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라이브] 영업글
두어달 전 비트코인 광풍이 불 때 여기저기서 괴담이 들려왔다. 누구는 수익율이 백 배가 났대, 누구는 집을 샀대, 누구는 직장을 관뒀대.. 건너건너 아는 평범한 이가 순식간에 부자가 되었다는, 자본주의적 도시 괴담이 돌았다. 정직하게 월급을 모으고 적금을 부어서는 부자가 될 수 없는 경제 구조 안에서 탄생한 新골드러쉬이자 부의 괴담이었다.
비트코인의 거품이 꺼지면서 몇몇 코인에 묶여있던 나의 푼돈도 반토막이 난 지금, [잼라이브]가 나타났다. 이건 뭐랄까, TV 퀴즈쇼 [1대 100]의 모바일 버전인데 참가자 수는 그 수백배이고 우승자 개인에게 돌아가는 상금은 수백 분의 일인 경쟁이랄까. 매일 정해진 시각에 5만여 명의 사람이(2주 전까지만 해도 2만 명이었다) 라이브 퀴즈쇼에 참가한다. 문제는 열두 문제. 다 푸는 데는 채 20분이 걸리지 않는다. 모두 맞힌 사람이 상금 100만원(간혹 300만원)을 n분의 1로 나눠 갖는 간단명료한 방식이다. 경험상 참가자 수보다는 퀴즈쇼의 난이도에 따라 우승자 수가 결정되는 것 같은데, 여태 지켜본 바로는 적을 때는 몇 백원, 많을 때는 20~30만원이 개인에게 돌아간다.
귀엽고 즐겁다. [잼라이브]로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엄청난 상금의 주인공이 되세요"라는 광고 문구가 무색하게 대부분의 경우 엄청나지는 않은 상금이 개인에게 돌아간다. 나는 한 번 우승해봤고 947원의 상금을 받았다. 진행자 잼아저씨/잼누나/잼형이 종종 "지난 번에는 인당 OO만원이나 가져가셨어요!"라며 소박한 부의 괴담을 들려주곤 한다. 그러나 그런 일마저도 자주 일어나지 않으니 크게 기대되지 않을 뿐더러 33만원으로 부자가 될 수도 없다.
그런데 947원 받는 게 얼마나 유쾌하던지! 나른한 점심시간 중간에 20분동안 기분좋은 긴장감을 느꼈고, 약간의 지식을 얻었고, 땅 파도 안 나올 947원을 벌었다. 5만원이 되기 전까지는 출금도 못하니 그냥 모바일 게임에서 획득하는 다이아몬드 비슷하게 느껴질 뿐이지만 왠지 기분이 좋은 것이다. 비트코인의 그래프를 보며 '가즈아'를 외치는 마음이 매우 절실하고 심장 쫄린다면, [잼라이브]는 적절한 수준의 기대감과 적절한 수준의 실망감과 적절한 수준의 수확을 준달까. 일확천금 노리며 비트코인 놀이하다 자포자기한 개미에게 [잼라이브]는 안정감 있는 도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