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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셜리 Sep 27. 2024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즐기는 조식뷔페라니

오늘 아침은 오픈런

2024년 1월 14일  골드코스트


골드코스트에는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조식뷔페를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

골드코스트 여행을 검색하며 찾은 어느 블로그에서 본 사진 한 장. 푸르디푸른 망망대해가 펼쳐지는 오션뷰 테이블에 앉아 우아하게 조식을 먹는 장면. 바로 스카이포인트 전망대다.


와~ 이건 너무 멋지잖아! 나도 그 멋진 사진 속 한 장면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우리가 예약한 호텔에서 도보도 5분이 채 안 걸린다. 이건 완전 럭키비키잖아!

아침 7시 30분부터 시작이니까, 일찍 일어나기만 한다면 오픈런도 가능하다. 7시 알람을 맞춰 놓았으나 꾸무럭거리다 보니 조금 늦었다. 세수만 겨우 하고, 선크림만 바른 채로 아침 햇살을 온몸에 받으며 전망대로 향했다. 7시 50분 도착. 다행히 대기 줄은 없었다. 조식뷔페 입장료가 AU$42니까 4만원 정도 된다. 티켓을 끊으니 놀이공원처럼 팔찌를 준다.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순식간에 77층 전망대에 도착했다.

 

설마 우리가 1등인건가? 섣부른 기대를 안고 입장을 했는데, 역시나 우리보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있었다. 남은 자리는 많았으나 내가 딱! 앉고 싶은 그 자리엔 이미 금발의 미녀가 앉아서 우아하게 조식을 즐기고 있었다. 어쩌지...  난 그 자리에 꼭 한 번 앉아보고 싶고, 여길 다시 올 일은 없을 테니 오늘이 아니면 나한텐 기회가 없을 거고... 그래 결심했어!

우리 차례가 되어 직원분이 자리를 안내해 주셨으나, '정말 죄송하지만 조금 기다렸다가 저기 저 자리에 앉아도 되겠느냐' 물어보니 가능하다 하신다. 사실 처음엔 10분 정도면 다 먹겠지 싶었는데, 금발의 미녀는 정말 여유롭게 천천히 조식을 즐기고 있었다. 나라도 그 자리에 앉으면 일어나기 싫을 것 같았다. 그녀는 죄가 없으나 우리의 마음이 조급 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10분이 넘어가니 뭘 이렇게까지 해서 먹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고, 우리가 진상고객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어서 포기할까 하다가 기다린 시간이 아까우니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 보니 30분이 다 되어 갔고, 포기할까 하던 그 순간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왜 그랬을까 창피하기도 하다. 근데 그땐 꼭 그 자리에 앉고 싶었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 못 올 순간이었기에...


그토록 원하던 자리에 앉아 망망대해를 바라보니 그 순간만큼은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있다는 게 이런 거구나. 오션뷰 1열에 앉아 맛보는 조식은 맛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너무 천천히 먹는다며 답답해했던 금발의 미녀처럼 우리도 천천히 여유롭게 조식을 즐겼다.

호텔로 돌아가 제대로 씻고, 오늘은 어제보다 화려하고 노출이 쪼끔 더 있는 원피스를 입었다. 버스를 타고 팜비치로 가는데 수영복에 맨발로 버스를 타는 사람들이 많다. 길거리를 걷는 사람들도 수영복 차림이 많다. 어제도 느꼈지만 여전히 신기하고 부러운 모습이다. 팜비치는 원래 석양이 예쁘다고 했지만, 시간과 상관없이 그냥 다 예쁘다. 가끔씩 비행기가 지나가는 모습이 보이는데, 파란 하늘에 흰 뭉게구름 위로 지나가는 비행기의 모습도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점심을 먹고, 버레이 헤드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버스에서 내려 공원 쪽으로 가기 위해 다리를 건너려는데 다리 위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무슨 일이지? 싶어서 가까이 가보니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다이빙을 하고 있었다. 친구들과 하하 호호 거리며 거리낌 없이 물로 뛰어내리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환호성이 절로 난다. 어쩜 이렇게 여유롭고 즐거운 삶을 살 수가 있지? 나도 모르게 그들의 모습을 한없이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나에겐 어제 봤던 커럼빈의 버드쇼보다 훨씬 재밌고 즐거운 쇼였다. 그런데 이곳은 사실 다이빙 금지구역이란다. 자세히 보니 다이빙 금지 표지판이 떡하니 세워져 있다. 무엇이든 금기를 깨는 것이 더 재미가 있나 보다.

버레이 헤드 국립공원은 경사가 완만하고 바다를 끼고 있어서 걷는 재미와 보는 재미가 있다. 바람도 솔솔 불고 바다도 예쁘고 걸으면서 저절로 힐링이 되는 산책코스였다.

호텔로 돌아와서 쉬었다가 서퍼스파라다이스 해변을 걸었다. 아침에 보아도 해질 무렵에 다시 보아도 질리지 않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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