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서울대 대기업 김팀장 #6

내 친구가 말이야

by Keui

김 팀장은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자신의 지인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자연스럽게 화제를 끌어와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 인맥을 가지고 있는지 어필하곤 했다.

어느 날 점심시간, 회사 식당의 TV에서 대기업의 혁신 사례를 다루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직원들이 관심 있게 바라보는 동안 김 팀장은 여느 때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 회사 말이지. 거기 임원이 내 대학 동기야. 사실, 학생 때는 내가 그 친구보다 더 잘 나갔어. 그런데, 인생이라는 게 참 묘하더라고.”

윤 대리와 다른 팀원들은 김 팀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주목하게 되었다.

“정말요? 그 동기분이 지금도 팀장님과 연락하세요?”
윤 대리가 물었다. 김 팀장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주 가끔. 하지만 워낙 바쁜 분이라… 동문회나 동기 모임에서는 종종 보는 친구지.”

또 한 번, 팀 전체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마치 김 팀장이 대기업의 성공 신화와 얽혀 있는 특별한 존재인 듯 느껴졌다.


비슷한 일이 반복되었다. 스타트업의 성공 이야기가 뉴스에 나올 때도 김 팀장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아, 그 회사 대표 말이야. 내 친한 후배야. 학생 때부터 취업은 하기 싫다고 하더니 결국 여기까지 왔네. 그때 투자라도 했어야 했나봐. 그게 아쉽네.”
이번엔 팀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김 팀장님, 그럼 투자자로 성공하셨을 수도 있었겠네요!”
김 팀장은 농담처럼 웃으며 말했다.
“뭐, 사람마다 갈 길이 다른 거지. 하지만 그 친구는 정말 대단해.”


컨설팅 회사 이야기가 나오면 김 팀장은 또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거기 이사 말이지, 내 고등학교 친구야. 성적도 비슷했는데, 걔는 일찍 진로를 정해서 컨설팅 쪽으로 나갔지. 나는 그때는 이런 일을 할 줄은 몰랐고.”
윤 대리는 이쯤 되면 김 팀장이 어디에 손을 뻗어도 연결되는 인맥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팀장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윤 대리는 감탄과 부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김 팀장의 학벌도, 실제로 그런 인맥을 가진 것도 모두 사실이었다.

‘서울대라니… 정말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환경이 다른가 봐. 이런 인맥이 나한테는 아마 절대 생기ㄱ지 않을것 같은데 말이지.’


윤 대리는 김 팀장의 동기들이나 친구들의 이름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기도 했다. 놀랍게도 그들은 실제로 김 팀장과 같은 대학이거나 고등학교 출신이었다. 윤 대리는 김 팀장의 말투와 태도가 가끔은 지나치게 자랑처럼 들리더라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인생과 비교하면 자신의 현재가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회사의 새로운 프로젝트로 회사의 영업 조직에서 새로운 고객사를 발굴하는 것이었다. 각 팀원이 후보 기업 리스트를 만들어 제출한 뒤, 함께 회의를 열었다.

윤 대리가 준비한 자료를 발표하던 중, 한 회사가 눈에 띄었다.
“김 팀장님, 이 회사요. 김 팀장님 말씀하신 그분이 임원으로 계신 곳 맞죠?”

윤 대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김 팀장은 자료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거기 우리 회사와 잘 맞을 것 같긴 하네. 그런데….”

김 팀장은 말을 끝내지 않았다. 팀원들은 모두 김 팀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줄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김 팀장은 그 회사와의 접촉에 관여하지 않았다. 다른 팀원들이 직접 회사를 탐색하고 접촉을 시도해야 했다. 팀원들은 김 팀장이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는지 답답할 뿐이었다.

김 팀장은 프로젝트 마지막 단계에야 짧게 말했다.
“지인을 통해서 일을 해결하는 건, 오히려 관계를 해칠 수도 있어. 그래서 이번엔 그냥 우리가 직접 해야 해.”
그의 말은 단순했지만, 그 순간 윤 대리는 김 팀장의 세계를 조금 이해하게 된 것 같았다.
‘아무리 인맥이 있어도 그게 다 해결책이 되는 건 아니구나. 어쩌면 우리가 너무 쉽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서울대 대기업 김팀장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