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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tlife noah Oct 11. 2023

제이야, 가족과 다시 이어줘서 고마워!!

언제부터였을까?  우리 가족들의 시간은 멈춰있었다. 


취직을 한 이후부터였을까? 결혼을 한 이후부터였을까? 어렸을 때는 가족들과 함께하고 가족들과 해야 하는 것들이 많았었다. 그래서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시간은 가족끼리 얽혀서 하나처럼 흘러갔다. 그런데 어떤 순간부터는 나의 삶을 사느라 바빠서 시간이 분리되고 가족이 함께 공유하던 시간은 멈춰버렸다. 그러면서 우리가 서로를 기억하던 시간도 같이 멈췄다. 시간이 멈춰서 그런 건지 가족을 생각하면 현재의 가족의 모습이 아닌 과거에 겪었던 가족의 모습을 많이 생각했다. 어릴 때 어머니가 챙겨주던 음식들을 기억하고 어릴 때 가족들과 떠났던 여행지를 생각하고 어릴 때 가족과 함께 했던 장소를 떠올렸다. 이런 과거의 모습만을 그리워하는 게 싫어서 가끔은 어떻게든 우리 가족의 시간을 다시 움직이려고 여행도 시도해 보았지만 떠나는 것도 쉽지 않고 노력을 해도 지나가는 세월에 비교하면 가족의 시간은 보일락 말락 미세하게 움직였다.


철없는 나는 이렇게 시간이 멈춰있는 이유가 거리가 멀어져서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 이유가 아니었다. 우리 가족의 시간이 흐르지 않는 이유는 이어지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멀어져도 충분히 서로를 이으려는 노력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서로를 그리워하면서도 이유를 알 수 없게 우리는 서로 이어지지 않으려고 했다. 단절된 상태에서 시간을 멈춰두고 서로를 그리워만 했다. 애써 핑계를 만들어보면 가족을 떠나 혼자서 삶을 사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어서 이으려는 노력을 할 여유가 없었다. 마치 이으려는 노력이 나를 연약하게 만들 것 같았다. 그래서 거대한 가족 시계를 돌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렇게 영원히 멈춰있을 것 같던 시계가 제이를 통해서 다시 동작하기 시작했다. 마치 식어있던 물이 다시 끓어오르는 것처럼 제이가 건전지가 되어 거대한 양쪽 집의 시계를 돌린다. 어려워 보였던 작업인데 제이라는 존재만으로 너무 쉽게 시간이 흐른다. 우리는 멀리서도 제이의 성장을 자주 공유하고 제이를 보고 싶어 하는 부모님들에게 제이를 보여주기 위해 더 자주 찾아간다. 제이가 없을 때는 셀 수 있을 정도의 문장만 부모님과 대화했었는데 이제는 셀 수 없이 많은 문장이 오가는 대화를 제이를 중심으로 이어나간다. 제이가 태어나기 전에 제이의 이름으로 이음이라는 이름을 생각했었다. 그때는 제이가 많은 사람들을 이어주는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면서 그 이름을 생각했다가 부르기가 어려워서 포기했는데 그런 이름을 지어주지 않아도 이미 사람들을 이어주는 일을 나보다 훨씬 조그마한 제이가 해주고 있다. 정말 신기하게도 더 잦게 서로의 소식을 물어보고 작은 것 하나하나에도 온 가족들이 다 같이 기뻐하기 시작했다. 과거처럼 우리는 다시 이어졌다. 제이는 아내와 나의 연결고리라고 생각했는데 우리의 가족을 이어주는 존재였다. 제이를 우리 부부 둘이서 키우는 것을 걱정했었는데 막상 키우다 보니 제이를 온 가족이 다 같이 키우고 있었다.


이런 제이가 너무 고맙지만 쓸데없이 걱정이 많은 아빠는 제이가 성장하여 가족을 떠났을 때 멈출 시간이 두렵다. 제이에게 받은 것이 너무 많으니 아빠가 노력하여 최대한 이어지도록 노력하겠지만 그것이 쉽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이런 쉽지 않은 일을 해주고 있는 제이에게 더욱더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제이야, 우리 가족의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해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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