구나, 내가 특이 혹은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비주류적 우월감을 서둘러 거두자며 민망함을 느꼈다.


강의안에 공개된, 오늘 나눈 이야기 다섯 꼭지는 이렇다.  

    이야기의 시간과 공간을 장악해야 책이 된다.  

    첫 문장과 첫 단락이 성패를 좌우한다  

    자의식 과잉 예방하고 건강한 글쓰기를 하는 법  

    독립출판과 상업출판의 차이  

    작가 지망생들에게 추천하는 글쓰기의 전략이 담긴 책 리스트  


나에게 인상적이었던 내용 위주로 정리해본다.


편집자적 관점에서의 책이 되는 글쓰기


1. 첫 문장, 첫 단락, 첫 페이지에서 들려주어야하는 이야기는,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닫을 때까지 무슨 얘기를 할 것인가, 이 글을 쓰는 당신은 누구인가 라는 점이다. 글의 전반이 선명하게 파악되면서도 이어질 내용이 궁금해지는 내용이어야 한다. 나도 인상깊게 읽었던 이슬아 작가의 <일간 이슬아>를 인용하셨다.


2. "좋은 글은 다른 사람을 초대하는 글"이라고 말했다던 이슬아 작가의 말을 따오셔서, 자기 연민으로 가득한 글은 독자의 힘을 뺀다는 조언을 주셨다. 그간 스트레스 해소용 글쓰기를 즐겨하던 나는 마치 바늘 앞에 놓인 풍선... 에세이에서는 문장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이 목소리라고 하셨다. 목소리에 대해서는 곰곰 생각해봐야 하는 지점인 것 같다. 나에게는 단번에 확 와닿지가 않아서. 가늠해보건데 글쓴이의 삶과 가치관으로 드러내는 직설 혹은 간접 주장 아닐까. 이동영 작가 글쓰기 강의에서 정리했던 '글이 있기 전 삶이 있다.'와 같은 맥락이라고 해석된다.  



3. 당신만이 갖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특수한 경험을 하지 않더라도, 기구한 인생을 살지 않았더라도 모든 사람은 자기 만의 시공간 이미지를 구현해낼 수 있다. <일간 이슬아>의 글도 어찌보면 지극한 일상일 뿐이다. 행여 반복되는 일상일지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과 글이 되는 형태는 글쓴이 저마다의 풀이방법으로 존재한다.


4. 요즘 출판계를 견인하는 연령은 3040 세대이다. 그들에게 타겟이 되어있지만 작가마저 동 연령대라는 뜻은 아니며, 그리고 언제나 반전은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해야한다. 김훈 작가님은 "에세이는 노인의 장다."라고 하셨고, 편집자님은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를 반증삼아 시대에 필요한 메시지를 주는 무게감 있는 글이라면 작가의 연령은 무관하다고, 나도 동의한다. 


5. 책 제목은 대체로 편집자가 정하지만 투고, 브런치나 블로그 포스팅 등에 게재할 때에도 제목은 중요하다. 편집자님이 제목을 고르는 방법으로는 '백지 상태에서 글을 샅샅이 뒤지는 것'이었다. 극히 직관적인 제목은 재미도 매력도 없다. 문제에 답이 있다는 말처럼, 글 속에 포진되어있는 좋은 단어와 문장을 잘 조합해서 제목을 짠다고 하신다.


6. 전업 작가로 살기 매-우 빡쎈 한국. 영상 컨텐츠 제작사에서 이야기 발굴에 혈안이 되어있으니 그쪽을 고려해서 글을 짜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라는 팁을 알려주셨다. 다만 책이 영상 매체에 수그리고 들어가는 쫀 상하는 느낌이 없지않아 있지만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 같은 클래식이나 늑대의 유혹, 파친코, 유미의 세포들 같은 국내 예시도 적지않게 떠오르는 걸 보면 그렇게 책과 영상의 선순환을 기대해볼 수 있기에 열린 태도로 맞이하면 좋을 것 같다. 전업 작가로서 오로지 글 쓰는 일에만 매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는 셈이니까 도전 욕구가 한껏 생기지 않나? 참고로 <가녀장의 시대> 판권도 팔렸다며... 워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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