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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Mar 26. 2018

안녕, 나를 소개하지. 이름 김하온,

[고등래퍼2] 영업글

하온이는 정말로 귀엽다. 이름마저도 귀엽다. 온갖 폼을 잡으며 스웩을 끌어올리는 애들 사이에서 어정쩡한 자세로 쭈뼛대다가 머리를 긁적이곤 하는 이 애가 갑자기 신명나게 랩을 쏟아낼 때, 그 반전미는 [고등래퍼2]를 봐야하는 이유의 7할쯤은 된다.


나는 당최 힙합의 진정성이란 게 뭔지 모르겠다. 그 진정성이라는 것이 리스너들에게는 진입장벽을 만든 채 래퍼들끼리 물어뜯으며 진정성 경쟁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힙합을 정말 좋아하지만서도 종종 아니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쟤는 왜 저렇게 화가 나있지. 쟤가 경험한 세상의 바닥이란 뭐지. 그놈의 헤이터들을 왜 저렇게 최선을 다해 의식하는 거지. 그 분노와 우울에 복수하는 방법으로 캐쉬와 슈퍼카를 자랑하는 것이 힙합의 진정성이란 것인가. 그래서 어떤 래퍼들은 보고 있노라면, 둘이 싸우면서 분에 못 이겨 웃통을 벗은 채 배 맞대고 노려보면서도 서로 주먹질은 안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말리지마’하고 악다구니 쓰는 광경이 떠오르곤 한다.


그러다 간혹 진짜 멋들어지게 선빵을 날리는 사람도 있고, 더 윗길에서 풉하고 통쾌한 비웃음을 날리고 유유자적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진리를 찾아 떠나 얻은 것을 바탕으로 랩을 하는” 하온이는 후자다. 명상 후에 나온 랩마디란 이런 거다. “그대들은 verse 채우기 위해 화나있지.” “증오는 빼는 편이야 가사에서. 질리는 맛이기에.” 평화롭고 유쾌하고 청량감 있다. “vroom vroom”하는 것도 얄라리얄라셩하고 흥겹게 들린다.


나도 명상을 좀 해볼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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