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eal Stem Feb 20. 2021

체온측정, QR코드 전자출입명부 알바 썰(?) 코미디


체온측정, 전자출입명부 알바를 하면서 이런 걸 깨달을 줄이야.

1. 자기만의 기준에 갇히지 말 것!

2. 정확하게 요구할 것!




작년 12월부터 일하고 있는 본사 건물 1층에서 전자출입 명부 안내를 하고 있다. 자동으로 체온 측정이 되는 기계가 있고 QR코드를 찍는 태블릿이 있다. 즉 나는 사람들에게 체온 측정과 QR코드를 찍을 수 있도록 안내만 한다. 간혹 QR코드가 잘 안 찍힐 때 안내하는 것이 핵심 임무다.


그러나 이 핵심 임무 말고도 여러 가지 상황이 발생한다. 그중 한 가지는 길을 안내해야 하는 것이다. 회사 건물은 4차선 도로 앞에 있다. 맞은편에는 정형외과가 있다. 아니 있었다. 이 병원은 한 달 전 우리 옆 건물 3층으로 이사를 했다. 그리고 그렇게 이틀에 하루 꼴로 어르신분들이 힘겹게 문을 열고 들어오신다. 힘겹게 문을 열고 들어오실 때마다 병원은 옆 건물이라고 안내를 드리고 있다.


비교적 젊은 분들도 건물을 잘못 찾아온다. 하루는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부부가 들어왔다. 그리고 QR코드가 없다며 방문자 출입 대장에 이름과 번호를 작성했다. 그리고 나에게 질문했다. "00 정형외과가 몇 층이에요?" 난 친절하게 옆 건물이라고 안내해 드렸다. 그 부부는 둘이 웃으면서 "괜히 썼네"라고 말하며 돌아가셨다. 유쾌한 부부라 다행이다.




내가 QR코드 전자출입명부 알바를 하면서 경험한 것 중 가장 흥미로운 스토리는 지금부터다. 어느 날 3명이 동시에 입구에서 들어왔다. 2명은 일행으로 내 안내를 받고 QR코드와 체온 측정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나머지 1분은 나에게 확인할 것이 있는지 다가와서 질문을 했고 흥미로운 대화가 시작되었다.


방문객 3 : 여기가 본사인가요?

나 : 어디 본사요? (저희 회사 본사는 맞는데.. 어디 본사를 찾으시는지...?)

방문객 1 : 맞아요.


갑자기 방문객 1이  나 대신 대답했다. 동시에 내 질문은 묻혔다. 그리고 대화는 이어졌다.


방문객 3 : 아 맞아요?

나 : (당황하며 조그마하게...) 어디 본사요....?

방문객 2 : (확신) 네 맞아요 본사


난 너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해 주는 오지라퍼 "방문객 1과 2"에게 밀렸다. ㅋㅋㅋ

방문객 3은 체온 측정과 방문객 출입 명부를 작성했다.

방문객 3이 막 엘리베이터를 다려고 할 때 나는 혹시 몰라 질문했다.


나 : 몇 층 방문하세요?

방문객 3 : 고객센터가 몇 층이에요?

나 : 그런 곳은 없습니다. 어디 찾아오셨어요?

방문객 3 : A회사 본사 아닌가요?

나 : 여기 아니고 옆 건물입니다....

방문객 3 : 아까 저분들이 여기라고 하셨잖아요?

나 : 여기는 00 회사 본사입니다...


너무 웃기고 황당한 경험이었다. 어디인지 언급도 없이 본사가 맞냐고 물어보는 사람. 그걸 또 맞는다고 대답하는 분, 내가 아니라고 이야기하는데 믿지 않는 분, 웃음 포인트들이 너무 많은 경험이었다.





퇴근하는 길에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생각 보았다. 그리고 몇 가지 깨달았다!


첫 번째 정확하게 질문할 것(또는 정확하게 요구할 것). 처음부터 방문객이 나에게 환화 본사인지 질문했다면 상황은 간단히 끝났을 것이다. 무엇보다 정확한 질문이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다. 내가 요청할 것도 명확하게 요청해야 얻을 수 있다. 이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정확한 목표가 없다면 성취감도 느낄 수 없다.


두 번째 자기만의 기준에 갇혀 있지 말 것! 방문객 3은 자신이 기준에 A회사 본사를 생각하고 질문했다. 방문객 1, 2는 자신이 다니고 있는 00 회사의 본사를 생각하고 대답했다. 각자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에 임했다.






며칠째 정형외과를 찾는 어르신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 어르신들도 정형외과의 위치를 학습하셨나 보다. 어르신들도 매일 새롭게 학습한다. 나 또한 학습하는 것에 있어서 게을러지지 말자.

작가의 이전글 스파크 160km/h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