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은 늘 인산인해다.
밀집된 학원가는 언제나 학생들로 넘친다.
점심시간이면 모든 가게에 대기가 길어지고, 마땅히 먹을 곳을 찾기 힘들다. 그럴 땐, 어른 입맛의 가게를 가면 의외로 줄을 서지 않고도 먹을 수 있다. 예를 들면 함흥냉면 전문점 같은 곳. 아무래도 함흥냉면은 학생들에게는 딱히 인기가 없나 보다.
아들과 함께 함흥냉면 전문점인 '강남면옥'을 찾았다.
대기가 아예 없진 않더라. 20분 정도 기다렸다가 입장했다.
역시 주말 점심은 어디든 기다려야 한다.
가게 안은 만석이다.
앉자마자 주어지는 육수.
물론 조미료 맛이겠지만, 나는 이 따뜻한 육수가 좋다.
먼저 만두가 나왔다.
한 판은 많은 것 같아서, 반만 시켰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만두 맛은 봐야지.
냉면 전문점은 늘 만두 퀄리티가 괜찮다.
나왔다. '함흥냉면'
아들도, 나도, 비빔으로 시켰다.
채 썬 배, 오이 고명에 고기와 삶은 달걀이 올라가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양념에 깃들인 정성이 느껴진다.
그냥 대충 만든 매운 양념이 아니다.
고기가 부들부들 그럴듯하다.
달걀을 먼저 먹으면 위벽이 보호되기 때문에, 전식으로 먹어야 한다는 둥
이런저런 주장들이 인터넷에 많이 있지만,
나는 그냥 맛있어서 먼저 먹는다.
양념에 잘 버무려진 면의 자태가 곱다.
모두가 아는 함흥냉면의 그 맛 그대로 새콤달콤하다.
어떤 냉면은 잘 끊기지 않아서 가위로 잘라놓고 먹곤 하는데.
여긴, 면이 잘 끊겨서 먹기 편하다.
어른에겐 굳이 가위가 필요 없다. (아들은 잘라줌)
만두에 육수를 부어 후추를 살짝 뿌리면,
미니 만둣국이 된다.
비빔냉면과 만둣국은 잘 어울리는 한쌍이다.
맛있다.
냉면 한 입 먹고, 아까 만들어 둔 미니 만둣국도 한 입 먹는다.
시원한 새콤달콤에 따뜻한 짭짤함이 더해져 입이 재미있다.
오이 고명이 양념에 잘 절여졌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바닥에 깔린 양념 덕분에 맛이 찐해진다.
남은 면발과 야채는 숟가락으로 잘 모아서 먹으면 된다.
다 먹었다.
아들과 함께 오면서, 혹시 싫어하면 어쩌나 걱정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맛있게 잘 먹더라. 함흥냉면은 어린이 입맛에도 맞나 보다.
키가 더 크려는지 요새 꽤 많이 먹는데, 보는 내가 기분이 좋다.
함흥냉면을 아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니, 신난다.
앞으로 조금씩 더 어른 입맛으로 같이 다니며 도전하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 있다.
서로같이 재미있게 할 것들이 많아져서 행복하다.
냉면의 진수는 평양냉면이라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이렇게 자극적인 함흥냉면도 맛있다.
인생에 정답이 없는 것처럼, 맛에도 정해진 답은 없지.
다양하게 편견 없이 맛보며,
내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면 된다.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