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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대기업 김팀장 #4

너 이거 알아?

by Keui

오늘 오전에는 팀회의가 있는 날이다. 김팀장은 기분이 안좋은지 얼굴을 찌푸리며 회의실에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나란히 앉아서 회의를 준비하고 있는 팀원들을 힐끗 쳐다본다. 그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하고 있었으며 심적으로는 회사 안에있는 대부분의 사라들보다 자신의 능력이 우월하다고 믿었다. 회의가 시작되자, 김팀장은 회의 내용과는 무관한 첫 번째 질문을 던졌다.

“너 속도와 속력의 차이가 뭔지 알아?”

회의실의 분위기가 한순간에 차갑게 얼어붙었다. 질문 자체는 크게 어려워 보이지는 않았지만, 김팀장이 던진 질문의 내용과 타이밍이 이해되지 않았다. 대체 왜 이런 질문을 갑자기 할까? 팀원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누구 하나 먼저 대답하려는 사람은 없었다. 김팀장은 기다리지 않았다. 적막을 꺠고 윤대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속도는 물체가 움직이는 빠르기고, 속력은… 그게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방향과는 관계없이…”

그의 대답이 끝나기 전에, 김팀장이 바로 말을 끊었다.

“그게 맞아? 왜 이렇게 애매하게 대답하는 거야. 확실히 아는 거야 아니면 모르는 거야?”

윤대리는 당황했다. 사실, 속도와 속력에 대한 개념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김팀장의 강압적인 물음에 순간적으로 자신감을 잃고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었다. 그는 대답을 고치려고 했지만, 김팀장은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았다.

“초등학생도 아는 거 아니냐?”

김팀장은 말끝을 흐리지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의실 안은 점점 더 무거운 분위기로 변했다. 윤대리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김팀장이 던진 질문은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팀원들은 입을 다물고, 그저 김팀장의 말을 듣고 있을 뿐이었다. 그 누구도 상황을 풀어줄 수 없었다.

김팀장은 자신의 설명을 덧붙이며 더욱 강조했다.

“속도는 그저 속도일 뿐이야. 하지만 속력은 이동하는 방향까지 포함되는 거야. 이런 거 몰라? 중학교 때 뭐 배웠냐?”

팀원들은 계속해서 그의 말에 주의를 기울였다. 분위기는 더욱 긴장감이 감돌았고, 팀원들은 계속해서 속으로 자신이 잘못된 답을 했다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 순간, 김팀장의 말을 듣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그 뒤로 원래 하려면 회의가 진행되엇지만 회의가 끝나고 머리속에 기억나는 것은 속도와 속력에 대한 것 뿐이었다.


회의가 끝나고 한참이 지났지만 윤대리는 여전히 속이 답답했다. 김팀장이 던진 질문이 왜 그리 중요한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질문을 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윤대리는 그저 무작정 김팀장의 뜻을 따르며, 조금씩 그의 행동에 대한 의문이 커져갔다.


윤대리는 의문과 함께 자리에 앉아 작업을 시작했다. 머릿속에는 여전히 김팀장이 던진 질문이 맴돌고 있었다. '속도랑 속력 차이가 뭐라고…' 윤대리는 자꾸만 그 질문이 머릿속을 맴도는 걸 막을 수 없었다. 그저 대답을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야 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김팀장이 그런 질문을 던지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팀원들을 무시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잠시 후, 다른 팀원이 다가와 말을 건넸다.

“대리님, 오늘도 힘드셨죠?”

윤대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뭐… 그런 질문을 계속 하시니까… 조금 신경 쓰였어요.”

그 팀원은 속으로 불편함을 참으며 말했다.

“계속 이런 질문을 하시면 분위기 더 안 좋아지잖아요.”

윤대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사실 그런 질문들이 업무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도 모르겠어요.”

“김팀장님은 그런 걸로 사람을 압박하려는 거 같아요. 누가 대답을 잘 못하면 끌어내리면서 압박 줘요.”

윤대리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팀원들의 불편한 기색은 전혀 숨길 수 없었다. 사실, 그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누구든지 마음속으로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팀원들 사이에서는 점차 그런 불만이 쌓이고 있었고, 윤대리는 그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차라리 이 상황을 어떻게든 적응해나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날 오후, 김팀장은 사무실을 나가며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다들 업무 끝났으면 기본 상식들도 좀 채이고 다녀”

팀원들은 그의 말에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끝나고, 사무실에는 정적이 흘렀다. 윤대리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며 무심히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팀원들이 자신과 비슷한 기분을 느끼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그 상황을 벗어날 방법은 없었다. 김팀장이 언제든지 또다시 그런 질문을 던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윤대리는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이 상황에 적응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는 더 이상 김팀장의 말을 일일이 신경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내 일이 중요하다."

김팀장의 말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며, 그는 자신의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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