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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와 모과 Apr 16. 2024

동네 카페


한 달에 두 번 정도 남편과 점심을 먹는다. 

평일 점심 데이트. 회사까지 걸어서 20분이면 도착이다.

춥거나 더울 때는 회사 근처 식당에서, 날이 좋으면 공원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는다.

몇 시간 전 집에서 보았지만 밖에서 보는 얼굴도 반갑다.


나는 한 번도 착용해보지 못한 사원증을 목에 걸고 들어오는 남편을 바라본다.

하얀 피부에 까만 머리. 아직도 흰머리가 나지 않아 어려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눈가에 주름이 잡혔다.

정신없이 일하다 나왔는지 생기가 살짝 떨어진 표정이다.   

  

점심을 야외에서 먹은 날은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신다. 

회사 근처 도랑 옆에 카페가 새로 생겨 방문했다.

새로 오픈한 식당과 카페는 한번은 가보려 노력한다.

동네 주민으로서 예의를 갖춘다고나 할까.


들어서자마자 기분이 좋다.

내부 인테리어가 전부 나무다.

배경 음악도 괜찮다.

의자는 오래 앉아 있기에는 조금 불편할 것 같다.

디자인에만 초점을 맞춰 그럴 거다.

차분한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테라스 좌석도 있다. 

창밖 풍경은 공원이다.     


그런데 손님이 아무도 없다(다음 번 방문했을 때는 몇몇 손님과 반려견들이 있었다).

점심시간인데 다들 어디갔지.

한 시간 동안 샌드위치 포장 손님 한 분이 전부다.

오픈한지 몇 달 된 카페다.

아직 근처 직장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걸까?

카페가 나무에 가려져 있어서 눈에 띄지 않는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    

 

점심을 먹고 커피 한 잔을 테이크아웃 하기에는 비싼 가격일 수도 있다.

그보다 저렴한 아메리카노를 파는 카페가 많으니까.

대여섯명이 와서 대화를 나눌만한 공간이 없기도 하다.

2인 좌석 네 개, 4인 좌석 하나가 있다.

두세 명이 점심을 먹고도 시간이 많이 남아 카페에서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싶을 때 오면 좋을 만한 곳이다.

동네 주민에게 더 매력적인 카페다.     


카페 주인은 단정한 젊은 남성이다.

주변에 카페가 많아 손님이 어느 정도 와 줘야 버틸텐데.

새로 오픈한 곳에 손님이 없으면 마음이 쓰인다.

주인은 얼마나 애가 탈까.

몇몇 가게는 생겨났다가 일 년도 안 되어 사라진다.

큰 손해가 없어야 할텐데...

카페를 응원하고 싶어 포인트 적립도 했다(손님이 몇 명만 있었어도 안 했을 거다).     


새로 오픈한 카페가 근처에 또 있다.

어느 평일 점심 데이트, 남편과 공원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은 후 카페로 간다.

이 카페 역시 몇 달 전 오픈했다.

새로운 가게가 오픈했다는 건 그전 가게는 장사가 안 되어 접었다는 소리다. 

사람들이 지나는 큰길 옆에 있어 위치는 좋다.      

손님이 몇 명 있다.

다행이다.

카페주인도 분위기 있다.

우리 동네 멋진 분들은 다 카페 사장님으로 계시는군요.  

   

의자도 편하고 커피 맛도 괜찮다.

인테리어도 신경 썼고 화분들도 곳곳에 놓여 있다.

적당한 음악과 적당한 소음. 

남편과 사소한 대화를 나누며 웃는다.

다만 실내에서도 애완 동반이 가능한 게 마음에 걸린다.

내 옆 테이블에 큰 개 한 마리가 의자 위에 점잖게 앉아 있다.

귀엽긴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개털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곳 역시 직장인보다는 동네 주민이 더 많은 것 같다.     

동네 카페 운영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단골이 생기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매달 월세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기다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울까.


동네 카페를 수년간 관찰한 결과 내부가 좁고 인테리어가 허술해도 위치(초등학교 주변, 길가 옆)가 좋고 커피 맛이 좋으면 결국엔 살아남는 것 같다.

주민에게 변함없이 그곳에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동네 카페들이 모두 잘되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카페가 포화상태다.


오픈한지 얼마 안 되는 카페들 옆에 얼마 전 새로운 카페 한 곳이 또 생겼다.

이러면 곤란한데.

다음번 점심 데이트 장소는 그 카페가 될 것 같다.

동네 카페 응원합니다.     



봄은 가장 끔찍한 계절이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겁니다

이런 계절에 당신은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 나는 지금 차라리 카페로 가는 겁니다

그곳은 중립적인계절의 변화와는 무관한 지역이거든요아시죠

<토니오 크뢰거>토마스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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