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항사의 경우 보통 24시간 전부터 온라인 체크인이 가능해서 어제부터 시간 맞춰 체크인을 시도했는데, 무슨 일인지 계속 안 됐었다. 떨어져 앉게 될까 봐. 혹시라도 풀부킹이라 비행기를 못 타게 되는 사태가 발생할까 봐 걱정을 하며 새벽에 깨자마자 체크인을 시도했는데, 아침 11시 40분 비행기가 오후 2시 40분으로 무려 3시간 지연에 심지어 체크인도 안 된다.
호주 항공사들이 유난히 지연출발이 많아서 악명이 높다는데, 이번 여행 내내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서 운이 좋다 생각했더니 결국 마지막날 이렇게 경험을 하게 되는구나. 아예 캔슬된 건 아니니 다행이라 생각했다.
출발이 지연됐다고는 하지만 계속 체크인이 계속 안되니 미리 공항에 가 있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일찍부터 짐을 싸서 나왔다. 가자마자 공항 셀프체크인 기계에서 해보니 체크인이 바로 됐다. 뭐지 이건~
일찍 도착한 바람에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공항면세점에서 또 쇼핑을 했다. 호주가 물가가 비싼 편이긴 하지만 면세점에서 파는 초콜릿 비싸도 너무 비쌌다. 초콜릿 한 상자에 74달러(약 66,000원)라니! 이거 실화니? 선물로 초콜릿을 사가려는 마음이 쏙 들어갔다.
면세점을 돌고 또 돌다가 겨우 출국 시간이 다 돼서 비행기에 탔다. 풀부킹이면 어쩌나 걱정했던 게 무색하게 우리 뒷좌석이 비어있어서 의자를 뒤로 젖힐 수 있고 좌석도 나름 편했다. 그러나 빌런은 따로 있었으니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소리 지르고 뛰어다니는 4살쯤 된 외국인(중국인으로 추정됨) 여자아이. 우리 좌석에서 대각선 앞쪽에 앉았는데, 기내 통로를 마구 뛰어다니면서 우리 팔을 툭툭치고 다니고 의자 위에 올라가서 방방 뛰고.... 승무원이 주의를 줘도 소용이 없다. 아무 제지도 안 하는 무개념 엄마와 할머니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았다. 아이가 잠들기만 바랄 뿐이었다.
긴 비행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밤 10시 50분에 도착했다. 3시간 지연출발하는 바람에 도착시간도 3시간이 늦어진 것이다. 공항버스 막차가 11시 20분이어서 공항에 내리자마자 일단 예매를 했다. 혹시나 탈 수 있지 않을까? 헛된 희망을 가져봤으나 입국수속에 짐 찾기까지 시간이 걸려 결국 취소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선택은 두 가지. 공항 근처 호텔에서 하룻밤 자고 내일 가거나 택시를 대절해서 대전까지 가거나. 날씨는 춥고 이 시간에 호텔을 잡아서 이동하는 것도 일일 것 같아서, 결국 택시를 선택했다. 어렵게 가격 흥정을 해서 22만원을 주고 택시를 타고 왔다. 콴타스 항공 때문에 22만원이나 생돈을 날린 셈이다.
그리고 집에 와서 짐을 풀다 보니 어제 잔돈을 없애려고 약국에서 샀던 풍선껌이 크라운이라 써 있길래 이상하다 했더니 메이드인 코리아. 한국에서 수출한 껌을 호주까지 가서 사가지고 왔더란다.
그리고 싱가포르랑 호주만 그런지 모르겠으나 입출국할 때 여권에 도장을 찍어주지 않는다... 작년에 갱신할 때 일부러 면수 많은 걸로 만들었는데 두 나라를 다녀왔는데도, 여권이 깨끗하다. 이건 참 서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