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그냥 누군가가 써놓은 글만 봐도 '어쩜 저렇게 글을 맛깔나게 잘 쓸까?' 싶을 정도로 필력이 좋은 이들이 참 많다.
그런 가운데 명함을 내밀기도 부끄럽지만, 글 쓰는 일로 밥벌이를 했다는 사실. 누가? 내가! 그것도 강산도 변한다는 십 년이 넘는 동안.
어려서부터 글 읽고 쓰는 것이 좋았던 어린이는 오히려 어린 시절에는 또래들에 비해 꽤 많은 책을 읽었던 걸로 기억한다. 학창 시절에는 공부하기가 싫어 그 시간에 신문을 참 열심히도 읽었다.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많이 읽었기 때문에 비교적 글을 잘 쓴다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던 듯.
커서는 쓰는 일로 밥벌이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으나 - 절대로, 그렇게 좋지 않은 필력임에도 불구하고 - 글 쓰는 일을 업으로 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필력의 성장이라고 해야 할까? 사실, 멈췄을 것이다. 핑계를 대자면 책 읽기도 글 쓰기도 손을 놓은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래됐다. 그런 내가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어린 시절 읽고 쓰며 형성된 무언가 때문이었을 듯. 이래서 조기교육이 중요한가! 싶기도 하다.
내 밥벌이용 글쓰기는 세상 건조한 일이었다. 영혼을 갈아 넣고, 아주 창의적으로 멋들어진 문장을 만들지 않아도 됐다. 그냥 쓰기만 하면 됐다.
먹고살아야 하니 꽤 오랜 동안 그 일을 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직업이 되면 싫어진다더니 나에게 글 쓰는 일이 그랬다. 퇴근하고 나면 글자 보기가 싫었다. 책 읽기는 물론. 쓰기? 말해 무엇하리. 넘치게 보이는 글자들을 업무에서 손 떼는 시간만큼은 외면했다.
그래도 마음 한 켠에 쓰고 싶다는 생각은 갖고 살았던 시간들. 업으로 글 쓰는 일을 끝내고 나니 그 마음이 조금씩 보인다. 언젠가 몽글몽글한 글을 쓰고 싶다!라는 문장을 써뒀었는데... 써뒀지만 글감도 못 찾겠고, 시작이 도통 되지 않았다.
대단한 글이 아님에도 스스로 만족하며 한 편의 글을 완성하기까지는 쉬운 일이 아니다. 비로소, 업으로 쓰는 일이 끝나고 나서야 지극히 개인적인 만족을 위한 글이 써진다. 적어도 시작이라도 해 볼 마음이 생긴다. (아, 그러고 보니 논문도 완성해야 하네)
역시 어떤 일이라도 업으로 하게 되면 즐겁게 하기가 어렵다. 같은 이유로 여행도 좋아하고 글쓰기도 좋아하지만 여행작가는 못하겠... 여튼, 일로 하는 나의 글쓰기는 끝났다! 끝!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