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가 생기기 전의 아내와 나는 존중과 배려를 잘하는 한쌍의 부부였다. 싸우지도 않고 사이가 좋고 편했다. 아내를 보고 있으면 '나에게 이보다 완벽한 사람은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 전의 인생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결혼 후의 인생이 너무 행복하고 좋았다. 그래서 나는 우리 부부가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 완성된 형태의 부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제이가 생겨 제이를 같이 키워보니 사실 서로 외면하고 타협하고 노력을 안 한 부분이 많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표적으로는 입고 있던 옷을 정리하는 방법에 대한 갈등이 있었다. 나는 입고 있던 옷을 눈에 보이는 편한 곳에 널어놓는 것을 좋아하고 아내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잘 정리하여 넣어 놓는 것을 좋아했다. 서로 다른 부분에서 우리는 갈등이 일어났고 갈등의 해결책으로 어질러도 되는 방을 만들었다. 나는 입고 있던 옷을 어질러도 되는 방에 편하게 널어놓았고 아내는 해당 방은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이런 방식으로 갈등을 해결했을 때 서로를 존중하는 너무 완벽한 해결책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 외에도 많은 갈등 중에 하나를 더 찾자면 설거지에 대한 갈등도 있었다. 바로 치워야 하는 성격의 아내는 식사를 하고 설거지가 안되어 있는 것을 참지 못했다. 효율적으로 한 번에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나는 적은 양의 설거지를 바로바로 하는 것을 참지 못했다. 그래서 서로 고민을 하다가 결정한 내용은 설거지가 너무 많이 쌓여서 오래 있지 않도록 최대 하루동안만 쌓아놓기로 하였다. 이렇게 결정하였지만 결국 잘 참지 못하는 아내가 바로 하거나 저녁에 쌓여 있는 많지 않은 양의 설거지를 내가 하면서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다.
위에 나온 두 가지처럼 정말 사소한 많은 갈등이 있었고 서로의 입장을 침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우리는 갈등을 해결해 왔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지만 서로의 입장이 침해받으면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더 이와 같은 방법으로 열심히 해결책을 찾았었다.
그런데 제이가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해결책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제이가 기어 다니면서 어질러도 되는 방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정리해서 옷을 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이를 키우면서 설거지를 해야 할 그릇들이 산처럼 쏟아지기 시작하니 해야 할 설거지가 너무 많아서 내가 먼저 바로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이전에는 분명 안된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제이로 인하여 타협점이 사라지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득 이렇게 변한 나를 되돌아보면서 이제까지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사소한 것이고 해당 일을 내가 먼저 배려해 주는 것이 우리를 더욱 잘 섞이게 해주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부부는 제이로 인하여 자연스럽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제이 생기기 전이 문제 상황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근데 더 이상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가 더 잘 섞일 수 있다는 것을 제이가 가르쳐줬다. 제이 생기기 전에 우리는 잘 분리된 기름과 물의 관계였던 것 같다. 서로의 층을 잘 유지하면서 맞닿은 선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갈등을 배려하면서 지냈다. 제이가 생긴 후에는 우리는 에스프레소와 물의 관계가 되어 마시기 좋고 향도 좋은 완벽한 아메리카노가 되었다. 물론 섞이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과거에 우리는 우리의 특정한 관점이 물과 기름처럼 잘 분리되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었으니까. 그런데 이런 쉽지 않은 부분도 제이를 통해서 섞고 나니 우리의 생각이 고정관념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이 덕분에 우리 부부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잘 섞여갈 예정이다. 완벽하다고 생각한 이전의 상태도 좋았지만 점점 더 좋아질 수 있는 지금의 상태는 더욱더 좋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부부를 잘 섞이게 도와주는 촉매 같은 존재인 제이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제이야, 엄마 아빠를 잘 섞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