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차 베를린 : 공병 환급 / 디자이너 아웃렛 / BLOCK HOUS
2019/10/14
7일 차쯤 되니 공병이 많이 쌓여 보증금 환급(pfand : 판트)을 받으러 갔다.
PET는 0.25유로, 병은 0.035 정도로 PET가 훨씬 비싸다. 환경 문제 때문일까?
맥주 한 병이 0.29 유로니.. 페트병 보증금이 맛있는 맥주 한 병 가격과 비슷하다. 그래서 거리에선 멀쩡한 청년들이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공병을 주으러 다니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환급받은 돈으로 토마토를 샀다. 한 봉지에 1500원 정도다.
오늘은 베를린 인근에 위치한 Designer Outlet (디자이너 아웃렛)에 가보기로 했다.
베를린 인근엔 아웃렛이 많지 않다. 서쪽에 위치한 이곳이 거의 유일한 것 같았다.
아웃렛 가는 길은 멀고도 멀었다. 셔틀버스가 운행한다는 블로그를 본 거 같았는데 셔틀은 주말에만 예약제로 운행한다고 한다.
그래서 버스 – S반 – 지역 기차 – 버스 이렇게 갈아타야 했다.
디자이너 아웃렛까지 가려면 C존까지 포함된 티켓이 있어야 한다. 사용하고 있던 티켓은 A, B존 까지만 커버 가능한 정액권이었기에 연장 티켓을 구매해야 했다. 1.4유로 추가다.
Spandaw에선 지역 기차로 갈아타기 위해 환승역을 찾아 한참을 헤맸다. 결국 역사 밖에까지 나가 찾아다녔는데 스판다우는 조용하면서도 은근히 생기 있는 매력적인 곳이었다. 아마 실내에서 깔끔하게 갈아탔으면 스판다우를 즐길 수 없었겠지. 계획에 없었는데 여행 중 우연히 접하게 되고 이상하게 깊이 각인되는 곳들이 있다. 별 특별한 건 없었는데 스판다우가 그런 곳이었다. 언젠가 다시 한번 찾아가고 싶은 그런 곳.
지역 기차를 타고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20분 정도 가니 도착지에 이르렀다.
기차에서 내리는 순간 선글라스가 툭하고 떨어졌다. 나사가 빠진 것이다. 아웃렛에서 새 걸 사라는 운명의 손짓인가?라고 합리화했는데 다행히 부서지진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황무지다. 아웃렛으로 가려면 662번 버스를 타라는 팻말이 있다. 사람들이 길을 따라 몰려갔다.
사람이 한 명도 안 보이는 것이 취향 저격 풍경이라 사진을 찍느라 정신줄 잠깐 놓았더니 사람들이 우르르 버스를 타고 있다. 순간적으로 저거 놓치면 안 되겠구나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버스는 떠났다.
황무지에 버스 정거장 하나. 거기에 마을 유원지 놀러 가는 여학생 3명. 그리고 그 마을에 사는 것으로 보이는 여학생 1명 그리고 나 이렇게 남았다. 급하게 구글맵을 보니 다음 버스는 1시간 뒤다.
아.. 이런.. 역시 잘 모르는 곳에서 개인행동을 하면 안 된다.
20분 뒤에 오는 668번을 타기로 했다. 직선 코스는 아니고 마을을 한 바퀴 도는 코스였지만 황량한 곳에서 1시간 동안 버스를 기다리긴 싫어서 일단 탔다.
마을의 끝자락엔 유원지가 있었고 여학생들이 내렸다. 이후 단 한 사람도 타지 않았다. 정말 거리에 단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기사랑 나랑 둘만 남았다. 아무도 타지도 내리지도 않는 이런 노선을 기계적으로 운행해야만 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버스 기사는 계속해서 큰 소리로 웅얼거리는 게 정신이 이상해 보였다. 이런 으스스한 곳에 정신이 이상한 버스기사라니.. 갑자기 독일식 고딕 스릴러 영화가 연상되어 빨리 내리고 싶었다. (혹시 나에게 계속 말을 걸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미안하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마을은 고즈넉하니 좋았다. 집들도 예쁘고 평화로워 보였다. 이런 곳에 산다는 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아름답고 고요한데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 곳.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아웃렛은 예쁘게 잘 꾸며놨지만 특색은 없었다.
보스와 디젤 가격이 저렴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아디다스는 생각보다 비쌌다. 놀랍게도 한국 이마트보다 비싼 가격이었다.
이리저리 돌아보며 놀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이곳을 떠나기 싫었던 이유는 화장실이 무료이고 너무 깨끗했기 때문이다. 음식이 너무 짜서 일주일째 속이 불편하다 보니 자꾸 화장실에 집착하게 된다.
돌아오는 길엔 헤매지 않으려고 정시에 버스를 타고 재빨리 환승하여 기차를 탔다.
동네에 돌아오니 날이 어둑했다. 오늘은 왠지 제대로 된 저녁을 먹고 싶어 평소 눈여겨보던 BLOCK HOUSE 라는 스테이크 식당에 가보았다. 고기도 괜찮았지만 필스 생맥은 정말 맛있었다.
역시 독일은 맥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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