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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하게 Jun 27. 2024

온통 책


도서전에 다녀왔다. 몇 없다던 독서 인구가 오늘 한자리에 모이기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올해도 사람이 많이 붐볐다. 행사일 중 가장 어정쩡한 날을 고른다고 골라서 간 것이었는데도 그랬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던지, 한 출판사의 직원분들도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쵸? 오늘 이상하게 사람이 많죠? 저희만 그렇게 생각한 거 아니죠?


붐비는 사람들 속에서 여러 책들을 구경했다. 평균 4인으로 구성되던 인원이 올해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시간이 맞지 못하여 나와 친구 단 둘 뿐이었다. 둘이서  구경하니 훨씬 더 촘촘하게 둘러볼 수 있었다. 다인 구성으로 넓게 볼 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좋았다. 새로운 책들을 대거 공개한 출판사가 있었는가 하면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부스들도 눈에 띄었다. 어느 쪽으로 눈을 돌리든 새삼 드는 생각은 ‘책이 참 많다’였다. ‘책 좋아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 코너를 둘러볼 때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서울국제도서전은 공모를 통하여 4개 분야에 걸쳐 가장 좋은 책을 선정한다. 총 40종의 책들이 전시되어 있는 특별관이었는데, 성서부터 웹소설까지 다양한 책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차례차례 40종의 책을 관람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새끼손가락을 얽은 연인,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따로 찍는 젊은 여자, 학생들, 외국인, 홀로 돌아다니는 백발의 여인. 이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을까?


읽는 사람들 사이를 쏘다니다 보면 자연히 쓰는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쓰고 싶은 기분이 들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한 사람을 알아가는 건 귀한 책을 공들여 읽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 왔다. 사람이 곧 책이라는 연상이 그만큼 내게는 자연스럽다. 책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책으로 보이기도 했다. 책이 책을 팔고, 책이 책을 뒤적거리고, 책이 책 옆에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고. 책이 된 사람들, 머잖아 곧 될 사람들.


자신을 후자 카테고리로 분류한 나는 종종 궁금해하며 걸었다. 내 이름이 붙은 책의 표지는 어떤 모양일지. 가장 좋아하는 책 옆에 기분 좋게 누워있는 상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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