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eal Stem Jan 04. 2021

스파크 160km/h

환경의 중요성

 난 규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평소 나는 화가 나는 경우가 드물다. 누가 내 험담을 했을 때도, 날 무시하거나 공격할 때도 화를 내지 않는다. 그런데 유독 규칙을 어기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난다. 예를 들어 전철에서 사람이 내리기도 전에 먼저 타는 사람을 목격하거나 직접 경험하게 되면 화가 난다. 나는 이런 사람을 보면 내면에서부터 화가 올라온다. 임산부석에 임산부가 아닌 사람이 평온하게 앉아서 자고 있을 경우에도 화가 난다. (물론 특별한 조치는 하지 않는다…)


 운전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제한속도위반, 신호 없이 끼어들기, 신호 위반 등 교통 법규를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난다. 그리고 당연히 나는 웬만하면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난 회사를 다니면서 시속 160km를 달렸다. 그 당시 회사 차는 쉐보레에서 나온 경차 “스파크”였다.  시속 160km의 대가는 과태료 10만 원이었다. 규칙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내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근데 스파크로 160k가 가능은 한 건가?


 사회생활 3년 차 나는 수학강사 일을 그만두고 초등, 중등 고등학교 친구들에게 진로와 적성 관련 강의와 프로그램 운영을 하는 회사에 입사했다. 전국에 있는 학교에 가서 길게는 3박 4일 캠프를 운영하거나 짧게는 3시간 프로그램은 운영하는 일이었다.


 이 회사는 대표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회사였다. 대표는 과거 진로, 취업 특강 강사로 성공적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이 시장이 기회라고 판단하고 회사를 세웠다. 대표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던 성공의 원칙은 무데뽀 정신! 프로그램이 없으면 빨리 만들고 안 될 것도 노력해서 될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회사 직원들은 없는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또는 이유 없이 쉴 틈 없이 일했다. 프로그램이 없는데 입찰 제안서를 내고 입찰이 되면 프로그램을 빠르게 만드는 것을 비롯해서 모든 일이 빠르게 하는 것을 강조했다. 

회사 직원이 이런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강원도에 위치한 학교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저녁 9시에 서울 회사에 돌아왔다. 그런데 당장 내일 목포에 있는 학교에 가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그리고 운영해야 하는 프로그램이 준비도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빠르게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운영 준비물을 챙긴 후에 다시 목포로 출발해야 한다. 강의를 하기로 한 학교 인근에 있는 숙소에서 자고 다음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런 상황에 놓이면 결국 얼마나 빨리 숙소에 도착하느냐가 내 수면 시간이 된다. 그래서 회사의 많은 직원들이 속도위반을 하게 된다. 물론 대표가 속도위반을 허락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안전히 운전하라고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위에 있는 규칙은 “없어도 될 수 있도록, 빠르게”하는 것이다.


 결국 ‘없어도 될 수 있도록, 빠르게!’라는 규칙 때문에 회사로 자주 과태료 고지서가 날라왔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과태료 고지서가 날라오면 그 시간대에 누가 운전을 했는지 일지를 확인하고 전해주면 처리하는 식으로 처리가 되었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회사 카톡 단톡방에 고지서 사진이 올라왔고 그 고지서에 160km라는 속도와 함께 과태료 10만원이라는 금액이 찍혀 있었다. 


 순식간에 과태료 10만 원의 주인공이 누구인지가 모든 직원들의 최대 관심사가 되었다. 나 또한 대체 누가 10만 원의 주인공이 될지 궁금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주인공이 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지서는 내 손에 쥐어졌다. 나는 대체 언제 찍힌 것인지 떠올려 보았다.아마도 그날은 늦게까지 학교에서 운영할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혼자 서울 회사에서 목포에 있는 학교 인근 숙소로 가고 있던 길이었다. 이미 그전부터 강행군으로 전국을 돌아다니고 체력이 바닥난 상태였다. 저녁 10시쯤 출발했던 것 같다. 빨리 가야 새벽 2시가 예상 도착시간이었다. 수면이 부족한 상태였고 조금이라도 더 자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숙소에 도착해야 했다. 그리고 목포에 진입할 즘부터 약간 졸면서 운전을 했다. 아마도 문제의 시속 160km는 이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내리막길이었고 나는 최대한 빨리 숙소에 가기 위한 마음을 모두 담아 엑셀을 밟았다. 


 모든 것이 충격적이었다. 경차인 스파크가 시속 160km로 달린 것도 10만 원 과태료를 지불해야 하는 것도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가장 큰 충격은 규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가 무의식적으로 내가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이 회사를 8개월 정도 다니고 그만뒀다. 내가 회사를 그만둔 가증 큰 이유는 환경의 무서움 경험했기 때문이다. 내가 내 삶에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환경이 내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내가 스파크 160km/h를 달려서 받은 과태료 10만 원의 교훈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청소년 교육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입장에서 학생들이 속해있는 환경을 생각해 본다. 인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성적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환경에 보내고 있진 않는가? 성적이 인생의 다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해야 하니까 보내는 학원에서 아이들은 어떤 환경을 경험하고 있을까? 혹 내가 내 삶의 규칙을 무의식적으로 무시하고 160km/h로 달렸듯이 학생들도 그런 압박을 받고 있진 않을까? 내가 과태료 10만 원을 지불하고 교훈을 얻었듯이 학생들, 학부모가 그런 비싼 값을 치르고 교훈을 얻지 않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공부방은 망했지만 교육은 성공했다 2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