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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Mar 18. 2023

신뢰를 지켜야 평판을 얻는다. 그게 전부다

맥도널드에서 봉투를 모두 열어야 하는 이유

맥도널드를 좋아한다. 적당한 가격과 퀄리티를 갖췄고, 맛도 그만하면 부족하지 않다. 특히 커피가 맛있는데, 여느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못지않다고 생각한다. 가격을 조금씩 올리고 있어서 아쉽지만, 물가란 모름지기 오르기 마련이니 그러려니 한다. 재택근무를 하다보면 점심이 항상 고민인데, 바로 집 앞에 맥도널드가 있으니 안 갈 이유가 없다. 맥도널드를 좋아해서, 이런 영화도 봤다. 맥도널드가 미국에서 탄생한 히스토리를 파운더의 입장에서 그려낸 영화다. '파운더는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구나'를 느꼈다. 맥도널드를 좋아하시는 분은 관람을 추천합니다. 재밌어요.



집 앞 매장에는 늘 사람이 많다. 보통은 포장해서 집에 가져와 먹는다.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매장에서 먹는 행위 자체가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진 않을 것 같다. 안그래도 사람 많은 곳을 싫어했는데, 더 심해졌다. 아 그리고, 혹시 이 글을 맥도널드 IT담당자가 보신다면, 키오스크 반응 속도를 조금만 더 개선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좋아지긴 했는데, 맥도널드를 아끼는 마음에 아쉬운 느낌이 자꾸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지금도 나쁘진 않습니다. (사용성과는 별개로 반응 속도만 놓고 보자면 말이죠)


아무튼, 각설하고,

주문하고 조금 기다리면 대기화면에 내 번호가 뜬다. 카운터 앞으로 가 음식을 수령한다. 그리고 나서 하는 일이 있다.


포장된 봉지를 열어 주문한 음식이 모두 나왔는지 확인한다.


콜라, 햄버거, 감자튀김, 코울슬로, 치즈스틱, 가끔 너겟까지. 아들이 같이 먹을 때는 두 세트다. 하나하나 물건을 확인하고, 모두 봉지 안에 들어있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집으로 향한다. 종이 봉투 안에 층층으로 쌓여져 있어서 모두 확인하려면 여간 귀찮은게 아니다. 어떨 때는 물건을 모두 꺼내 테이블 위에 늘어놓아야 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왜 매번 그렇게 귀찮은 짓을 하냐면,

맥도널드는 나에게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맥도널드를 믿고 그대로 봉투를 집으로 가져갔다가 낭패를 본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대여섯 번 정도 였던 것 같다. 작게는 너겟이나 감자튀김을 빼먹었을 경우가 있었고, 심지어 햄버거가 하나 없었던 때도 있었다.


집에 와서야 누락을 확인하면, 다시 돌아가기도 애매하고, 귀찮다. 하지만 편안하지 않다. 코울슬로 하나 안나왔다고 다시 걸어서 맥도널드를 다녀오기가 썩 내키지 않는다. 영수증은 이미 버렸기 때문에, 일일이 소명하기도 귀찮다. 카운터 앞에 서서, 영수증도 없이, 30분 전에 주문한 코울슬로를 달라고 주장하는 중년의 모습은 어쩐지 우습다. 그래서 그냥 먹는다. 하지만 먹으면서도 찝찝하다. 이건 돈이 아까운 문제가 아니라, 그냥 뭔가 불편하다. 이런 경험이 많이 쌓이니 나중에는 헛웃음이 나왔다. 허허. 또야?


그래서 이제는 매번 확인한다.

두세번 누락을 찾아내 곧바로 조치를 받았다. 영수증을 보여주고 “이게 안나왔습니다” 라고 말했다. 속으로는 ‘그럼 그렇지’라고 생각했다. 이건 맥도널드의 주문/포장 시스템 문제일 수도 있고, 손님이 많은데 점원이 부족해 터지는 리소스 이슈일 수도 있다. 나는 주방 내부 사정은 잘 모른다. 그저 고객의 입장에서 안타까울 뿐이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맥도널드를 가장 좋아한다. 여전히 패스트푸드 햄버거 프렌차이즈를 고르라면, 무조건 맥도널드로 가서 먹는다.


하지만, 맛있는 것과 신뢰는 다른 문제다.


맥도널드는 나에게 신뢰를 잃었다.

맥도널드를 신뢰하지 않기에,

나는 매번 봉투를 열어 확인하는 불필요한 리소스를 낭비하고 있다. 불편하게 주섬주섬 꺼낸 음식은 식어가고, 배고픔은 가실 줄 모른다. 무엇보다, 매우 귀찮다.



회사는 어떨까.

같이 일하는 동료의 경우로 본다면, 서로 신뢰를 하지 못하는 동료와 일한다면 어떨까.

동료의 업무를 믿지 못해, 수시로/추가로 확인하고, 보고받고, 검토하고, 의사소통해야 하는 리소스가 낭비될테지. 몇 번의 방만과 나태로 서로간에 신뢰를 잃는다면, 동료로 협업하기는 점점 어려워질거다.


한번 잃은 신뢰를 회복하기란 쉽지 않다. 설사 회복한다 치더라도 마음 속 저 한 구석엔 늘 의심의 눈초리가 도사리고 있다.


이건 단순히 동료간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리더와 팔로워의 문제일 수도 있다. 수평적이건 수직적이건 모든 상호관계에는 ‘신뢰’라는 기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를 견고히 지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게 한 번 무너지면 돌이킬 수 없다. 나는 주로 ‘약속을 지키는 지‘를 신뢰 체크의 파라미터로 삼는데, 시간 약속, 지키기로 한 원칙 등 크건 작건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사람들도 자신만의 체크 기준을 가지고 있을 거다. 그게 무엇이든 무너지면 상대방은 신뢰를 잃는다.


우리는 그것을 ‘평판’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많은 사람은 평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대충 생각하고 행동하지만, 결국 평판은 내 발목을 잡는다. 언젠간. 반드시.


Your reputation is a priceless asset.


워렌 버핏은 평판을 잃은 상대와는 거래하지 않는다.


‘봉투에 넣을 햄버거 하나쯤 누락한다’고 해서, 맥도널드가 망하진 않을거다. '하루에도 수백 수천개가 팔리는 감자튀긴인데 하나쯤 안나가도 되겠지.' 이런 생각으로 기획안을 작성하고, 소스를 수정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VoC를 처리한다면 그 나태와 안일함은 평판에 그대로 각인되어 나에게 배달된다.


주식 현황은 메일 체크하고, 조금이라도 수익을 얻으려고 열심히 공을 들이면서 '평판'은 왜 그렇게 하지 않는가? '평판'을 재산과 같이 다루자. '신뢰'를 돈이라고 생각하자. 절대 신뢰를 잃지 않도록 하자.


'신뢰'를 지켜 믿을 수 있는 동료가 되면,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것은 곧 성과로 나타나 내 역량을 성장시켜 줄 것이고 평판은 당연히 좋아지는 선순환의 고리가 완성된다.


우리 모두 ‘믿고 맡기는 홍길동씨’가 되도록 하자.

나는 오늘도 맥도널드 봉투를 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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