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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 Park Aug 26. 2023

네? 취향도 스펙이라구요?

남들이 좋아할만한 좋아하는 것을 가져야 살아남는다.



"뭐 먹을래?"


"아무거나"


좋아하는 것을 물었을 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기를 포기하거나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내가 좋아한다고 말했던 경험이 있는가?

일단 나는 무척이나 많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분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려라는 명분으로 취향을 감추는 것이다.

사실, '나의 취향에 대해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저변의 불안의 생각도 숨어있긴하다.


그렇다, 취향도 스펙이다.


문뜩 떠오른 철학적 명제가있다.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라캉이 한 말이다.


맞다, 남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줏대 없는 세태는 요즘의 문제가 아니다.

이전부터 지속되왔던 문제이다.

라캉이 말하는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게 되는 이유는 인간의 무의식은 언어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타인으로부터 습득한 언어들 속에 녹아있는 타인의 욕망을 무의식 속에서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심지어 이제는 무의식을 구성하는 것이 언어를 넘어 소셜미디어에서 소구하는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저장하고 그를 표상으로하여 타자의 욕망을 더욱 강하게 갈망한다. 


즉,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고민할 틈도 없이 나는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나의 취향이라고 믿게되는 것이다.




난 골프말고 걷는게 좋아


말 그대로다.

난 정말 골프가 안 맞는다.


골프를 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이겨내야한다.

기본적인 골프에 대한 지식을 갖출 것

자세부터 기본기까지 최소 1~2달은 다질 것

꽤 비싼 장비를 구비/대여 할 것

함께 골프를 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을 것

라운딩을 하기 위해서는 거의 하루를 통째로 비울 것


정말 진심으로 말하건데 위 조건을 극복한 분들을 존경한다.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골프를 치냐는 질문을 한달에 최소 5번은 듣는다.


나도 골프를 연습해본 적이 있다.(사실 의무적으로 칠 줄 알아야겠다는 조바심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위 문제를 이겨낼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심지어는 그 여유가 생긴다고하더라도 딱히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어느샌가 골프를 칠 줄 아느냐는 질문에는

"네~ 정말 초보이지만 연습하고 있습니다!"와 같은 사회적 동물로 원초적인 반응을한다.


나는 골프말고 등산을 하거나 산책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분명 몸 속 어디에선가.. 

아마도 명치 근처 같은 곳에서 골프를 좋아하고 싶다는 욕망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그렇다 나는 골프를 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골프를 좋아하고있는 미래의 나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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