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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기 공원으로 왔다.
대도시의 공원은 언제나 반갑고 궁금하다.
많이 걸었다.
음료수 하나 사서 벤치에 앉아 좀 쉬었다.
한적하고 좋구나.
눈에 많이 띄는 녹차가 이거더라. 그래서 사봤다.
맛은 녹차맛.
화장실들을 좀 찾아다녔다.
뜬금없겠지만.ㅎㅎ
얼마 전에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감명 깊게 봤다.
내 삶이 지향하는 바와 비슷하다고 생각한 영화였다. 일상의 루틴 속, 반복과 규칙에서 오는 평안함.
그래서 더 와닿았을 수 있겠다.
영화 속 주인공 '히라야마'는 도쿄의 화장실 청소부인데, 거기 나온 화장실을 좀 둘러보고 싶어졌다.
(영화를 보신 분은 내가 왜 화장실을 찾아다녔는지 이해하실 듯)
먼저, 가장 궁금했던 곳부터. '하치만 신사' 앞의 버섯을 닮은 화장실.
2013년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이토 도요오'의 설계 작품이다.
(참고로 프리츠커상은 건축계의 노벨상이다.)
히라야마가 쉬었던, '하치만 신사'에도 올라가 보자.
영화 속 히라야마처럼 빵과 우유도 사다가 먹어봤다.
바로 저 앞 벤치에서 히라야마는 규칙적으로 식사를 했겠지.
다음은, 진구도리공원에 왔다.
여기 이 화장실은 무려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다. 이름은 아마야도리(あまやどり)
안도 다다오의 화장실 스케치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그냥 스쳐 지나갔을 화장실들. 이렇게 직접 찾아가 보니 색다르고 의미 있었다. 나는 이 과정에서 또 즐거웠다.
하라주쿠 쪽으로 걸어간다. 조금 멀어도 걷는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골목길을 걷는 건 행복이다. 동네 풍경이 아기자기 귀엽고 깨끗하다.
기찻길도 건넌다.
하라주쿠에 타워레코드가 여전히 영업 중이다. 한국은 모두 망해서 사라졌지. 차이가 느껴진다. 그 차이는 어떤 격차를 만들어냈을까. 앞으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쇼핑의 성지 하라주쿠로 왔으니, 캣 스트리트를 구경해 보자.
여기가 그렇게 힙하다며?
파타고니아는 궁금해서 들어와 봤다.
제품군이 다양하다.
날씨가 참 좋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다.
생각해 보니 나도 외국인 관광객이구나.
만화 캐릭터(?) 전시회 앞 줄이 길다.
다양성이 존중받는 문화가 부럽다.
캣 스트리트 바로 옆이다.
나는 사치품 쇼핑에는 관심 없어서 그냥 지나쳤다.
시부야 FM(?)이라는 데서 공개방송을 하고 있다.
하라주쿠는 사람이 정말 많다. 힘들다.
배가 고파서 국수 하나 먹었다.
(그냥 아무 가게나 들어가서 먹음)
시켜서 한 입 먹어보니, 쌀국수 면이네.
그래도 얼큰한 거 먹어서 기분 좋아졌다.
시부야 역 근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쉰다.
그 유명한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교차로라고 한다. 한 번에 1,000명 이상이 교차로를 건넌다니 말 다했지.
명성대로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일본 내수를 지탱하는 힘이 느껴진다.
오늘 많이 걸었다.
이제 집에 가자.
시부야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일본 지하철은 책 읽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찾기 힘들었다.
역시 여기도 모두 핸드폰 삼매경.
저녁은 간단하게 먹고 싶었다.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 왔다. 가라아게 도시락이었나. 암튼 거기에 매콤해 보이는 컵라면 하나.
맛은 우리 모두 아는 치킨 맛.
라면은 마라향이 살짝 나는 열라면 맛.
오늘의 주전부리는 초코송이.
이것도 일본이 원조였던 건가. 내가 모르는 게 많았구나.
달콤하다.
맛있다.
이제 그만 자자.
2일차 총 걸음수 : 26008
2일차 두 번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