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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트별 Dec 30. 2021

2021 올해의 얼굴들

2021 개봉(공개) 영화 '캐릭터' 탑 12



* 개봉(공개)일 순



마사, <그녀의 조각들>

거대한 상실 앞에서 해낼 수 있는 건 몇 없다. 조각나버린 조각들 하나하나에 의미를 붙이는 행위가 무슨 의미가 있으랴. 그런 의미로 세상에 나왔던 게 아님을 깨닫게 된, 흘러감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그녀에게 이제 따수운 바람만이 불어 오길 빌어본다.



렌고쿠,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올해의 눈물 버튼. 스러져 가는 굳센 그 빨간 눈빛을 마주하는 게 너무나 애통하고 분하기 그지없다. 어쩌면 매번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을, 또 미묘하게 크게는 생각하지 않았을 인간으로서의 삶을 조명한다. 영원하지 않음을 아름다움으로 치환시키는 그의 말을 찐하게 새기면서. 아카자 이노옴!



유사쿠, <스파이의 아내>

절제와 평상심, 동요하지 않는 단단한 힘이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 목격했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고, 나아갈 원대함을 위하여 약진하는 행보가 무구하게 녹아든다. 아내에게 역전의 찬사를 내뱉게 만든 그의 저력이 진하기 짝이 없다.



마 이사, <낙원의 밤>

더없는 명분을 필두로,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마주한 사람을, 극 전체를 조율한다. 조급하지 않고, 당황하는 법이 없으며, 실리를 우선시하지만 또 나름의 낭만까지 느끼게 만드는 각별한 묵직함이 일품.



넬리, <피닉스>

비록 얼굴은 시대에 타버렸지만, 그에 대한 사랑까지 타버린 건 아니기에 마음을 붙들고 나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내내 가슴을 찢는 진실 앞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이제 나지막한 선율에 올라타는 것뿐이다. 시대가 그은 과거와 당신이 쌓은 과오, 두 과(過)를 향한 작별이 휘몰아친다.



웬우,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형용이 불가능한 존재감에 최소 천 년짜리 감탄사를 보낸다. 짤그랑 거리는 그의 능숙한 텐 링 향연에 한 잔, 순애보가 따로 없는 그의 찐 사랑에 한 잔, 유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는 그의 눈빛에 또 한 잔. 양조위를 위하여 건배!



넬리, <쁘띠 마망>

오도독거리는 소리에 이어 고사리 같은 손이 앞을 향한다. 과자로 한 번, 과자로 두 번, 과자로 세 번. 목이 탈 수도 있으니 음료로 네 번. 목을 감싸는 두 손으로, 다섯 번. 지그시 퍼지는 미소가 그 순간을 나타낼 수 있는 모든 표현을 대체한다. '사랑스럽다' 계열의 최상급 표현을 찾지 못한 게 한이다.



헨리, <아네트>

악마의 재능이다. 탐욕을 품은 갈망과 선을 넘는 착취의 표본, 폭주하는 인간상, 역으로 심연에 매몰된 악의 대명사. 더 갈 것도 없이 진짜로 미친놈이라는 게 뻑킹 프롸블럼..



베네데타, <베네데타>

그녀에게 믿음이란 합리화나 정당화로 각조차 잡을 수 없는, 섬뜩하리만치 순수하고 악의 없는 결의 믿음 그 자체다. 신아일체(信我一體)이자 신아일체(神我一體)의 경지까지 도달하고야 마는 심오함의 절정에 서있다. 그러니까 증말루 선택받은 게 틀림없지 않을까.



그린 고블린,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명불허전이다. 빌런 다운 빌런이 무엇인지 칼 같은 빌런학개론을 눈치 빠른 꼬맹이에게 몸소 선보여 주신다. 이만한 공포가 또 있을까? 등장서부터 이미 멋들어진 헌사와 다름없다.



라스푸틴,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스파이더맨에서는 실없고 어이없는 한낱 도마뱀 아조씨지만, 킹스맨에서는 화려하게 거드름 좀 피우는 빠꾸 없는 아티스트 그 자체다. 주어진 순간을 숨죽이게 하여 덩실거리게 만드는 힘, 이게 바로 '아트'다.



유나, <드라이브 마이 카>

그녀의 언어를 보며, 이제 이 세상에서 전하지 못하는 건 없다 믿기로 했고, 그래도 살아가야 한다는 답을 꾹꾹 힘주어 적기로 했다. 덕분에, 닿음의 경이로움과 전해짐의 아름다움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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