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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 Park Aug 21. 2023

스타트업은 언제나 실패한다.

스타트업 씬에서 10년간 살아간다는 것

2014년 거짓말같이 군생활이 끝났다.

이제 드디어 날 옭아매던 사슬이 풀어지고 완전한 자유를 만끽하던 나는 2년동안 다음었던 멋진 계획을 실행해나갈 생각에 들떴다. 그저 창업이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사치심에 들떴던 나는 그저 멋진 청년 사업가로 보여지길 원했던 것 같다. 두려움은 두려움의 대상을 인지하지 못할 때 진짜 위협이라고 했던가, 나는 정말 두려움없이 엄청난 위험들이 뒤따라온다는 사실을 모른채 그저 시작이라는 설레임을 동력삼아 앞으로 나아갔다.


첫 창업은 중국과 한국의 나이키 운동화의 수요, 공급 불균형을 해결하는 C2C 거래 플랫폼..

정말 겁도 없는 선택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자신있게 떠들던 그 사업계획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무하게 들렸을지 고개들 수 없이 부끄럽지만 25살의 사업이라는 사치심에 사로잡힌 대표는 내 상상이 곧 내가 가진 것이었다.

창업선도대학에서 4,000만원을 지원받고 당찬 포부로 출발한 나의 첫사업은 예상하는 바와 같이 힘없이 무너졌다.(심지어 개발도 완성하지 못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그나마 할 줄아는 내 전공을 살려 디자인 에이전시를 차렸다.

말이 좋아 에이전시이지 그냥 디자인 프리랜서 크루 정도의 수준이었다. 일이 없던 나는 새벽 4시면 건대 밤거리에 문닫은 가게에 입구 문틈 사이에 간판과 메뉴판을 바꿔준다는 전단지를 고이 접어 끼워놓고왔다.

그게 될리가 있나...?

될리가 있었다!

드디어 나에게도 일이란게 생겼다. 그때부터는 이유모를 용기가 생겨 내 연락처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전화해 돌려돌려 일을 달라고 부탁을 했고,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했던가 주변에서 정말 많은 기회를 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벌어들인 돈을 시드삼아 수 많은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금와서 세어보니 10년동안 11번의 창업을 했었다. 정말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1. 중국과 한국을 잇는 C2C 운동화 거래 플랫폼

2. 마케팅 디자인 에이전시

3. 컵홀더 지면 광고 랩사&크리에이티브 디렉팅

4. 디자이너를 위한 포트폴리오 관리 솔루션

5. 페이스북 채널 에그리게이팅 랩사

6. UI/UX 기획 전문 에이전시

7. 패션 브랜드 운영(현재 운영 중)

8. 브랜드 생산관리 솔루션(M&A 실사 평가 중)

9. 소곱창 프랜차이즈(현재 운영 중)

10. 프리랜서 팀빌딩 제공 솔루션(엑싯)

11. 개발팀 구독 서비스(현재 운영 중)


이렇게 한 곳에 적어놓고 본건 처음이지만 정말이지 중구난방이다. 시장을 보고 창업을 한 것도, 전문성이 있는 분야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눈앞에 있는 기회를 포착하는 나의 직관을 믿어왔고 그 직관적 선택을 정답이라 믿어왔던 산물이라고 보인다. 그나마 최근 3년간 창업해서 운영하던 아이템은 M&A 진행 중이거나 엑싯을 했다. 물론 이 또한 익히 스타트업 뉴스레터에서 보이는 큰 케파의 딜은 아니다. 그저 스몰엑싯의 포트폴리오이며, 오히려 수 많은 실패와 실수들로 얼룩진 커리어이다. 심지어 중간중간의 큰 실패들에는 가족같이 믿었던 사람을 떠나 보내기도 하고, 나의 미숙한 실력과 인격으로 큰 실수를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와 상처를 주기도했으며, 큰 빚을 지고 3년 동안의 긴 암흑 속에 갖혀있기도했다.


그래도 위 사업들을 하며 얻은게 있다.

'약 300개가 넘는 ICT 관련 서비스의 디자인, UI/UX, 브랜드, 마케팅 기획을 진행했던 경험'

이 그것이다.

'무지로 가득한 청년사업가의 난사에 가까운 시도가 연쇄창업으로 포장된 커리어'

이 표현이 나를 설명하는 가장 꾸밈없는 방향이 아닐까한다.




나는 가난했고, 열정이 넘쳤고, 사업을 해야하는 내적동기, 외적동기 요인이 넘쳐났다.

그 결과,

나의 6개의 실패와 내가 함께한 스타트업의 200개가 넘는 실패들의 과정에 함께해 본 경험 자산의 나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아, 그리고 또 하나의 정서적 자산이 존재한다면

실패를 한다는 사실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질만한 내 정신이다.


그렇다.

스타트업은 수 없이 실패한다.

하지만 실패는 실패 뒤 마침표를 찍는 순간 실패로 완성되고,

실패 뒤 잠시의 작은 쉼표를 찍고 정진하는 순간 과정으로 이어어진다.

그래서 나는 도전하는 모든 사람들을 존경하고 그들과 함께 작고 큰 변화 속 가치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행복하다.


혹,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실패 속에 있다고 믿는다면

마침표를 찍지 않고 쉼표 후 다시 정진해 어딘가 모를 정상에서 인사했으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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