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혜의 마음 Dec 16. 2023

까미노를 걸으며 만난 사람들 4

오십을 바라보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

미국에서 온 사라

사라는 스페인어를 전공하고 미국 대학에서 스페인어를 가르치고 있는 대학교 교수였다. 전형적인 미국사람이라고나 할까… 친절하고 먼저 인사하고 안부도 물어주고 순례길에서 헤어졌다가  레온에서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때는 레스토랑에서 같이 만나서 지금까지 잘 걸어온 우리들을 같이 자축하기도 했었다.


순례길 초반에 사라는 베드 버그에 물려서 고생을 많이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든 내색을 많이 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가 걸을 수 있는 만큼 걷고 다른 사람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면 두 팔을 걷어 부치고 돕는다고 해야 할까.. 난 스페인어를 하지 못 하는데 스페인 사람들이 영어를 잘 못해서 식당에서 불편할 때가 가끔 있었는데 사라와 함께 레스토랑에 갔을 때는 큰 도움이 되었었다. 언어뿐만 아니라 사교적이고 붙임성이 좋아 식당에 없는 메뉴도 결국 만들어 주는 일들이 있었다.


사라와는 함께 길을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았지만 정작 자신의 속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대학교수이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대학교를 다녀서 아는 지인들이 아직까지도 많다는 것. 그리고 8년 전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자전거로 라이딩했었다는 정도였다. 나이도 물어보지 않았는데 이후에 나보다 나이가 조금 많은 50대 중반인 것을 말해 주었다.


사라는 산티아고 도착을 2-3일 정도를 남겨 두었을 때 자신이 왜 이 길을 걷고자 했는지를 나누어 주었다. 8년 전에 산티아고를 자전거 라이딩은 레온에서 남편과 함께 했었는데 그때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사라의 남편은 사라보다 17살이 더 많았지만 의사였고 운동도 활발히 하는 사람이었는데 순례길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이 쉽지 않고 자꾸 문제가 생겼고 남편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고 했다. 스페인에서 미국으로 돌아가서 남편이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고 그 후로 남편 병간호를 직장 생활을 하면서 5년 동안 했고 얼마 전 남편이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간병인이 집에 와서 남편을 돌봐 주었다고 했다. 사라는 이 간병의 시간을 통하면서 자신이 너무 지쳤고 사별 후 남편을 마지막에 간병인에게 맞긴 것. 잘 못해 준 것들만 기억에 남아 죄책감까지 들어서 어려웠던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그러던 중 다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지난 8 년을 좀 정리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대학에서 안식년을 받아 순례길을 시작했다고 했다.


난 이제 순례길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제 남편에 대한 마음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사라는 웃으며 이제 편안해진 것 같다고… 자신에 대해서도 왜 더 잘해 주지 못했느냐고 물으며 마음이 힘들었는데 이제는 넌 최선을 다했었고 수고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고 마지막에 간병인이 돌보았던 시간에 간병인이 남편이 원하는 대로 거의 다 해 주었기에 어쩌면 그가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사라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사별한 남편을 마음으로 편히 보내주었고 수고했던 자신에게 하던 채찍질을 멈추고 오롯이 안아주고 수고했어라고 말하며 화해한 듯했다.


순례길을 걸으며 놀라는 것 중에 하나는 이길을 걸으며 많은 이들이 자신과 화해하고 자신을 용서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는 것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까미노를 걸으며 만난 사람들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