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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와 모과 Jan 29. 2024

창조란 무엇인가?

저는 어릴 때 친구와 학교 운동장 구석에서 흙을 만지며 놀았습니다. 

손바닥으로 흙을 비벼 동글동글한 경단을 빚습니다. 접시를 만들어 그 위에 경단을 올립니다. 

흙 숟가락과 젓가락도 놓고요. 식사 준비가 끝나면 벽을 세워 집을 만들던 친구에게 말합니다. 

“여보옹~ 식사하세요.” 

그러면 친구는 집을 짓다 말고 진흙 경단을 먹는 척 합니다. 

“아 잘 먹었다.” 

친구는 굵은 목소리를 흉내내며 젓가락을 내려놓았지요. 


 그때 저는 점토를 빚는 도예가이자 결혼한 여성을 흉내 내던 배우였습니다. 

기억에 남는 사건을 그리고 글로 느낌을 적어 그림일기를 쓰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저는 글을 쓰던 작가이자 화가였습니다. 

겨울이 오면 두꺼운 실로 겨울 목도리를 뜨던 공예가였습니다. 

기독교 동아리 발표회를 준비하며 무용 동작을 창조하던 안무가이기도 하였습니다. 


 과거를 떠올려 보세요. 

당신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선별하여 카세트테이프로 녹음한 후 나만의 음반을 만들었습니다. 

레고 조각을 이리 저리 결합하여 감탄할만한 작품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당신은 낮선 골목길과 구석진 공간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 하던 탐험가였습니다. 

특이한 식물과 곤충 표본을 채취하던 과학자였습니다. 

당신은 창조자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요? 


 인간에게는 창조하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어린아이를 보세요. 종이 한 장만 손에 있어도 그걸 가만 두지 않습니다. 

접고 꾸기고 찢고 붙이며 자신만의 놀이에 몰두합니다. 결과물이 어떻게 나오든 만족하고 즐거워합니다. 

창조 과정에서 재미와 기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창조성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아이의 생각은 독창적입니다. 

아이의 언어는 아름답습니다. 

아이는 독특한 방식으로 사물을 바라봅니다. 

인간 내면에 깃들어 있는 창조성을 아이는 무의식중에 말과 행위로 발현합니다. 

일상이 예술 활동으로 가득했던 아이는 조금씩 자라납니다.


 어른이 된 아이는 ‘창조’라는 단어를 읽으며 어리둥절한 마음이 듭니다. 

창조가 뭐지? 나는 글도 못쓰고 그림도 못 그리는데? 

손재주도 없고 말도 못하는데?  몸도 굼뜨고 머리도 나쁜데? 

순식간에 머릿속은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찹니다. 


아이일 때는 창조성을 표현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내부 검열을 하지 않았거든요. 

성장하며 다른 이의 시선을 의식하게 됩니다. 

자신을 나타내기보다 숨기려 합니다. 

자신이 뛰어난 창조자였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립니다. 


 이케아는 간결한 디자인의 가구를 직접 제작하여 유통하는 회사입니다. 

이케아 창시자인 잉그바르 캄프라드는 6살 때 가게에서 성냥 한 통을 사서 낱개로 소분한 후 이웃에게 팔아 이윤을 남겼다고 합니다. 

에피소드를 들으며 우리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럼 그렇지. 이케아를 만든 사업가답게 어렸을 때부터 특별했구나.’ 

하지만 캄프라드가 성냥을 팔기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 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부모님의 도움이 있었을 테고 아이가 성냥을 판다고 했을 때 이웃이 흔쾌히 물건을 사 주었겠지요. 

국 아이들이 용돈을 벌기 위해 레몬에이드를 만들어 파는 것처럼 그 마을에서는 사소하고 흔한 행동일 수도 있습니다. 


 캄프라드가 기업가로 성공했기에 어릴 적 행동이 재발견되고 사업가적 기질이 내재되어 있었다는 증거로 제시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나는 예술가다’라고 생각하고 과거를 돌아보면 나 역시 남보다 비범했던 사건이 반드시 있습니다. 

창조자가 되는 순간 내 과거도 단번에 해석이 달라집니다.

자신을 창조자로 인식하지 않기에 그 일화가 묻혀 있을 따름입니다.


 우리에게는 창조자가 되기 위한 자질이 충분합니다. 

어린 시절 다양한 창조 활동으로 갈고 닦아온 시간이 있거든요. 

물론 누군가는 어릴 때부터 재능이 좀 더 많았던 경우도 있습니다.


 모차르트는 6살 때 첫 미뉴에트를 작곡했고 9살에 첫 교향곡을 완성하였습니다. 

피카소는 어릴 때 신동으로 불렸고 10대에는 사진처럼 정교한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예술적 자질이 뛰어난 사람도 간혹 있지만 어쩌겠어요. 

그건 그들에게 주어진 선물이니 우리가 빼앗을 수도 없고 질투할 필요도 없습니다.

 

 신동이라 불리는 이들은 쉽게 창조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끝까지 지속하는 힘은 재능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위대한 창조자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전 생애동안 작품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위대해집니다. 

우리가 창조자로 살기 위해 필요한 건 재능이 아닙니다. 

도전하는 용기와 지속하는 힘입니다. 


 창조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누군가는 글로 이야기를 하고 누군가는 음악으로 자신을 표현합니다. 

창조는 나로부터 시작되어 이 세계와 우주로 확장되어 가기에 나를 주체적인 존재로 살게 합니다. 

내 삶의 주인으로 사는 건 쉽지 않습니다.

주체적 삶을 살기 원한다면 자신과 부단히 맞서야 합니다. 

우리는 노력하지 않아도 게으름에 매력을 느낍니다. 

좀 더 자고 좀 더 놀고 좀 더 먹는 건 기꺼이 하려 합니다. 

능동적인 삶은 노력하지 않고는 이루어 낼 수 없습니다.

 

창조 활동은 나의 잠재된 가능성을 발견하는 놀이인 동시에 나를 단련시키는 도구입니다. 

내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담아낼 것인가를 궁리해 보세요. 

잊고 있던 나만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것. 창조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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