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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셜리 Oct 02. 2024

파라다이스에서의 맥모닝

지금 이 순간이 진정 파라다이스!

2024년 1월 15일 월요일  골드코스트 - 멜버른


골드코스트에서의 마지막날 아침이 밝았다.

마지막이라는 게 너무 아쉬워서 일어나자마자 호텔 바로 앞에 있는 서퍼스 파라다이스 해변을 걷고 또 걸었다. 아침 햇살을 가득 담은 바다는 눈이 부실정도로 반짝였고,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는 언제나처럼 거침이 없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남겨두고 떠나야 하다니... 호주 여행이 다 끝난 것도 아닌데, 귀국을 앞둔 여행자처럼 아쉬운 마음이 매우 컸다.


원래는 버스를 타고 골드코스트에서 엄청 유명하다는 브런치를 먹으러 가려고 했지만, 조금이라도 바다를 더 보고 싶은 마음에 해변에 있는 식당에 가기로 했다. 뭘 먹을까 여기저기 기웃거렸으나 아직은 오전 시간이라 마땅한 곳이 없었다.


그러다 바다가 바로 보이는 그곳에 맥도날드가 딱! 보인다. 어머! 바로 여기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포르투의 맥도날드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 오션뷰 1열 직관이 가능한 맥도날드다. 별다른 고민 없이 맥모닝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는다. 처음엔 바다의 낭만을 즐겨보고자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으나, 낭만이고 뭐고 따가운 햇볕에 백기를 들고, 결국 쫓기듯 실내로 들어갔다. 다행인 건 실내에 앉아도 바다가 보이긴 한다.

바다가 보이는 맥도날드에서 맥모닝으로 브런치를 즐기고, 호텔로 돌아가 멜버른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나의 현실과는 너무나도 다른 지극히! 비현실적인 그들의 일상과 여유를 바라보며 현타를 느끼면서도 잠시나마 이곳에서 그들과 함께였다는 사실에 감사한 나날이었다. 그리고 다음에 올 땐 살을 아주 아주 많이 빼서 나도 그들처럼 당당하게 비키니를 입어보고 싶다는 실현 불가능한 꿈을 꾸며 골드코스트와 아쉬운 작별을 했다.


골드코스트에 있는 내내 날씨가 좋았는데, 떠나려고 하니 날씨가 흐려졌다. 우리의 아쉬운 마음을 하늘도 아는 것인가. 공항에 가서 체크인을 하고 탑승 시간을 기다리는데, 지연과 취소가 많기로 유명한 젯스타가 정시에 출발한단다. 세상에! 웬일이니~ 기분 좋게 제시간에 출발은 했으나 자리 운까지 바라는건 욕심이었나보다. 유난히 아기들이 많다 했는데 여지없이 소란스러웠다. 그래도 비행시간이 길지 않으니 괜찮았다.

공항버스 타고 터미널에 내렸는데, 호텔까지 트램을 타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걸어가자니 좀 멀 것 같고... 잠시 고민을 좀 하다가 구글 지도를 믿고 걸어가기로 했다.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걸어가는 길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한참을 걸어 공원 가로질러 가려는데 현지인들이 큰 캐리어를 끌고 공원을 정처 없이 걷고 있는 우리가 딱해 보였는지 '너희들 지금 어디로 가는지는 알고 가는 거냐'고 물어본다. 아마도 우리가 길을 잃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정말 고맙지만 우린 제대로 가고 있다'고 안심시키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아무리 힘들어도 공원에 있는 나무며 잔디밭이 너무너무 예쁜 거다. 하늘은 파랗고, 햇살은 따사롭고... 어마어마하게 큰 나무 그늘 아랫사람들이 자기 집 안방인 양 아무렇지 않게 누워있다. 우리만 정말 다른 세상에서 온 사람인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도 꼭 저들처럼 잔디밭에 꼭 누워보리라 이를 갈며 호텔로 향했다.

호텔에서 체크인을 하는데 분명 트윈베드를 예약한 것 같은데, 퀸베드로 되어 있다며 트윈베드로 하려면 3박에  75불 더 내란다. 퀸베드는 불편한데.... 잠시 고민했지만 아무래도 75불을 더 내는 건 호구가 되는 기분이라 그냥 퀸베드로 하겠다고 했더니 선심을 쓰듯 트윈베드로 해주겠다고 한다. 뭐지? 진짜 우릴 호구로 생각한 건가 싶었지만 원하는 대로 됐으니 좋은 게 좋은 거다 생각하기로 한다.

저녁때가 다 되어 주변을 검색해 보니 호텔 바로 가까이에 한식당이 있다. 순두부찌개에 공깃밥 따로 돈을 받았고, 김치볶음밥은 짜고 비쌌다. 그래도 밥을 먹으니 배는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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