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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정 Jan 26. 2024

함께 인생을 걸어가다 보면

영화 <시네마 천국>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이탈리아 남부 어느 작은 마을.

어린 토토는 아버지가 전쟁터에  징병되어 가 있는 동안 생사를 알 수 없는 애타는 마음의 어머니와는 달리 오늘도 영화관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때우고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삶의 고달픔을 달래기 위해 영화관에 모여 희로애락을 즐기고 있지만 토토는 영사기에 관심을 더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밤낮으로 영사기를 돌리고 있는 중년남성인 알프레도의 주변을 맴도는 토토, 알프레도는 아이가 없어서 인지 그런 토토가 싫지는 않습니다. 이 마을의 영화관은 건전한(?) 영화를 요구하는 신부의 요청으로 알프레도는 영사기의 필름을 편집하는 일도 하고 있지요, 남녀의 키스장면과 잔인한 묘사의 장면을 편집하는데 토토는 그런 필름마저 소중한 보물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토토는 알프레도 몰래 숨겨온 필름들을 화로 가까이 두어 화재로 인해 집에 불이 나는 일이 생깁니다. 어린 여동생이 화재에 크게 다칠 뻔하자, 어머니는 참고 있던 노여움이 폭발하게 됩니다. 토토가 마을 성당 신부의 일을 도우면서 버는 푼돈도 살림에 보태야 하는 상황에 토토는 그 돈 마저  영화관에 써버리고, 이제는 집에 불까지 내니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호되게 토토를 때립니다. 그리고 알프레도에게는 다시는 영화관에 오지 못하게 해달라고 간청을 하지요.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마을에서  늦은 나이지만 초등학교 졸업 시험을 보러 온 남자들 틈에서 토토는 알프레도를 발견합니다. 시험 문제에 땀을 뻘뻘 흘리는 알프레도에게 토토는 답안지를 보여주겠으니 영사 기술을 가르쳐 달라고 권유합니다. 전날 토토 어머니의 간청도 있어 갈등하던 알프레도는 토토의 짓궂은 유혹(?)에 빠져 있었지만 시험 문제는 너무 어려웠습니다. 토토가 던져준 커닝페이퍼를 받아 든 알프레도는 당당하게 졸업시험을 치로고 그 대가로 토토에게 영사 기술을 가르쳐줍니다. 두 사람은 나이를 떠나 더욱 다정하게 지내게 되지요, 매회 영화 시작 전에 틀어주는 뉴스에서 전사자 명단에서 토토의 아버지 이름이 올라오게 됩니다. 삶이 고달프지만 언젠가는 남편이 돌아오겠지 하는 희망의 끈을 갖고 있던 어머니에게 날버락 같은 전사자 명단은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었습니다. 남편의 신상을 확인하고 돌아오는 날 토토는 실의에 빠진 어머니 손에 이끌려 집으로 향합니다. 토토에게 죽음이라는 것을 알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습니다. 알프레도와 자전거를 타고 가던 날 자신의 아버지 얼굴을 물어보았을 때  알프레도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포스터를 보고 남자 주인공(클라크 게이블)을 닮았다고 말해줍니다. 토토는 알프레도와 같이 영화관 영사실에서 일을 하게 되고  그만큼 영화를 보면서 더욱 영사 기술을 배우는 재미에 빠지게 됩니다.


점차 영화관에 모이는 관객들이 많아지면서 입장하지 못한 관객들을 위해, 그리고 토토에게 알프레도는 멋진 선물을 준비합니다. 퀴퀴한 영화관에서 뿌연 먼지를 내뿜던 영사기의 빛은 알프레도의 손을 떠나 벽을 타고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모들들 기뻐하고 토토는 벅찬 가슴에 광장으로 달려갑니다. 

하지만 흐뭇한 미소를 짓는 알프레도의 등뒤에서 심한 발열을 이기지 못한 영사기 필름은 불이 붙고 그 불길은 삽시간에 번져 영화관을 모두 태우고 맙니다. 화재로 인해 알프레도의 안면피부를 손상시키고 앞을 볼 수 없게 만듭니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 모두가 불을 피해 도망을 쳤지만 토토는 불타는 극장에 뛰어들어 정신을 잃은 알프레도를 구해낸 것이죠. 


40년이 지나고 토토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유명한 영화감독이 돼있습니다. 고향을 떠난 지 수십 년이 지난 토토는 어느덧 중년이 되어 있었죠. 어느 날 고향에서 부고장이 하나 날아옵니다. 알프레도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죠. 


영화 <시네마 천국>은 한 남자의 인생에 있어 아버지 같은 존재의 남자에 대한 회상으로 시작합니다. 

영화를 너무 사랑한 철부지는 첫사랑의 달콤함과 실연으로 인생을 배우게 되고 꿈을 찾아 떠밀리듯 고향을 떠나게 됩니다. 

마치 한 남자의 인생이 영사기를 통해 영화가 되는 것을 이영화를 통해 알게 됩니다. 

마을 골목 언저리에서 청년이 된 토토는 알프레도와 앉아서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고 싶은 마음을 털어놓게 됩니다. 

알프레도는 토토에게 공주를 사랑하게 된 어느 병사의 이야기를 해줍니다. 병사의 마음을 알게 된 공주는 자신의 발코니 밑에서 100일간 기다려 주면 자신 방의 문을 연 것으로  마음을 보여주겠다고 제시합니다. 병사는 공주의 방 창문이 열리기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자리를 지키고 서있게 됩니다. 99일째 되던 날 병사는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그 자리를 떠나게 됩니다. 

알프레도는 이야기가 끝나고 나자 이유를 물어보는 토토에게 어떤 대답도 해주지 않습니다. 

99일 동안 병사는 공주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창문만 바라본 자신이 부끄러워 떠났다고 알프레도는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사랑의 상처를 알게 된 토토에게 알프레도는 평생 영화관 영사기에서 파묻힌 자신의 인생을 살지 말라며 고향을 떠나게 합니다. 

훗날 중년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 토토에게 알프레도가 자신을 얼마나 응원하고 있었는지 알게 되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1990년 개봉한 <시네마 천국>은 극장에서 개봉할 당시 편집본으로 공개되었으며 감독판은 이후 DVD 판으로 나오게 됩니다. 

편집본으로는 토토와 알프레도의 이야기로 흘러가지만, 감독판은 떠난 연인의 그리움과 과거 꿈 많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내용으로 흘러갑니다. 

두 가지 버전으로 병사와 공주의 이야기는 두 개의 앤딩으로 남게 되는데요. 개봉작은 꿈을 향한다면 감독판은 사랑을 찾지 못한 용기 없음이 미련을 남게 만듭니다. 

어쩌면 병사와 공주의 이야기는 개봉판이 더 어울리는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드네요.


영화 <시네마 천국>은 인류가 영화라는 매개체를 접하게 되면서 희로애락을 접하는 군상들을 여러 각도에서 보여줍니다. 

영화 <시네마 천국>은 한 남자의 흘러간 추억의 회상이야기가 2시간의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웃고 울게 만든 영화입니다. 

암울한 현실에서도 동심은 있었으며 혹독한 삶 속에서도 위안을 삼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 그렇게 영화는 오늘도 만들어지고 보이고 읽히고 합니다. 

우리들 인생 이야기처럼 

어린 토토는 하루종일 영화를 볼 수 있는 알프레도가 부럽습니다. 

“ 맨날 혼자 지내.. 노예 같은 생활이야. 같은 영화를 백 번도 넘게 보고, 배우에게 미친놈처럼 중얼대고, 휴일도 부활절도 쉴 수 없어. 성금요일 만 쉬는데,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그날도 못 쉬었겠지.”

알프레도의 말처럼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어린아이들에게 어른의 녹녹지 않은 삶을 대변합니다. 꿈을 잃어버린 어른이 아니라 꿈을 희생 당한 어른들은 알프레도처럼 어린 토토가 자신이 걸어온 길을 가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알프레도와 토토가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처럼 어른과 어린아이는 그렇게 인생을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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